범행 당시 망상으로 심신미약 인정
사형 구형 했지만 2심도 무기징역
재판부 “유가족 요구 과하지 않아”
사형 구형 했지만 2심도 무기징역
재판부 “유가족 요구 과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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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살인’ 가해자 백모씨[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지난해 7월 서울 한복판에서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을 살해한 3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 윤성식)는 13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백 모 씨 항소심에서 1심과 동일하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년간의 위치추적 장치 부착과 유족 접근 금지, 정기적 정신과 치료도 명령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에 비추어 보면 사형의 형벌을 선고하는 것에 대해 전혀 고려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가석방으로 출소할 가능성이 가장 우려되지만 이 사건과 같은 중대한 범죄는 수형생활에 충분히 고려된다. 이런 우려로 (무기징역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서 항소심 재판부는 유가족에게 양해를 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가족들이 여러 차례 탄원서를 제출하고 엄벌을 요구하는 내용을 충분히 살펴봤고 많은 고민을 했다. 피해자 가족들이 사형을 원하는 것이 무리하거나 과한 요구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살인 범죄에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을 헤아려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백 씨가 심신미약 상태에 있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이를 양형에 반영하지는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2023년 5월부터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키고 국가를 팔아넘기는 세력이 있다’는 내용으로 5000페이지가 넘는 일지를 썼다. 심신미약이 인정된다”면서도 “살해했을 때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는지까지 판단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범행의 중대성이 비추어 형을 감경할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선고를 끝내자 백 씨는 마이크를 통해 “진실과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가 제지당했다. 유가족은 선고가 끝난 직후 재판부를 향해 “억울하게 죽은 사람은 어떡하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백씨는 지난해 7월 밤 11시께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전체 길이 약 102㎝의 장검을 이웃 주민인 40대 남성에게 수차례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백 씨는 2023년 10월께부터 ‘중국 스파이가 대한민국에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망상에 빠졌고, 자주 마주치던 피해자가 자신을 미행하고 감시하는 중국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정신 감정 결과 범행 당시 망상장애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심신미약을 이유로 형을 감경하지는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범행 동기와 내용, 방법의 잔혹성 등을 비춰보면 피고인의 정신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고 책임이 엄중하다”며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 자유를 박탈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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