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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너머 다른 도시로 퍼지는 ‘반 트럼프’ 시위…‘뉴노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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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너머 다른 도시로 퍼지는 ‘반 트럼프’ 시위…‘뉴노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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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시청 앞에서 이민세관국의 단속 작전에 항의하며 시위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높아가는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을 미리 대비하겠다며 주방위군을 투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지사의 동의 없이 캘리포니아주방위군을 로스앤젤레스에 투입 결정을 내렸다. 샌안토니오/AFP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시청 앞에서 이민세관국의 단속 작전에 항의하며 시위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높아가는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을 미리 대비하겠다며 주방위군을 투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지사의 동의 없이 캘리포니아주방위군을 로스앤젤레스에 투입 결정을 내렸다. 샌안토니오/AF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전역에서 대대적인 이민자 검거·추방을 이어가면서, 이민세관국(ICE) 단속에 저항하는 시위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를 넘어 다른 도시로 점차 번져가고 있다.



정작 로스앤젤레스에서는 6일 이민세관국 급습으로 촉발됐던 소요 사태가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다. 10일 시가 집회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이민자 구금시설 주변을 포함한 1제곱마일(약 2.6㎢) 구역에 야간통행금지령을 내린 뒤 약탈은 1건도 신고되지 않았다. 이 구역서 11일 열린 집회는 400명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 시위” 구호를 외치며 차분하게 진행됐다. 막판 충돌 조짐이 있었으나 기마 경찰이 고무탄을 쏘며 진압 후 해산됐다고 에이피(AP)통신은 전했다. 로스앤젤레스가 무법 상태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시위는 도심 몇몇 블록에 국한돼 있으며, 나머지 대부분 지역은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트럼프 행정부와 시민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과도하게 시위를 억누르면 시민 불만이 높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자칫 시·주정부가 대응을 잘 못 하고 있으니 군 투입을 해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에 말려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정부가 거부했는데도 주방위군 4000명과 해병대 700명의 투입을 명령한 바 있다. 11일 워싱턴포스트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 성향 응답자의 55%는 ‘경찰 진압이 지나치다’고 응답한 반면 공화당 지지 성향 응답자는 50%가 ‘경찰 진압이 미흡하다’고 말해 정치 성향에 따라 극명히 갈렸다고 보도했다.



다른 주요 도시에선 로스앤젤레스 경찰의 대응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미니애폴리스 경찰국을 이끌었던 메다리아 아라돈도 전 국장은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이 올해 내내 반복되는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로스앤젤레스 사태를 계기로 지금부터 각 도시와 경찰 지휘부가 대응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시위 주최 쪽, 노조 지도부, 시민단체 등과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는 댈러스, 오스틴, 시카고, 덴버, 뉴욕 등 미국 주요 도시로 확산 중이다. 엔비시(NBC)는 “전국에서 매일같이 이민세관국이 이민자 단속을 이어가며 지역 사회에서 혼란이 촉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브라스카주 더글러스카운티에선 이민세관국의 단속 작전에 라틴계 사업장들이 일제히 문을 닫았다. 가족이 검거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눈물 흘리는 영상도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 항의하는 사람들이 이민세관국 사무실 앞으로 몰려들며 시위는 점점 번져 가고 있다. 10일 뉴욕 맨해튼 남부 이민 법원이 있는 연방 건물 앞에서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아버지가 추방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참가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시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다른 도시들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6일 (이민세관국) 급습 뒤 사태가 악화됐다. 이번 사태는 백악관의 도발로 야기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마리오 트루히요 다우니시의원은 “오늘 아침엔 한 노인이 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다 구금됐다”며 “홈디포(마트), 식당, 예배 장소, 학교를 단속하는 것이 혼란과 공포를 가져왔다. 이건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뉴욕 맨해튼에선 10, 11일 이틀 연속 시위가 벌어졌으며 80명 이상이 체포됐다.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도 200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텍사스주지사는 주 전역에 주방위군을 배치하기로 했다. 워싱턴주 스포캔에서는 이민세관국과 시위대가 충돌함에 따라 시내 일부 지역에 밤 9시반~새벽 5시까지 통금령을 선포했다. 오는 1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이자 미 육군 창립 250주년 열병식 행사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는 뜻의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10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이민세관국은 나가라(ICE OUT)” “이민세관국 폐지하라” 등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0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이민세관국은 나가라(ICE OUT)” “이민세관국 폐지하라” 등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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