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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묶어도 과열" 토지거래허가제가 빠진 딜레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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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묶어도 과열" 토지거래허가제가 빠진 딜레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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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름 기자]

토지거래허가제는 가격이 끓어오를 것 같은 특정 지역의 부동산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정책적 조치다. 서울시는 올해 일부 토지거래허가제 대상이었던 아파트 단지를 해제했다가 집값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다시 제한을 걸었다. 토지거래허가제 만료 예정인 단지에서는 기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족쇄도 과열을 막진 못했다. 토지거래허가제의 효능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했어도 강남구 일대 아파트 가격은 급등했다.[사진 | 뉴시스]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했어도 강남구 일대 아파트 가격은 급등했다.[사진 | 뉴시스] 


서울시가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제의 고삐를 더 조였다. 서울시는 5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토지거래허가제 적용 기간이 끝날 예정이던 강남구ㆍ송파구 일대의 14개 아파트 단지에 토지거래허가제 적용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하는 지역에서 6㎡(주거지역), 15㎡(상업지역), 20㎡(녹지지역)를 초과해 토지를 거래하려면 실제로 거주하거나 사용한다는 걸 2년간 입증해야 한다. 실거주 조건을 걸어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거래를 하겠다고 결정을 하면 토지거래허가 신청서를 작성해 구청에 제출해야 하고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거래가 끝난다. 허가증을 받는 데까지는 15일이 걸리고 이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표➊).


거래가 끝난 후에도 토지거래허가제 대상인 부동산의 소유자는 매년 5~7월 실거주 여부 등을 조사를 받는다. 이 기간이 아니더라도 수시 조사를 시행해 현황을 파악학다. 결국 토지거래허가제를 통해 '투자'라는 이름으로 들어오는 자금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건데, 이젠 이마저도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있던 아파트의 가격까지 급등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표➋).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2 84.69㎡ 아파트의 거래 추이를 보자. 2024년 6월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31억6000만원이었지만 2025년 3월에는 38억7000만원으로 22.5% 상승했다. 대치동 은마 아파트 76.79㎡ 역시 2024년 6월 24억2000만원에서 2025년 5월 33억2000만원으로 1년 새 가격이 37.2% 뛰었다.


2024년 6월 16억9000만원이던 강남구 청담동 현대 84.78㎡ 아파트의 가격도 2025년 4월 18억5000만원으로 9.5% 상승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주공아파트 5단지(82.51㎡) 역시 2024년 7월 30억4600만원에서 2025년 5월 40억500만원으로 31.5%가 올랐다. 토지거래허가제 적용 대상이었는데도 적게는 9%에서 많게는 30% 이상 실거래가가 뛰어오른 셈이다.


실거래가만이 아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4년 6월 마지막주 90.4에서 2025년 6월 첫째주 96.2로 5.8포인트 상승했다(표➌). 반면, 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는 같은 기간 각각 16.5포인트(97.9→114.4), 13.5포인트(97.2→110.7), 13.0포인트(93.9→106.9) 올랐다.



강남구ㆍ송파구 등 강남3구라 불리는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인 아파트 매매가의 상승폭이 일반적인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보다 더 높았다는 얘기다. 이는 집값 과열을 막는 유용한 정책 중 하나였던 토지거래허가제의 효능이 이전과 다름을 잘 보여준다.


서울시는 현재 강남3구 일대 재건축 아파트와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 등 부동산 개발 여력이 큰 지역, 신속통합기획 및 공공재개발 후보지 등을 토지거래허가제 대상 지역으로 묶어뒀다.


지난 2월 서울시 측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등 투기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해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서울시는 결국 집값 과열이 이어지자 토지거래허가제의 1년 연장을 선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가 집값을 완전히 누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혹여 해제하더라도 과열을 막을 수 있는 다른 수단이 마땅치 않다. '투기'를 막는 토지거래허가제가 딜레마에 빠졌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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