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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부동산 거래가 집값 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주요국들은 자국 실정에 맞게 다양한 규제 방식을 도입해왔다. 일부 국가는 외국인의 주택 매입을 엄격히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으며, 다른 곳은 높은 세금 부과로 사실상 외국인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13일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외국인 부동산 취득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외국인 자본 유입이 자국 주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법과 행정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캐나다는 외국인의 주택 투기 자금이 밴쿠버 등 주요 도시로 대거 유입돼 집값을 자극했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2023년부터 외국인의 주거용 부동산 매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어 지난해 초, 캐나다 재무부는 이 조치의 유효 기간을 기존 2025년 1월 1일에서 2027년 1월 1일로 2년 연장했다.
주택 구매 금지 대상은 해외법인, 외국계가 소유한 캐나다 법인, 일반 외국인 개인 등이며, 근로 허가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 일정 요건을 충족한 유학생과 난민 등 실수요자는 예외다. 법이 규정한 금지 대상은 3가구 이하의 주택 및 콘도 등 일반 거주용 건물이며 외국인 개인은 물론 해외법인, 외국계 소유의 캐나다 현지 법인도 포함된다. 위반 시 최대 1만 캐나다달러(한화 약 1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며 매입 자체가 무효 처리될 수 있다.
이 법은 특히 중국인 중심의 외국 자금이 밴쿠버, 토론토 등 주요 도시에 유입돼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실수요 외 주택 투기 차단이 핵심 목적이다. 이에 서울시는 이 모델을 집중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는 외국인의 주택 거래에 대해 오래전부터 기존 주택 매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신축 주택 또는 개발 예정 부지에 한해 외국인의 매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 경우에도 반드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의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한다.
FIRB는 신청자의 국적, 자금 출처, 부동산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 위반 시 벌금 부과, 계약 무효, 강제 매각 조치까지 가능해 실효성이 높다. 또한 호주는 국방 관련 기지, 정보통신시설 등 국가 안보 관련 부지는 별도의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해 외국인의 거래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도 한다.
전체 국민의 약 80%가 공공주택(HDB)에 거주하는 싱가포르는 HDB을 내국인만 분양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외국인이 민간 주택을 매입할 경우 기본 세금 외에 60%의 추가인지세(ABSD)를 부과한다. 실질적으로는 고세율을 통해 외국인의 시장 진입 자체를 억제하는 방식이다. 국토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세금 장벽으로 실질적인 진입 억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외국인의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를 허용하지만 군사시설·항만 등 안보 관련 지역은 대외투자심의위원회(CFIUS) 심사를 통해 거래를 제한하거나 무효화할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계 자본의 농지 매입이 논란이 되며 일부 주에서 규제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김남정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실거주 목적 여부나 지역별 수요 집중도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 차등적 허가제가 바람직하다”며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권은 헌법상 보장된 경제적 자유권이지만 상호주의 원칙과 시장 안정이라는 공익이 우선될 경우 일부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투데이/천상우 기자 (1000tkdd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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