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진 기자]
고교생들의 시적 상상력과 문학을 향한 열정을 담아낸 김개영 작가의 장편소설 『열여덟의 해방일지』가 2025년 4월 23일 미다스북스를 통해 출간됐다. 2002년 강원도 속초의 실화를 바탕으로, 고등학교 문학동아리 '바람소리'를 지키기 위한 청소년들의 저항과 연대, 성장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출간 전부터 교육 현장과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비평준화 지역의 억압적 학교 분위기 속에서도 시를 쓰며 '해방'을 꿈꾸는 열여덟 살의 청춘들이다. 시 쓰기가 "내가 나에게 주는 해방"라고 말하는 그들의 외침은, 오늘날 여전히 입시 경쟁에 내몰려 있는 청소년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김개영 작가를 만나 이 소설에 담긴 진심과 그가 지나온 시간을 들어봤다.
Q. 『열여덟의 해방일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고교생들의 시적 상상력과 문학을 향한 열정을 담아낸 김개영 작가의 장편소설 『열여덟의 해방일지』가 2025년 4월 23일 미다스북스를 통해 출간됐다. 2002년 강원도 속초의 실화를 바탕으로, 고등학교 문학동아리 '바람소리'를 지키기 위한 청소년들의 저항과 연대, 성장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출간 전부터 교육 현장과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비평준화 지역의 억압적 학교 분위기 속에서도 시를 쓰며 '해방'을 꿈꾸는 열여덟 살의 청춘들이다. 시 쓰기가 "내가 나에게 주는 해방"라고 말하는 그들의 외침은, 오늘날 여전히 입시 경쟁에 내몰려 있는 청소년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김개영 작가를 만나 이 소설에 담긴 진심과 그가 지나온 시간을 들어봤다.
Q. 『열여덟의 해방일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한마디로 저항과 해방의 이야기입니다. 억압적 입시체제에 대한 청소년들의 유쾌한 반란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들은 학교의 탄압, 학생부장의 방해, 친구들 사이의 오해 등을 겪으면서도 끝내 문학을 통해 자신만의 자리와 목소리를 찾습니다. 요즘 한국 문학에서는 보기 힘들어진 '저항과 연대, 승리의 서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문학이 가진 효능감을 더했습니다. 대부분의 인물들은 가족과 관련해서 불우한 환경에 처해 있는데, 문학은 그러한 결핍과 상처를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매개가 됩니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에는 실제 고등학생이 쓴 시들이 실려 있어 더 생생한 울림이 있습니다. 우리 문학사에 별로 등장하지 않는 속초라는 로컬리티도 드러내고자 노력했습니다.
Q. 이 이야기는 실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요?
네. '바람소리'는 실제로 제가 몸담았던 문학동아리였고, 학교 측의 해체 명령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키기 위해 많은 학생들과 함께 싸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작품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시험을 거부하고 시험지로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운동장으로 날려보내는 장면도 실제 저희 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고3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 주저하는 마음이 아예 없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바람소리를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오기라고 해야 하나요? 학교의 부당한 처사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Q. 이 이야기는 실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요?
네. '바람소리'는 실제로 제가 몸담았던 문학동아리였고, 학교 측의 해체 명령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키기 위해 많은 학생들과 함께 싸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작품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시험을 거부하고 시험지로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운동장으로 날려보내는 장면도 실제 저희 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고3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 주저하는 마음이 아예 없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바람소리를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오기라고 해야 하나요? 학교의 부당한 처사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한편으로는 삶에 있어서 문학이 주는 효능감 같은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저는 다소 불우한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어서 남들처럼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늘 불만이 많았어요. 그런데 바람소리에 들어오니 저보다 더한 친구들이 많았어요. 서로의 결핍을 알아봤다고나 할까요. 결핍이나 상처는 어쩌면 남들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상상력의 깊은 우물이라는 사실도 그때 깨달았습니다. 그때야말로 제 인생에서 가장 뜨겁게 문학을 믿었던 시기였습니다. 학교는 우리를 끈질기게 괴롭혔지만 결국 저희를 인정해줬어요. 졸업식 날, 바람소리 활동으로 학교 명예를 드높였다고 제게 공로상도 주었으니까요.(웃음) 그 외에 남몰래 저희를 도와주었던 선생님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 후로 바람소리는 거의 제 삶과 동격이 되어버렸습니다. 가끔 문학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어떻게 지켜낸 바람소리인데.' 하는 생각이 저를 붙들곤 했죠. 제게 바람소리는 곧 문학적 열정의 다른 말이었습니다.
Q. 제목에 '해방'이라는 단어를 넣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을 억누르는 교칙, 시험, 비교, 차별 속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저 역시 시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내가 나에게 주는 해방'을 경험했어요. 그 해방은 바깥의 어떤 거대한 것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옭아매는 두려움과 체념을 깨뜨리는 감정입니다. 김수영이 그랬던가요? 시정신은 저항의 정신이라고요. 익숙한 것이 실은 억압일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억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각하고 맞서는 것이 진정한 해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에워싼 억압적 구조에서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청소년이나 성인이나 모두가 공감하는 요소 아닐까요?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제목과 유사해서 망설였지만, 이 소설의 의미와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해방'이 가장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했어요.
Q. 시대적 배경이 2002년이라는 점도 인상 깊습니다.
2002년은 대한민국 전체가 월드컵의 붉은 물결 속에서 하나가 되었던 시기이자, 젊은 세대가 문화적으로 각성하던 시기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친구' 같은 영화, 채팅방과 인터넷 커뮤니티.... 많은 변화가 있었죠. 오늘날처럼 갈등과 혐오가 짙은 시대에, 그 시절의 열정과 순수, 연대를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판타지나 힐링 소설이 가득한 요즘, 사람들은 오히려 실제를 바탕으로 하는 현실 이야기에 갈증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요? 레트로 감성 또한 아날로그적 삶이 주는 여유나 느림, 인간다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2002년은 우리 모두가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 그야말로 기적적인 승리를 이룬 해입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그 평범하다 못해 심심하기까지 한, 붉은 악마의 캐치프레이즈가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선명히 각인되던 한 해였습니다. 이 작품 속 청소년들 또한 동아리를 사수함으로써 그에 준하는 성취를 이루어냈습니다.
Q.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이 소설이 어떤 의미가 되었으면 하나요?
누구에게나 시적 순간은 찾아온다고 믿습니다. 여기서 시적 순간은 단순히 문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낯익은 세상 가운데에서 어떤 낯선 의미를 발견하여 영혼의 성장으로 이끄는 순간입니다. 당장은 눈앞의 성적과 현실 때문에 좌절할 수도 있지만, 나를 향한 진심 어린 질문과 억압적 현실에 대한 자각만 있으면 결국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요즘이야 문학동아리를 한다고 하면 학교가 적극 도와주는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대개 입시에 도움되는 활동에 국한된다는 점에서 어떤 진정성이나 순수성이 결여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입시경쟁체제라는 거대한 억압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발걸음을 내딛는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보편성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진정한 '해방'이란 기존 시스템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다른 삶'을 꿈꾸는 데에 있는듯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열여덟의 해방일지』는 청소년 독자에게는 현재의 자신을 응원해주는 이야기, 성인 독자에게는 시적 순간으로 명명되는, 잊고 있던 어떤 시절을 불러오는 이야기이길 바랍니다. 단순히 힐링이 아니라 성장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우리 마음 속에는 언제나 해방을 꿈꾸는 문학소년과 문학소녀가 살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 소년과 소녀가 늘 깨어있게 만드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인간적 품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만의 발걸음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이 소설이 응원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작권자 Copyright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