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어렵겠지만, 애플은 이미 게임 분야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게임은 모바일에서 이뤄지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판매량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은 모바일 게임 기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애플은 ‘진짜 게이머’에게 어필하고자 끊임없이 시도하는 듯 보인다. 올해 WWDC 2025에서도 애플은 게이머와 게임 개발자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내세웠고, 그 발표는 지난 몇 년과 매우 유사하게 느껴졌다. 애플 플랫폼에서의 게임 경험이 얼마나 뛰어난지, 개발자에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고, 이젠 게임 전용 앱까지 생겼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의 시도가 애플 플랫폼을 ‘게이머가 신경 쓰는 무대’로 만들지 못했듯, 올해 전략 역시 마찬가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도 게이머들이 맥을 외면하게 만드는 핵심 문제를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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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와 ‘진짜 게이머’는 다르다
대부분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약 30억 명 정도가 비디오 게임을 한다. 이 중 절반은 모바일 게임 중심이며, 나머지 절반은 콘솔 또는 PC를 중심으로 즐긴다. 매출 측면에서도 모바일 게임이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즉, 모바일이든 아니든 게임을 즐긴다면 누구나 ‘게이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엔 “진짜 게이머”, 즉 게임을 주요 여가로 삼고, 정체성의 일부로 여기는 핵심 이용자층이 존재한다. 이들은 대개 콘솔이나 PC에서 대작(AAA) 게임을 즐기며, 게임패드나 키보드·마우스를 사용하는 플레이 방식을 선호한다. 영화와 드라마로 확장되는 브랜드 대작 게임을 중심으로 소비하며, 이들에게 있어 터치스크린 게임은 주류가 아니다.
이런 게임도 애플 플랫폼에서 실행할 수는 있지만, 애플 플랫폼에서 플레이하거나 출시하는 것이 더 낫다고 느끼게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게임 앱? 표면만 살짝 간지럽힐 뿐
애플은 이 핵심 게이머층을 사로잡기 위해 올해 두 가지를 시도 중이다. 첫 번째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에 ‘게임(Games)’ 앱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 앱은 게임 센터의 친구 목록, 업적, 리더보드를 통합해 친구에게 도전장을 보내거나 멀티플레이 게임을 즐기는 소셜 기능을 제공하며, 앱스토어에서 구매한 게임 목록과 애플 아케이드 접속 기능도 갖췄다.
이런 구성은 나쁘지 않지만, 소셜 기능은 매우 부족하다. 시스템 차원의 음성 채팅, 멀티플레이 연동 파티 기능은 오늘날 게임 플랫폼에서 기본인데, 애플은 여전히 이 기본을 제공하지 않는다. 특히 맥에서는 이 앱이 웹이나 다른 스토어에서 설치한 게임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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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게임 중 오버레이 메뉴를 호출하는 기능은 의미 있는 개선이다. 게임 중에도 시스템 설정, 친구 목록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이 기능은 비록 수년이나 늦었지만, 최소한 이제야 도입됐다.
두 번째 변화는 맥OS 타호의 Metal 4 및 개발자 도구 개선이다. 프레임 보간(frame interpolation)과 노이즈 제거(denoising) 기능이 추가됐으며, 이는 PC 게임 환경에 비하면 한참 늦었지만, 격차를 좁히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핵심 문제는 여전히 ‘가격 대비 성능’
애플이 여전히 다루지 않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모바일이 아닌 맥 기반 게임은 고급 사용자에게 최악의 가성비를 제공한다.
사람들은 애플 기기가 다소 비싸다는 점을 감수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 5 수준의 게임 성능을 기대하려면 최소한 M4 프로 칩이 탑재된 맥이 필요하다. 가장 저렴한 선택지는 1,400달러짜리 맥 미니지만, 같은 가격의 게이밍 PC는 실제 게임 성능이 최소 두 배 이상 높다.
최신 AAA 게임을 원활하게 돌리려면 M4 맥스가 탑재된 맥 스튜디오에 CPU·GPU 풀 옵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이 구성은 2,500달러에 이르며, 이 정도 가격이면 게임보다는 100개 트랙짜리 오디오·영상 편집용 장비로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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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말해, 800달러짜리 아이폰이 500달러짜리 갤럭시보다 게임 성능이 절반에 불과하다면? 맥이 바로 이런 상황이다. 성능은 절반, 가격은 두 배라는 게임 플랫폼은 게이머의 선택지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게임용 키보드·마우스 부실, 멀티유저 로그인 부재, 소파 협동 플레이 지원 부족 등 기본적인 게이밍 UX 전반이 결여돼 있다. 이는 단순히 ‘애플 프리미엄’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설계 미스다.
플레이할 만한 최신 게임 부족
설령 하드웨어가 괜찮다 해도, 애플 플랫폼엔 플레이할 게임이 없다. 애플이 WWDC에서 내세운 게임? 크림슨 데저트, 인조이(InZOI) 등, 핵심 게이머들이 가장 기대하는 작품이라 보기 어렵다.
‘주목할 만한 신작’ 목록은 이미 수년 전 콘솔·PC로 출시된 게임들로 가득했다. 예: 레지던트 이블 2·3 리메이크(2019·2020), 스나이퍼 엘리트 4(2017), 발하임(2021), 컨트롤(2019) 등
‘출시 예정’ 목록도 마찬가지였다. 스나이퍼 엘리트 5, 사이버펑크 2077, 데드 아일랜드 2, 히트맨 트릴로지 등이 언급됐지만, 진짜 게이머가 이미 오래전에 플레이하고 지나간 작품들이다.
게이머는 ‘지금 모두가 플레이하고, 온라인에서 이야기하는 게임’을 원한다. 트위치에서 생중계되고, 실시간으로 커뮤니티에서 소통되는 최신 게임들이 중요한데, 애플 플랫폼은 그런 흐름에 전혀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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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에만 강한 애플
모바일 게임에서는 애플이 독보적인 강자다. 아이폰은 성능 대비 가격이 뛰어나고, 비교적 저렴한 모델조차 안드로이드 경쟁 기기보다 게임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 또한 거의 모든 주요 모바일 게임이 아이폰을 기준으로 동시 출시되거나, 심지어 독점 제공되기도 한다.
하지만 고급 게임 시장에서는 정반대다.
애플의 플랫폼은 성능은 떨어지고 가격은 비싸다. 콘솔이나 윈도우 PC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보이스 채팅, 멀티 유저 로그인, 파티 기능조차 갖추지 못했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게임은 4년 뒤쯤이나 맥에 출시될지 모를 수준이다. 예외적으로 어쌔신 크리드 셰도우즈 같은 게임만이 드물게 예외일 뿐이다.
애플TV 4K는 대부분의 콘솔보다 저렴하지만, 성능은 13년 전 플레이스테이션 4 수준에 불과하다.
5년 된 플레이스테이션 5에 비해 8배나 부족한 GPU 성능으로는 게이머를 설득할 수 없다.
아이폰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 애플은 어떻게 했을까? 아이폰이 안드로이드보다 성능이 낮고, 인기 게임이 수년 늦게 출시되는 플랫폼이었다면? 애플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정책, 생태계를 통째로 바꿨을 것이다.
애플이 맥과 애플TV를 진짜 게임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게임 앱 하나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 하드웨어, 정책, 생태계 전반의 근본적인 리셋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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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 Cross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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