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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근절" 주장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의 '30년 부동산 투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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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근절" 주장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의 '30년 부동산 투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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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배우자와 함께 아파트·재개발 지역에 투기성 투자를 하고, 상가도 여러 채 사들여 약 30년간 시세 차익과 임대 수익을 거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부동산 불로소득에 기대지 않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왔다.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의 정책 멘토, 이재명 정부 국정 청사진 책임자
경제학자 출신인 이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 지역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함께 한 최측근이다. '기본 주택', '기본 소득' 등 이 대통령의 대표 공약을 설계했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때는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연구원 원장을, 더불어민주당 대표일 때는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을 맡았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재명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을 지냈다.

국정기획위원장은 ▲이재명 정부가 나아갈 국정 방향을 설정하고 ▲대선 공약을 정부 정책으로 가다듬고 ▲사실상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역할까지 맡는 중요한 자리다.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는 다음 주 월요일(16일) 출범한다.

"투기와 무관하다"던 이한주 위원장... 청담동 '재건축 예정 아파트' 매입
이 위원장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2021년 9월 처음 제기됐다. 보유 부동산이 많은 게 문제였다. 이 위원장은 당시 이재명 대선 캠프의 정책본부장이었다. 논란 직후 이 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자리에서 물러나며 일단락됐지만, 이 위원장은 부동산 투기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2021년 9월 SNS에 "투기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선 "정략적인 모략", "모해"라고 주장했다.


2021년 9월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SNS에 올린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입장문.
뉴스타파는 이 위원장이 2021년 9월에 낸 주장을 검증했다. 이 위원장은 물론 가족의 재산 내역까지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2021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투기성 부동산 매입 사례가 새롭게 드러났다. 이 위원장 가족이 약 30년간 아파트·재개발 지역·상가 투자 등을 통해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을 챙긴 사실도 확인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오른쪽).
2003년 6월, 이 위원장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삼익아파트' 35평형(공급 면적 114.19㎡, 전용 면적 107.21㎡) 한 채를 매입했다. 실거주 목적은 아니었다. 이 위원장은 2002년 8월부터 현재까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에 있는 본인 소유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 위원장 가족이 삼익아파트에 거주한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공직자 재산 신고 내역,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등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이 아파트를 계속 임대했다.


삼익아파트는 1980년에 만들어진 노후 아파트다. 이 위원장이 사들일 당시 이미 재건축 움직임이 있었고, 매입 직후인 2003년 9월 재건축 조합이 설립됐다. 2021년 재건축 공사가 시작됐고, 올해 말 새 아파트인 '청담 르엘'이 완공돼 입주할 예정이다.

삼익아파트 건물 등기부등본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등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재건축 착공 전 아파트를 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도 재건축 조합원이거나, 재건축 공사 도중 입주권을 매각(조합원 지위 양도)했다는 얘기다.

청담 르엘의 분양·입주권은 지난해 10월부터 거래됐다. 올해 3월 35평형(공급 면적 115.25㎡, 전용 면적 84.91㎡) 분양권이 52억 원에 거래됐다. 46평형(공급 면적 153㎡, 전용 면적 111.80㎡) 입주권은 70억 원에 달한다. 언론 보도와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2003년 6~7억 원대에 이 아파트를 사들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가격이 최소 7배 이상 오른 것이다. 입주권을 팔았든 아직 가지고 있든, 이 위원장은 큰돈을 벌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멘토' 역할을 해온 이유로, 이 위원장은 그동안 여러 번 언론에 출연해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얘기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꾸준히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 취임 당일인 지난 4일에는 MBN뉴스에 출연해 '부동산 투기 근절'을 주장했다. "강남 집값 지수가 너무 높다"고도 지적했다.

앵커 : 이재명 정부에서도 부동산 투기는 더 안 된다, 끝났다. 이런 확언이 가능할까요?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 : 그렇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는 모든 투기와 마찬가지로 투기가 투기를 부릅니다. 정부가 실패하거나, 실패할 여력이 보이게 되면 투기는 살아나기 시작할 겁니다..(중략).. 지금 (강남 집값은) 너무 높습니다. 정상적인 사람들의 정상적인 소득 활동으로 구입할 수 있거나, 최소한 살 수 있는 상황은 돼야 하는데 현재는 집값 가격 지수가 너무 높은 상태입니다.
-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 MBN 인터뷰 / 2025.6.4



이한주 국정기획원장이 2003년 매입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삼익아파트' 부지에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청담 르엘'
이한주 위원장 부부, '영등포 재개발 구역' 땅·상가 매입... 지금도 보유 중
2005년 5월, 이 위원장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5가에 있는 주상복합 '동남아파트'의 상가 대지 중 8.9평(29.51m²)을 사들였다. 동남아파트는 1971년 지어진 노후 건물이다. 주변에도 노후 건물이 많아 자연스레 재개발 논의가 나오던 곳이었다.

이 위원장이 부동산을 산 직후인 2005년 12월, 서울시는 '영등포1 도시환경 정비구역'을 지정 고시했다. 이 위원장이 대지를 사들인 동남아파트도 1-11 재정비(재개발) 구역에 포함됐다.

재개발 사업은 현재 진행 중이다. 2020년 재개발 조합이 설립됐고, 올해 재개발 사업 시행계획이 서울시를 통과했다. 조만간 철거가 시작된다.

동남아파트가 포함된 1-11구역에는 지하 9층, 지상 39층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인 '대우 영등포 써밋 드 씨엘'이 들어설 예정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보유한 동남아파트 상가 대지의 현 시세 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05년에 (대지와 상가를 모두 포함하면) 8,000만 원 정도에 샀을 텐데, 최근 시세를 보면 지금은 그때보다 7~8배는 뛴 것 같다. 얼마 전 동남 상가 4.46평짜리가 7억 5,000만 원에 매매됐다. 재건축으로 새로 들어설 주상복합 아파트는 35평형 기준 21~22억 원 정도로 본다.
- 서울 영등포구 동남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



2005년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일부 대지를 산 서울 영등포 재개발 구역 내 주상복합 아파트. 지난달 서울시에서 재개발 시행 사업계획이 통과했고, 수년 내로 재개발 공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2009년 9월, 이 위원장의 배우자 박 모 씨도 서울 영등포 재개발 구역 내 건물인 '남서울상가'의 대지 5평(16.5㎡) 지분(1/2)과 상가(전용 면적 75.18㎡) 지분(1/2)을 사들였다. 이곳도 2005년 서울시에 의해 영등포 1-12 재개발 구역에 포함됐다. 박 씨의 대지 지분 매입가는 4,000만 원이었다. 상가 지분 매입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등포 1-12구역 재개발 사업은 상당히 진척된 상태다. 지난해 3월, 1-12구역은 근처 재개발 구역 두 곳(1-14, 1-18 구역)을 흡수·통합하며 사업 규모를 확대했다. 커진 부지에 지상 49층 1,182세대 규모 주상복합 대단지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의 배우자 박 모 씨가 대지와 상가 지분을 보유 중인 서울 영등포구 재개발 구역 내 건물의 모습. 재개발 계획에 따르면, 지상 49층 규모 주상복합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1997년부터 '투기성' 부동산 거래... 2009년에는 미분양 아파트 매매
이 위원장 가족의 투기성 부동산 매입은 약 30년 전부터 시작됐다.

1997년, 이 위원장의 배우자 박 씨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21평(공급 면적 70.91㎡, 전용 면적 49.95㎡) 아파트 3채를 혼자 분양받았다. 1999년 아파트 입주 때 담보대출을 받아 3채 모두 매입했다. 당시 수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값으로 인해 많은 수요가 몰렸던 곳이다.

이 위원장 가족은 수원 아파트 매입 후 실거주하지 않았다. 3채 모두 임대를 준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 가족은 1993년부터 2001년경까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있는 본인 소유 아파트에 살았고, 이후 분당구 이매동에 아파트를 사 이사했다.

박 씨는 2013년 1월 수원 아파트 1채를 매각했고, 2019년 3월과 11월 나머지 2채를 팔았다. 매도 가격은 각각 1억 6,250만 원, 1억 9,100만 원, 1억 9,500만 원이었다. 언론 보도와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따르면, 박 씨는 1997년 해당 아파트를 5,000~6,000만 원대에 사들인 걸로 추정된다.

2009년 5월, 박 씨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있는 신축 아파트 34평형 1채(공급 면적 112.13㎡, 전용 면적 84.89㎡)도 사들였다. 오랜 미분양으로 6~10% 할인 분양 중이던 아파트였다. 매입 후 임대를 준 걸로 보이고, 2018년 8월 4억 900만 원에 매각했다. 시세 차익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한주 위원장 일가, 수도권 상가 투자로 매달 수백만 원 임대 수익
이 위원장 가족은 여러 상가에도 투자해 매달 수백만 원의 임대 수익을 올렸다.

이 위원장은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 교수 때인 2001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건물 내 40평대 상가 2개(각각 전용 면적 138.40㎡, 143.54㎡)를 사들였다. 상가 1개의 경우, 2001년 지분 절반을 먼저 샀고 2003년 나머지 지분도 매입했다. 지하철 분당선 야탑역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초역세권 상가다.

이 위원장은 매입 후 20년이 넘은 지금까지 상가를 임대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찾아가 이 위원장 소유 상가 2개의 임대료를 물어보니 "월세로 계약하면, 지금 기준으로는 상가 1개당 보증금 3,000만 원, 월세는 250만 원 정도"라고 했다.

2018년 10월, 이 위원장 배우자 박 씨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9동(목동)에 있는 신축 주상복합 아파트 내 지하 상가(전용 면적 37㎡)도 6억 원에 샀다. 이 위원장의 2021년 3월과 12월 공직자 재산 신고 내역에는 박 씨가 이 상가를 임대하고 있다고 돼 있다. 박 씨가 이 상가를 매입할 당시 배우자인 이 위원장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연구원의 원장이었다. 임명권자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였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상가 2채를 보유 중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건물(가운데). 이 위원장은 지난 2001년 이 상가를 매입해 지금까지 임대하고 있다. 임대 수익은 월 500만 원 정도다.
이한주, "의혹 동의 어려운 측면 있어...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은 인식"
뉴스타파는 이 위원장에게 연락해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특히 부동산 불로소득을 경계하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해왔던 입장과 본인이 부를 축적해 온 과정이 상충하는 것 아닌지 물었다.

이 위원장은 오늘(12일) 뉴스타파에 장문의 입장문을 보냈다. 뉴스타파 취재 내용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먼저 서울 청담동 아파트에 대해서는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했으나 사정상 실제 거주는 하지 못했다. 지금도 재건축 조합원으로, 새 아파트가 완공되면 입주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영등포 재개발 예정지 땅을 매입한 이유에 대해선 "여유 자금으로 노후 준비를 위해 산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수원, 용인 주택 매매와 관련해서는 "당시 정부에서 미분양 아파트를 사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세금 감면 등 혜택을 줘 매입한 것이고, 임대 의무기간이 종료된 후 매각한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또 "저나 가족이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했던 부동산 전체를 투기 혹은 부의 대물림으로 이해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