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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어디로 갔나…호평과 혹평 사이, 감독과 배우가 전한 ‘비하인드’ [인터뷰]

헤럴드경제 손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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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어디로 갔나…호평과 혹평 사이, 감독과 배우가 전한 ‘비하인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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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광장’ 최성은 감독·소지섭 인터뷰
“원작 존중해 기준의 복수극 위주로 각색”
“가족애 때문에 벌어진 이야기로 기억하길”
넷플릭스 오리지널 ‘광장’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광장’ 스틸 [넷플릭스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웹툰 ‘광장’의 시작과 끝은 ‘광장’이다. 1대 1 주먹다짐으로 서열이 결정되는 단순한 규칙의 공간. 여의도 국회 광장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혈투는 이 세계에 남은 마지막 낭만처럼 느껴진다. 광장을 에워싼 조폭과 유력자들 간의 검은 커넥션, 그 속에서 주인공과 상대의 묵직하지만 처절한 몸짓. 드라마 ‘광장’을 기다렸던 이들이 기대했던 최소한의 지점은 바로 여기였을 테다.

지난 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광장’은 아킬레스건을 스스로 자르고 뒷 세계를 떠났던 기준(소지섭 분)이 조직의 2인자였던 동생 기석(이준혁 분)의 죽음으로 11년 만에 돌아와 그 배후를 파헤치며 복수하는 액션 느와르다.

작품의 원작인 동명의 웹툰이 큰 인기를 끌어 기대감이 컸기 때문일까. 이 작품은 공개와 함께 반응이 엇갈렸다. 극 중에서 사라져 버린 ‘광장’, 낯선 캐릭터의 등장, 그리고 웹툰과 달라진 전개. 공개와 동시에 원작 팬들의 ‘혹평’이 거세게 몰아쳤다. 그럼에도 ‘광장’은 ‘악플도 관심이다’란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단숨에 넷플릭스 글로벌 2위에 이름을 올리며 흥행 중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광장’에서 기준을 연기한 배우 소지섭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광장’에서 기준을 연기한 배우 소지섭 [넷플릭스 제공]



“인터뷰가 아니라 청문회에 온 것 같네요”(최성은 감독).

‘광장’을 연출한 최성은 감독과 주역 남기준 역을 맡은 소지섭은 지난 12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하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론’을 예상했다는 듯 기꺼이 “왜?”란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 나갔다. ‘청문회’ 같으면서도 ‘입장 발표회’ 같은 인터뷰가 이어졌다.

드라마 ‘광장’에는 광장 혈투 신이 없다. 극의 오프닝에 잠깐 ‘광장’의 모습이 비칠 뿐이다. ‘광장’없는 ‘광장’을 마주한 팬들이 느낀 실망감이 큰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소지섭은 “그간 원작 있는 작품을 꽤 했지만, ‘광장’은 팬들이 정말 웹툰을 사랑하는 것 같다”면서 “호불호가 있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성은 감독 역시 “당연히 호불호를 예상했지만, 모든 것이 기준이 결말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동력을 주기 위한 계산”이라고 해명(?)했다.

최 감독은 “오프닝을 통해 드라마 역시 뿌리는 여의도 ‘광장’에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기준이 싸우는 동력은 동생의 복수에서 이 세계 전체의 몰락으로 확대된다. 때문에 극에서는 ‘광장’을 당시 그곳에서 싸움을 구경했던 음지에 있는 사람의 총칭으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광장’을 연출한 최성은 감독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광장’을 연출한 최성은 감독 [넷플릭스 제공]



웹툰을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을 극의 마지막까지 끌고 갈 수 있는 방법도 필요했다. 기준의 1대 1 광장 대결에 비중을 두지 않은 것도 그러한 고민의 결과 중 하나다.


최 감독은 “‘마지막에도 다시 1대 1 광장 액션 장면을 넣어서 스토리의 호흡을 길게 가지고 가는 것이 맞나’란 고민이 있었다”면서 “극 중 수 차례 액션을 지켜본 시청자들이 피로도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멀쩡하지도 않은 기준과의 1대 1 싸움으로 극을 마무리 짓는 것이 마땅한가란 고민하에 극에 변화를 줬다”고 했다.

드라마 ‘광장’은 총 7화다. 1화부터 4화까지가 ‘세계 최강자의 복수극’이라는 원작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면, 5화부터 7화는 기석의 죽음 배후를 둘러싼 얽히고설킨 등장인물들의 욕망을 비추며 드라마 ‘광장’만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최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전자는 극의 1막, 후자는 2막이다.

2막에서는 복수의 마무리를 향해간다는 큰 틀을 제외하면 원작과 다른 전개가 펼쳐진다. 그 전개를 애끄는 것은 원작에는 없는 ‘김 선생’(차승원 분)이란 캐릭터다.


최 감독은 “김 선생이라는 인물이 ‘주운’과 ‘봉산’이 지탱하고 있는 판을 재편하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금손’(추영우 분)이란 흑막이 따로 있었다는 일종의 단계를 만들려고 했다”면서 “김 선생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넣음으로써 주운과 봉산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복합적인 욕망이 충돌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광장’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광장’ 스틸 [넷플릭스 제공]



일부 캐릭터들의 역할도 바뀌었다. 원작에서 기준이 자신의 마지막을 부탁하는 ‘춘석’은 드라마 4화에서 기준을 죽이려는 보스 구준모(공명 분)에게 맞서다가 죽음을 맞는다. 최 감독은 “기준이 준모를 향해 나아가려고 하는 직진성을 살려주려면 주위에서 누군가가 다시 화를 당함으로써 또 한 번의 발화가 필요했다”면서 “1막의 후반부에서 2막의 기준을 움직일 동기부여가 필요했고, 발화의 역할을 한 것이 춘석”이라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각색과 캐릭터 변화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따지자면 모든 변화는 원작을 최대한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부였다. 원작을 그대로 드라마에 담아내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수많은 버전 속에서 드라마 ‘광장’은 메가폰을 잡은 연출자로서 선택한 최선의 해답이었다.

최 감독은 “결코 원작의 뭔가를 배제하자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원작 버전으로 끝까지 가보기도 하고, 또 다른 버전으로도 가보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며 “처음부터 우리의 지향점은 원작을 유지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소지섭은 “‘광장’의 큰 그림 자체는 원작과 비슷한 구조를 띠고 있다”면서 “거기(원작)에서의 기준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고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광장’ 비하인드 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광장’ 비하인드 컷 [넷플릭스 제공]



감독이 표현하고 싶었던 ‘광장’은 무엇이었을까. 기준이 그려내는 형제지간의 사랑, 주운(허준호 분)과 봉산(안길강 분)이 보여주는 부자지간의 사랑, 그리고 보스와 부하 간의 충성으로 대변되는, ‘의리’란 형태의 사랑. 최 감독은 결국 “형제가 형제를 사랑해서 벌어진 이야기”라고 했다. 타 느와르물과 다른 광장만의 차별점이다.

최 감독은 “광장이 가족을 너무 사랑해서 벌어진 이야기로 기억되길 바란다”면서 “광장 속 인물들도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잘못된 행위와 결과로 이어졌을 뿐이다. 마치 영화 ‘테이큰’처럼 그 안에는 모든 것이 가족을 위해 벌어진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느와르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 감독은 인터뷰를 하면서 몇 번이고 자신이 “원작의 팬”임을 강조했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나온 ‘감독이 원작을 안 보고 만든 것 같다’는 농담섞인 비판을 의식하는 듯 보였다.

최 감독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팬들의 실망감은 다시한번 공감하지만, 이야기가 펼쳐지며 필요했던 설정들이라 생각해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한다”면서 “순수하게 어떤 이야기를 새로운 방향에서 접근했는지 지켜보며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소지섭은 “원작을 해하려고 작품을 만들지는 않는다”면서 “작품을 정말 잘 만들기 위해서 고민한 부분들이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원작을 사랑하시는 분들도 잘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