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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재산 논란’ 오광수 민정수석 사의 표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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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재산 논란’ 오광수 민정수석 사의 표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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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특검, 이철규 의원 자택·사무실 압수수색
‘검찰주의자’ 대부분인 특수부 출신… 검찰개혁 적임자 논란에 실정법 위반까지

오광수 민정수석.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오광수 민정수석.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5년 6월13일 이재명 대통령실의 오광수 민정수석비서관(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 6월8일 임명을 받은 지 닷새 만이다. 이 대통령은 오 수석의 사의를 바로 수용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직 낙마다.



오 민정수석 임명은 이 대통령의 인사와 검찰개혁의 첫 시험대였다. 오 수석이 검찰 특별수사부(특수부) 출신이어서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인 검찰개혁의 적임자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 수석의 부인이 소유한 부동산을 오 수석의 친구에게 명의신탁했고 이를 고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도 빠뜨린 사실도 드러났다.





특수부·대검 중수부 거친 ‘특수통’



앞서 6월10일 오 수석은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에 대해 “송구하고 부끄럽다.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한 바 있다. 사실상 명의신탁과 재산공개 누락 사실을 인정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6월11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부 부적절한 처신이 있다. 본인이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잘 표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오 수석의 부인은 2005년 자신이 소유한 경기도 화성의 건물과 토지를 오 수석 친구의 이름을 빌려 맡겼고 이에 대해 각서까지 쓴 것으로 드러났다. 오 수석의 부인은 2020년 소송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고 이 부동산을 돌려받았다. 특히 오 수석은 검사장이던 2012~2015년 공직자 재산신고에도 이 부동산을 포함하지 않았다. 차명 신탁은 부동산실명법 위반이고, 신고 누락은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다. 검사 출신인 김용남 전 의원은 “실정법 위반이 사실이라면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대통령 민정수석으로는 부적절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오 수석의 또 다른 문제점은 그가 검찰 출신이고 대부분 기간을 수사 검사로 특수부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대검 중수부) 등에서 일했다는 점이었다. 그는 수사 검사의 핵심 보직 중 하나인 대검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거쳤다. 문재인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 수석이 검사 시절 (특수부 검사들의 리더였던) 최재경 전 검사장과 가까웠다고 알고 있다. 이런 좋은 보직을 맡은 것은 그만큼 검사 선배들의 말을 잘 들었다는 얘기다. 끈끈한 인맥으로 살아가는 특수부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특수부 검사들은 대부분 검찰주의자다. 검찰은 영원하고 대통령은 잠시라고 본다. 검사 시절엔 출세를 위해 물불을 안 가리고, 검사를 그만두면 전관 특혜를 받아 큰돈을 번다. 오 수석이 검찰개혁이나 민주주의, 인권을 위해 일할 것이라는 어떤 근거도 없었다”고 말했다.



2025년 6월8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왼쪽 둘째)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정무수석, 강 비서실장, 오광수 민정수석, 이규연 홍보수석.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2025년 6월8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왼쪽 둘째)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정무수석, 강 비서실장, 오광수 민정수석, 이규연 홍보수석.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개혁 의지 있다지만 검찰 요구 들어줄 여지도



물론 특수부 검사 출신이라는 점만으로 오 수석이 민정수석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특수부 검사 출신이어서 민정수석을 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우려에는 근거가 있었다. 따라서 오 수석 스스로 검찰개혁에 대한 생각이나 추진 계획을 밝혔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논란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민정비서관을 지낸 이광철 변호사도 “특수부 검사 출신이라고 검찰개혁 의지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 검사 출신이 민정수석을 맡는 것에도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고 의지가 있었다는 점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오 수석에게 검찰개혁 의지가 있으며 검찰을 잘 아는 사람이 개혁해야 매끄럽게 할 수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 검찰개혁을 대통령실과 국회, 법무부가 함께 협력해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6월7일 이 대통령은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그 인사는 검찰과 소통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이다. (오 수석의)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도 확고한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검찰에 대해 직접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사로 (민정수석을) 했다”고 말했다고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이 6월9일 전한 바 있다. 역시 이 자리에 참석했던 김성환 민주당 의원도 6월9일 “검찰을 개혁해야겠다는 대통령 의지가 흔들린 것은 아니다. 실제로 법무부 장관과 국회가 제도를 바꾸는 일을 주로 하는 것 아니냐. 대통령이 왜 개혁을 하려고 하는지 검찰 내 ‘관계망'이 있는 사람이 가서 설득하고 달래기도 하며 개혁을 추진해야 훨씬 더 잘되지 않겠냐는 취지의 인사”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검찰을 개혁할 때 특수부 검사 출신 민정수석은 검찰 쪽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는 가시지 않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도 “‘수사-기소 분리’는 검사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혹시 검사 출신 민정수석이 검찰에 일부 수사권을 남겨두는 ‘수사-기소 조정’을 하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서보학 교수도 “민정수석은 법제도 개혁뿐 아니라 검찰 인사에도 관여한다. 인사를 통한 개혁도 중요한데, 검사 출신 민정수석이 과연 검찰 내 인적 청산을 할까. 또 수사-기소를 분리하면 검사들이 이미 폐지한 수사지휘권을 다시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데, 과연 민정수석이 이것을 잘라낼까.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이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의 대표적 검찰개혁론자인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도 “수사-기소 분리를 한다고 검찰개혁이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검찰의 수사 인력을 옮기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반드시 법무부가 아닌 다른 부처 산하로 보내야 한다. 법무부 소속이면 언제든 다시 기소청과 결합할 수 있다. 또 중수청엔 검사를 두지 말아야 하는데, 만약 중수청으로 가는 검사에게 검사 지위를 인정하면 바로 검사들이 중수청을 장악하게 된다. 이런 문제에 검사 출신 민정수석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우려됐다”고 말했다.





2025년 6월11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청법 폐지, 공소청 신설 등 검찰 개혁을 위해 발의한 법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경태, 민형배, 김용민, 강준현, 김문수 의원. 연합뉴스

2025년 6월11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청법 폐지, 공소청 신설 등 검찰 개혁을 위해 발의한 법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경태, 민형배, 김용민, 강준현, 김문수 의원. 연합뉴스


오 수석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내란과 김건희, 채 상병 등 3대 특검법이 6월10일 공포된 것도 검찰개혁과 관련해 부담스러운 대목이었다. 3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 수는 120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이 특수부 검사다. 이들이 3대 사건에 대해 성과를 낼수록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약해지고 검사들의 저항은 강해질 수 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도 초기에 검찰이 수사 성과를 내면서 검찰개혁의 동력을 잃었다. 노무현 정부 때 안대희 중수부장이 이끈 ‘대선자금 수사’, 문재인 정부 때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끈 ‘적폐 청산’ 수사였다.



황운하 의원은 “3개 특검을 통해 윤석열, 김건희를 구속하면 이렇게 수사 잘하는 검사를 없애는 것이 맞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그래서 빨리 검찰개혁 일정을 발표해야 한다. 2025년 하반기에 관련 법안을 모두 처리하고 2026년 상반기에 준비(시행 유예)한 뒤 2026년 하반기부터 바로 시행해야 한다. 정권 초기에 처리하지 않으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보학 교수도 “특검이 성과를 내면 수사는 검사가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때 이 대통령이 ‘수사-기소 분리는 그대로 갈 것이고, 더 이상 검사는 수사를 하지 않는다’고 과감히 선언해야 한다. 분위기에 휩쓸리면 검찰개혁은 실패하고 엎드렸던 검사들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광수 민정수석 임명과 관련해 우려가 없다고 말한 전문가는 없었다 . 그러나 검찰개혁 실행에 대해서는 낙관하는 의견도 있었다 . 시민사회의 대표적 검찰개혁론자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 결국 이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 현재 국민의 검찰개혁 요구가 강하므로 대통령도 피해가지 않고 실행할 것으로 본다 ” 고 말했다 .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모임 오동현 대표는 “ 현재 새 정부 과제 중 검찰개혁의 순위가 매우 높다 . 대통령이 검찰의 잘못을 몸으로 겪었고 중요 과제는 스스로 챙기는 스타일이어서 반드시 개혁할 것으로 본다 ” 고 말했다 .





검찰개혁, 대통령이 직접 장악해야



물론 신중론도 많았다. 김용남 전 의원은 “아직 법무부 장차관도 임명되지 않았다. 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도 6월11일 제출됐다. 검찰개혁은 이제 시작이다.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승수 대표는 “국민 여론이나 국회 의석은 검찰개혁을 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당의 의지와 역량은 아직 알 수 없다. 그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희 명예교수는 “검찰개혁은 민정수석에게 맡기지 말고 이 대통령이 직접 장악하고 해나가야 한다. 맡 겨놓았다가 잘못되면 대통령도 큰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초기 검찰개혁의 성패를 가늠할 잣대는 무엇일까? 최강욱 전 의원은 두 가지를 강조했다. “먼저 검찰개혁의 다른 축인 법무부 장차관 인사를 봐야 한다. 둘째는 6월11일 민주당 의원들이 낸 검찰개혁 법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봐야 한다. 두 가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보학 교수는 “개혁은 시기가 중요하다. 내용은 이미 다 나와 있다. 정권 초기에 빨리 법안을 통과시키고 시행 유예(준비) 기간도 최소화해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검찰개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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