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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인도 구자라트주 북서부에 있는 아마다바드 국제공항에서 런던행 에어인디아 여객기가 추락해 인근 의대 등 건물에 부딪혔다. 건물을 덮친 비행기의 잔해가 보인다. AP연합뉴스 |
12일 추락한 에어인디아 여객기에서 탑승객 242명 중 단 한 명만 살아남은 데 대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인도계 영국 국적자인 비스와시 쿠마르 라메시(40)는 인도 서부 아마다바드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런던행 에어인디아(AI)171편 여객기 추락사고의 유일한 생존자다. 아마다바드 경찰은 “그가 비상구 곁에 앉았는데, 비상구 문밖으로 튕겨 나왔다”고 밝혔다. 힌두스탄타임스가 온라인에 공개한 탑승권을 보면 라메시의 좌석은 이코노미석 가장 앞줄에 있는 비상구 쪽 옆 좌석(11열A석)이었다. 이 여객기는 현지 시각으로 오후 1시 39분 이륙 직후 몇 분 만에 추락했다.
라메시는 이 사고로 부상을 입었지만 걸어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는 “일어나보니 주변에 온통 시신들이 있어 무서웠다. 일어나서 뛰었다. 주변에 비행기 파편들이 널려 있었다. 누군가 저를 붙잡고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데려갔다”고 힌두스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인도 언론들이 공개한 한 소셜미디어 영상에는 피 묻은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남성이 절뚝거리며 의료진의 부축을 받는 모습이 보인다.
라메시는 가슴, 눈, 발에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며 퇴원 가능한 정도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그는 영국에 살고 있으며, 결혼해서 아들을 한 명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자를 포함해 이 여객기 탑승자 242명의 국적은 인도 169명, 영국 53명, 포르투갈 7명, 캐나다 1명으로 영국 국적자가 인도 다음으로 많다.
여객기 추락사고에서 단 한명만 살아남은 것을 두고, 소셜미디어에선 ‘기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에이피통신은 과거 1987년 노스웨스트 항공 255편 추락사고 때도 4살 여자아이 한명만 생존했던 경우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미국 미시간주에서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향하던 노스웨스트 항공 255편은 이륙 직후 충분히 상승하지 못하며 활주로 인근 건물과 옆 가로등에 충돌했고 차량이 지나던 교차로까지 덮친 끝에 폭발해 승객과 승무원 154명이 숨졌다. 당시 교차로를 지나는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도 2명 숨졌다.
이날 사고가 난 에어인디아 여객기는 활주로에서 불과 1.5km 떨어진 인근 의료 단지의 의대 건물과 의사들이 많이 사는 거주지 사이에 추락하며 지상에서도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현지 경찰은 이날 “시신 265구가 시립병원에 도착했다”고 밝혔는데, 사망한 탑승객 241명 외에 최소 24명이 지상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경찰은 의대생 50~60여명가량이 부상을 입어 입원했다고 밝혔다.
해당 의대 학장은 “학생들이 식당에 있던 점심 시간에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며 “대부분 탈출했는데, 건물에 불이 나고 연기가 짙어 10~12명의 학생들이 (탈출하지 못하고) 갇혔다”고 영국 비비시(BBC)에 말했다. 또다른 목격자는 “비행기가 한쪽은 식당에, 다른 한쪽은 길 하나 건너인 의사들과 그 가족들이 사는 주거 시설에 떨어져 그쪽 피해도 클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현장 구조대원들과 의료진, 보안 요원들은 지상에서 30명 넘게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구조대는 화재를 진압하는 한편으로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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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에어인디아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가 수색 및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UP연합뉴스 |
인도 민간항공국(DGCA)은 이 여객기가 이륙한 지 몇 초 만에 구조 신호를 보낸 직후 상공 190m 지점에서 항공 교통관제 연결이 끊겼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시시티비 영상엔 여객기가 이륙 뒤 고도를 맞추려 애쓰다 천천히 하강하며 추락하는 모습이 담겼다. 추락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비비시에 ‘플랩’ (비행기 날개 뒤쪽에서 이륙 시 펼쳐지며 양력을 받게 해 주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그 외에도 조류 충돌 가능성, 극히 드물지만 비상 엔진까지 고장 났을 가능성 등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고 기종이 보잉의 최첨단 중장거리 기종인 보잉787 드림라이너로 알려지며 보잉 주가는 7%이상 폭락했다. 보잉 쪽 최신 모델인 보잉787 드림라이너 기종이 사고가 난 것은 2011년 상업 운항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보잉은 지난 2018~2019년 737 맥스 기종이 두 차례 추락하며 안전성 논란에 휘말렸고, 사고 원인이 설계 결함과 조종사 교육 미흡으로 드러나며 당시 해당 기종은 전세계적으로 18개월간 운항이 중단됐다. 이번 에어인디아 사고 기체는 2013년 첫 운항을 시작, 2014년에 에어인디아에 인도됐다. 운항 거리도 특별히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항공사들도 보잉787을 장거리 노선에 투입해 운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2일 국내항공사와 항공청 관계기관에 공문을 보내 비행 전 안전점검 등을 강화해 줄 것을 지시했으며, 이번 사고 기종인 보잉 787 드림라이너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 시행을 검토 중이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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