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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형 로플랫 대표, 와이파이로 실내 위치를 해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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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형 로플랫 대표, 와이파이로 실내 위치를 해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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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서울 시내 커피숍에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GPS로는 고객이 우리 매장 1층에 있는지 2층에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실내에서는 아예 먹통이니까요."

당시 위치 기반 서비스를 준비하던 많은 기업들이 같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건물 안에서는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어 개인화된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프랜차이즈 본사 마케팅 담당자는 이제 이렇게 말한다.

"매장별 고객 방문 패턴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AI가 추천하는 타깃 고객들에게 정확한 시점에 쿠폰을 발송할 수 있어요. 별도 장비 설치도 필요 없고요." 변화의 중심에 로플랫이 있다.

와이파이 신호로 실내를 해석한 10년, 기술 너머 데이터 윤리를 말할 때 구자형(51) 로플랫 대표이사는 창업 초기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장비를 들고 서울 시내 커피숍을 하나씩 돌아다녔어요. 투자금 대부분을 와이파이 신호 수집에 썼죠." 2014년 당시 주변에서는 "GPS 시대에 왜 굳이 와이파이냐"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구자형 대표는 확신했다.


"도심 경제활동의 80%는 실내에서 일어나는데, GPS는 실내에서 무력해요.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단순한 좌표가 아니었다.

"이 사람이 카페 1층에 있었는지, 2층 스터디룸에 있었는지를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건물이라도 전혀 다른 의미잖아요." 비콘 설치를 권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로플랫은 기존 인프라 활용 방식을 고수했다.

"별도 장치 없이 이미 있는 와이파이를 활용하는 게 지속가능하다고 봤어요."




10년간의 데이터 축적 결과는 놀라웠다.

전국 60만 개 매장의 와이파이 신호를 자동 수집하고, 수십억 건의 데이터를 실시간 정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용 앱 설치 없이도 위치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구조다. "단순한 위치 기술 회사에서 데이터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했죠."

그리고 2024년, 로플랫은 창업 10년 만에 첫 EBITDA 기준 흑자를 달성했다. 구자형 대표는 "숫자를 넘어 '기술이 사업을 설명하고, 데이터가 가치를 증명한다'는 사실을 시장에 보여준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위치는 어디냐가 아니라, 왜 거기에 있었는가의 시대

2023년 비즈니스 모델이 전환됐다. B2B SaaS 'LaaS(Location as a Service)'를 본격 선언한 것. 구자형 대표는 "예전엔 마케팅 도구로만 보던 위치 데이터가 이제는 경영 판단과 서비스 설계의 기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요구한 건 '정확한 좌표'가 아니라 '사람이 왜 거기에 있었는가'에 대한 해석이었어요."

LaaS는 위치 정보의 모든 것을 대행한다. API나 SDK 제공을 넘어 위치정보사업 신고, 보안, 저장, 해석까지 전담한다. 한 프랜차이즈 마케팅 담당자는 "별도 엔지니어 없이도 '내 주변 매장 찾기', '위치 기반 쿠폰 발송'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AI 세그먼트 기능은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과거 마케터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타깃 설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됐다. "바이크 매장처럼 방문자가 적은 니치 세그먼트도 AI가 유사 방문 패턴을 분석해 타깃을 찾아줘요. 소수를 위한 정교한 마케팅이 가능해진 거죠."

글로벌 확장과 모빌리티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CRM 플랫폼 '브레이즈(Braze)'와의 파트너십으로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현대차의 모빌리티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처럼 차량 이동 데이터에 기반해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서비스와도 향후 협업 가능성을 보고 있다.

“내비게이션 데이터가 사용자의 출발과 도착을 알려준다면, 로플랫은 도착 이후 고객이 실제로 어떤 공간을 방문했는지, 어떤 흐름으로 이동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어 데이터 분석과 서비스 제공 방식이 고도화 될 수 있습니다.”

구자형 대표는 "기술보다 신뢰를 먼저 세우려 했다"고 강조했다. 개인 식별 정보는 수집하지 않고, 모든 데이터는 익명화 처리한다. 위치정보사업법을 철저히 준수하며 사용자 동의 절차도 강화했다.

"위치 데이터는 '지켜보는 기술'이 아니라 '이해하는 기술'이어야 해요."

구자형 대표가 바라보는 미래는 AI와 오프라인 현실의 연결이다.

"LLM이 아직 반영하지 못하는 게 오프라인 현실이에요. AI가 진짜 똑똑해지려면 사용자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 맥락을 제공하는 거죠."

로플랫은 이제 단순한 데이터 기업이 아니다.

공간, 이동, 시간, 의도의 흐름을 읽고 연결하는 '해석자'다. 구자형 대표는 "앞으로 이 해석 능력이 더 정밀한 AI, 더 정교한 서비스, 더 개인화된 경험을 만드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는 움직이고 있고, 기업은 그 움직임의 이유를 알고 싶어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좌표를 찍는 게 아니라, 그 좌표에 깃든 맥락을 해석해 전달하는 일입니다."

구자형 대표의 이 말에 로플랫 10년 여정의 핵심이 담겨있다.

문지형 스타트업 기자단 1기 기자 jack@rsqu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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