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승인통계조사 70%는 민간이 수행
"조사 단가 턱없이 낮아 품질 저하 우려"
정부 정책의 기초가 되는 국가승인통계조사 비용이 10년 넘게 동결되면서, 조사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조사협회는 지난달 30일 열린 한국조사연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국가승인통계 용역·위탁조사 품질 및 운영 개선방안'을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열었다고 13일 밝혔다.
올 4월 현재 국가통계는 1,359종이며 이 중 조사통계는 607종으로 45%를 차지한다. 조사통계 중 71%(429종)는 민간이 생산한다. 통계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이 직접 통계를 작성하기도 하지만, 상당수가 민간에 용역·위탁을 맡겨 생산한다는 것이다.
"조사 단가 턱없이 낮아 품질 저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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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에소에서 '국가승인통계 용역·위탁조사 품질 및 운영 개선방안'을 주제로 특별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사진=한국조사협회 |
정부 정책의 기초가 되는 국가승인통계조사 비용이 10년 넘게 동결되면서, 조사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조사협회는 지난달 30일 열린 한국조사연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국가승인통계 용역·위탁조사 품질 및 운영 개선방안'을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열었다고 13일 밝혔다.
올 4월 현재 국가통계는 1,359종이며 이 중 조사통계는 607종으로 45%를 차지한다. 조사통계 중 71%(429종)는 민간이 생산한다. 통계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이 직접 통계를 작성하기도 하지만, 상당수가 민간에 용역·위탁을 맡겨 생산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조사 비용이다. 전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과 조사 단가는 상관성이 높다. 10년 동안 우리나라 GDP는 1.5배 늘었지만, 주요 승인통계조사의 단가는 사실상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조사 단가 수준이 GDP가 한국의 5분의 1에 불과한 베트남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공개된 시뮬레이션 결과를 근거로 민간 여론조사 기관들은 민간 조사기관이 2만5,000가구 면접조사를 위해 2개월 동안 140명의 조사원을 투입할 경우 조사 비용만 정부 예산을 초과(104%)하게 된다며 이 같은 조사 규모를 정부 예산으로 온전히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부문장은 "전체 국가승인통계조사 중 71%가 민간 조사회사가 수행하고 있음에도, 품질 진단 체계와 조사 비용 산정 방식이 공공기관 중심으로 이뤄져 비효율성과 품질 저하를 낳고 있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통계조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민간 조사기관을 '협력자’로 인정하는 인식 전환과 함께 조사 비용의 현실화를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변종석 한신대 통계학과 교수는 "민간 조사회사를 단순한 외주 수탁기관이 아닌, 품질 확보의 핵심 파트너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은재호 카이스트 겸임교수는 "조사 비용의 합리화를 위해 미국이나 프랑스 등 해외처럼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조사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고, 최연옥 한국통계진흥원 원장은 "조사 품질 확보를 위해 기획 단계부터 적정 예산 편성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의규 통계청 과장은 "사전 단계에서 예산의 현실성이 반영되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조사협회 이병일 회장은 "새 정부의 산업 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학계, 정부 관계자, 정치권 등과의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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