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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지섭 “'광장'으로 듣고픈 말? 소지섭 아직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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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지섭 “'광장'으로 듣고픈 말? 소지섭 아직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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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소지섭. 넷플릭스 제공.

배우 소지섭. 넷플릭스 제공.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배우 소지섭이 연기와 영화에 대한 식지 않은 열정을 드러냈다.

1995년 모델로 데뷔한 소지섭은 1998년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천년지애',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유령', '주군의 태양', '내 뒤에 테리우스'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는 영화다', '회사원', '군함도', '자백' 등의 영화를 히트 시키며 톱스타 자리를 지키고 있다.

30년간 품에 안은 트로피도 한가득이다. 2000년 'SBS 연기대상' 신인상(왕룽의 대지), 2009년 '제4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영화는 영화다), 제22회 그리메상 최우수 남자 연기상(카인과 아벨), 2018년 'MBC 연기대상' 대상(내 뒤에 테리우스) 등 신인상부터 대상까지 차근차근 수집했다.

2004년 방송한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최근 재열풍을 부는 것처럼 그가 주연한 드라마와 영화들은 오랜 세월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명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남다른 안목을 지닌 그의 '열일'을 바라는 팬들은 많았지만, 소지섭은 결코 급하지 않았다. 한 작품을 마친 후 2~3년의 공백을 둘 만큼 천천히, 신중하게 행보를 밟아왔다.

지난 6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광장'도 장고 끝에 탄생했다. 2022년 MBC '닥터로이어' 이후 3년 만의 주연드라마이자, 2012년 영화 '회사원' 이후 13년 만에 도전하는 누아르 작품이다. 극 중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어둠의 세계인 '광장'을 떠났지만, 조직 2인자였던 동생의 죽음으로 11년 만에 돌아와 복수하는 킬러 남기준 역을 맡았다.

긴 시간 준비 끝에 대중 앞에 서는 만큼 소지섭은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액션 장면을 완성했다. 덕분인지 작품에 대한 엇갈린 평가와 별개로, 소지섭에 대한 반응은 호평일색이다. 그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이번 드라마를 통해 '아직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드라마 '광장' 스틸.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광장' 스틸. 넷플릭스 제공.


-3년 만의 드라마다. 출연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누아르 장르를 좋아하고, 시나리오가 귀하다. 내가 알기로는 제작진이 첫번째로 제안 주신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오래간만에 내가 잘하는 것, 어울리는 걸 하고 싶었다.”

-원작 웹툰은 봤나.

“처음에는 웹툰이 있는 줄 모르고 시나리오를 받았다. 그러다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웹툰을 찾아 봤는데 재미있었다. 드라마 제작 소식이 알려진 후에 보니 웹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 작품 찍을 때는 잘 몰랐다가 지금에서야 원작에 대한 인기를 더욱 실감하게 돼 정말 깜짝 놀랐다.”

-원작과의 차이 때문에 시청자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데.

“전에도 원작이 있는 작품을 몇 번 해봤다. 중요한 건, 큰 돈을 들여 판권을 사들이고, 공 들여 영상화를 하는데 원작을 해하려는 마음으로 그렇게 하는 제작진은 없다는 것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시청자 사이에서 호불호가 생기는 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원작을 똑같이 만들 수 있고, 각색을 할 수도 있고, 많이 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해도 다양한 반응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드라마에는 서사가 더 생겼고, 직진하는 에너지나 액션은 원작과 다른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저는 각색된 버전을 보고 출연을 결정했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했다.”


-복수에 나서는 킬러의 모습 때문에 한국판 '존 윅'이란 반응도 많았다.

“'존 윅'과 비교되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드라마가 만들어질 때는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주니 재미있기도 하고, 생각도 못 한 반응이라 신기하다. '존 윅' 속에서 존 윅이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 계기는 반려견인데, 극 중 내 동생으로 나오는 이준혁이 그 반려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더라. 내가 다 미안해진다. 하하!

-다른 누아르 작품 속 조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동안 봤던 조폭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담배 피고, 욕하는 모습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옷도 정장으로 맞춰 입었다. 멋있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기준이라는 인물은 직업상 결코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시리즈를 끌고 가려면 보는 사람이 이해가 되고, 불쌍하면서 처절한 마음이 들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건 남기준의 마음가짐이었다.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계속 찾아가며 간절함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배우 소지섭. 넷플릭스 제공.

배우 소지섭.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는 처음인데 어땠나.

“처음으로 다른 나라에 내 주연드라마를 보여주는 경험을 했다. 캐릭터가 대사가 많지 않고, 액션이 많지 않나. 누가 봐도 이해하기 쉽고 통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그런 매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첫 넷플릭스 드라마를 통해 제가 연기할 수 있는 영역이 하나 더 늘어난 느낌이다. 저한테는 분명히 해소의 기회였지만, '광장'이 (대중에)어떤 작품으로 남을 지는 더 지나가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액션에 대한 수위 조절은 어떻게 했나. 아킬레스건이 끊어진 캐릭터의 액션을 보여줘야 하니 고민이 많있을 것 같다.

“촬영을 하면서 계속 (수위의 선을)만들어갔다. 남기준이 처벌만 할 것이냐, 완전히 응징을 할 것이냐 생각하며 수위 조절을 많이 했다. 가면 갈수록 센 상대를 만나고, 일 대 다수의 적을 만난다. 그래서 자칫 매회가 '챌린지'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강약조절에 신경을 써야 했다. '핸디캡'에 대한 표현은 공간감을 최대한 활용했다. 직진하되, 뒤로 돌아가는 모습은 보여주지 말자 생각했다. 그래서 좁은 복도 등을 파고드는 등 공간의 힘에 기대 나를 향해 차례로 돌진하는 적들을 밀어내며 천천히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설령 비슷해 보이는 액션일지라도 손에 든 무기, 디테일 등을 전부 다르게 했다. 다리를 거의 안 쓰니 편한 점도 있었지만, 절대 쉽지 않았다. 여태 했던 액션 작품 중 제일 힘들었다.”

-작품을 위해 다이어트도 했는데.



“극이 진행되면서 점점 말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촬영 전 95㎏에서 70㎏ 중반까지 빼고 시작했고, 촬영하면서 계속 다이어트를 했다. 다행히 순서대로 촬영을 하게 돼 변화하는 모습이 잘 나왔다.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해서인지 아직은 괜찮다. 관절이 안 좋긴 하지만, 그래도 다행히 체력이 되더라. 닭가슴살 먹고, 헬스 열심히 하면서 잘 다이어트 했다.”

-추영우, 공명 등 함께 촬영한 후배들은 어땠나.

“추영우 씨는 현장에서 정말 열정적인 친구였다. 에너지가 매력적이라 느껴졌다. 공명 씨는 이미지 자체가 순둥하고, 러블리하지 않나. 그런데 현장에서 전혀 다른 에너지로 연기를 하니까 보는 재미가 있더라. 스스로도 연기하는 걸 재미있어 하는 모습이 보였다. 자주 마주치지 않아서 아쉬울 뿐이었다. 공명 씨의 '돌아 있는' 눈빛을 보는 게 재미있었다. 단순히 연기하려고 액션을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재미있어 하는 기운이 느껴졌다.”

드라마 '광장' 스틸.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광장' 스틸. 넷플릭스 제공.


-누아르 액션에 대한 갈증은 풀었나.

“오랜만에 (누아르를)한 것은 그동안 시나리오가 없었고, 좀처럼 내게 연이 닿지 않았다. 이번 드라마로 스스로는 만족하고 있다. 액션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나이가 들어도 누아르는 계속하고 싶다. 누아르 액션이 확실히 에너지가 다르고, 심장이 뛴다. 고전인 '대부'부터 '피키 블라인더스'까지 웬만한 누아르 작품은 다 챙겨본다.”

-아내 조은정 씨의 반응은 어떤가. 최근 '광장'을 홍보하기 위해 출연한 유튜브 콘텐트들에서 결혼을 추천해 '사랑꾼'이란 수식어도 붙었는데.



“아내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것도 있지만, 내가 고생한 부분이 보이니까 '고생했다'고 말을 해주더라. 촬영할 때에는 특별하게 잘 해줬다. 내가 전과 좀 달라 보이는 것은 결혼을 해서 안정감이 생긴 것도 있지만, 이제는 연기한 지 30년 가까이 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변하게 되는 것 같다. 주연으로서 작품을 선택하고, 공개하려면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모습들이 이전의 나와 다르게 보이는 것 같다. '사랑꾼' 수식어는 감사한데 민망하기도 하다. 콘텐트에서 '결혼을 추천한다. 하나보다는 둘이 좋다'는 말만 했을 뿐인데 '사랑꾼'이라니 쑥스럽다.”

-'광장'을 마친 후 모든 동료와 스태프들에게 금 한 돈 씩 선물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크게 화제가 됐다.

“금이어서 이슈가 된 것 같다. 사실 그동안 작품을 마칠 때마다 모든 스태프들에게 고생했다는 의미로 선물을 돌리곤 했다. 이번에는 그 품목이 금이었을 뿐이다. 주변의 몇몇은 '나는 왜 안 해줘'라고 하는데, 그럼 전 '나랑 다시 일 하든가, 그럼'이라고 받아 친다. 하하. “

-최근 tvN '뿅뿅 지구오락실3'에서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자주 등장해 OTT에서 역주행 인기를 몰고 있다. 어떤가.

“기분 좋다. 개인적으로 요즘 친구들이 드라마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다. 자세한 반응을 찾아보는 건 아니지만, 주변에서 말을 많이 해줬다. '뿅뿅 지구오락실3'를 실제로 봤는데 정말 재미있고, 신기했다. 드라마를 보며 우는 출연자들을 보면서 '그때의 감성이 와 닿네?' 싶기도 했다. 다만, 억지로 손목 잡기 같은 건 절대 따라하지 말라고 싶기는 하다.”

배우 소지섭. 넷플릭스 제공.

배우 소지섭. 넷플릭스 제공.


-영화사 찬란의 투자자로 활동하며 '서브스턴스' 등 다양성을 지향하는 영화들을 수입해 히트 시키지 않았나. 비결이 무엇인가.

“제 손은 '똥손'이다. 전적으로 찬란의 이지혜 대표님의 좋은 안목 덕분이다. 전에는 한 번씩 영화를 추천 드리곤 했는데, 요즘에는 영화사를 전적으로 믿고 있다. 요즘 영화계가 힘들어서 영화 수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조심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이름 때문에 한 명이라도 관객이 더 온다면 감사하다. 그러고 싶어서 (투자자로)이렇게 하는 거기도 하다. 좋은 칭찬이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관심 계속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 제작에는 관심이 있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다. 언젠가는 영화 마켓에 배우가 아닌 관계자로서 가고 싶다. 그러나 연출은 내 영역이 아닌 것 같다. 정말 할 게 많더라.”

-래퍼로서 음반도 많이 냈는데 새 앨범을 낼 생각은 없나.

“래퍼 활동은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 최근 대만에서 공연도 하고 왔는 걸. 하지만 정식 앨범은, 글쎄. 팬미팅 등 팬들을 만날 때 노래를 주로 하는데, 기왕 하는 것 새 노래를 보여주고 싶어서 음반을 준비해오곤 했다. 언젠가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면 (음반을)준비할 수도 있을 거 같다.”

-모든 작품마다 공백이 2~3년 정도 길게 있는 편이다.

“작품에서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감정적으로 완전히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편이다. 그래서 작품 사이의 공백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었다. 여행이 나름 도움이 된다. 불규칙적인 생활을 벗어나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도 좋다. 작품을 하지 않을 때는 매일 비슷한 루틴으로 살아간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그제야 안정감을 찾는 것 같다.”

배우 소지섭. 넷플릭스 제공.

배우 소지섭. 넷플릭스 제공.


-30년 가까이 연기를 한 이유와 원동력은 무엇인가.

“솔직히 지금도 왜 이 일을 계속 하고 있을까 생각한다. 나의 성격과 이렇게나 다른데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면 답은 모르겠다. 가면 갈수록 어렵지만, 한 작품을 끝내면 또 다른 작품을 보고 있더라. 연기는 나를 끌어 들이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쉽진 않지만, 계속 하고 싶다. 쉽지 않음이 49%,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51%다. 그러니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 행운이라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 어느 순간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무언가에 끌려서 계속 연기를 하는 과정 중에 아직 있는 것 같다.”

-동료들에게 금을 선물하고, 다양성 영화를 수입하는 등 돈을 '멋있게' 쓴다는 반응이 많다. '추구미'가 혹시 있는 것인가.

“돈을 멋있게 쓰고 싶다. 돈이 더 많은 분들이 더 멋있게 써줬으면 좋겠다. 생색을 내도 괜찮으니 다양한 곳에 써줬으면 좋겠다. 그걸 다른 사람들도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선순환이 생기지 않겠나. 나이가 들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기운이 뻗어 나가고, 연기에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온다. 그래서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거다.”

-앞으로의 목표, 그리고 '광장'으로 듣고 싶은 반응은?

“사실 나는 욕심이 별로 없다. 지금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욕심도 없다. K콘텐트가 잘 만들어지고 있어서 좋다. 차기작은 계속 보고 있다. 액션을 더 해보고 싶기도 하고, 멜로도 관심이 생긴다. '광장'으로는 '소지섭 아직까지 괜찮은데?. 그런 이야기 듣고 싶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hll.kr

사진=넷플릭스 제공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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