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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에 그려진 반미 벽화 앞을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결렬 가능성이 커지며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선제공격을 한다면 중동의 모든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고 날을 세웠고, 미국은 중동 대사관 직원과 미군 가족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미국이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의 비필수 인력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11일 전했다. 또한 바레인과 쿠웨이트 주재 미국대사관의 비필수 인력과 직원 가족들뿐만 아니라, 바레인 해군기지 등 중동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가족들도 출국을 허용했다고 전했다. 미군은 중동에서 카타르, 이라크, 쿠웨이트,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주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대사관 인력 등의 철수 준비를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의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동이 “위험한 지역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대사관 직원 등에게) 이동을 통보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이란과 핵 협상 타결 전망이 어두워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은 이날 “일부 반대편 당국자들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갈등을 일으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만약 갈등이 강요된다면, 모든 미군기지는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고 우리는 그것을 과감히 타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 일방적으로 탈퇴했던 이란과의 핵 합의를 다시 맺기 위해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 1월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다섯 차례 직간접으로 회담을 진행했으나,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 제한 등과 관련해 합의를 보지 못해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에 부정적이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극우 내각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결렬되면 이란을 타격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가 유럽과 미국 당국자들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을 공습할 계획을 세웠으나 미국이 이란과 핵 협상 중에는 이란을 공격하지 말라고 요청해왔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미-이란 핵 협상이 최종 결렬되고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하면, 이란도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보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중동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할 것으로 우려돼, 미국의 대사관 직원 철수 준비는 이에 대한 대비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이날 국제유가는 4% 이상 급등했다.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69.77달러로 4.34% 올랐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8.15달러로 4.88% 상승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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