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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카카오가 전국민 카톡을 검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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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카카오가 전국민 카톡을 검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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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카톡의 '극단주의 콘텐츠' 제재, 사상 검증이다?
② 카카오가 수시로 내 채팅을 들여다볼 수 있다?
③ '검열된 메시지입니다' 썼더니 계정 정지됐다?
카카오톡 이미지 〈출처 : JTBC〉

카카오톡 이미지 〈출처 : JTBC〉


최근 카카오가 '극단주의 콘텐츠'를 제재하는 내용을 담은 새 카카오톡 운영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누리꾼 사이에서 '사전 검열'이라는 의혹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카카오가 개인의 대화를 들여다보고 강제 삭제 등 조치에 나설 것이란 주장입니다.

이미 '검열'을 당해 계정이 정지됐다는 '인증샷'까지 돌고 있습니다.

JTBC 팩트체크부가 관련 의혹들이 사실인지 확인해 봤습니다.

① 카톡의 '극단주의 콘텐츠' 제재, 사상 검증이다?



지난 5월19일 카카오 홈페이지에 올라온 카카오톡 운영 정책 개정 공지 〈출처 : 카카오 홈페이지〉

지난 5월19일 카카오 홈페이지에 올라온 카카오톡 운영 정책 개정 공지 〈출처 : 카카오 홈페이지〉




카카오는 지난달 19일 카카오톡의 운영 정책 개정 소식을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6월16일부터 적용되는 개정안엔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목적 대화 제재 강화, 그리고 테러 예비·음모 선동·선전 행위 및 '폭력적 극단주의 정보 공유' 금지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카카오는 개정의 주목적을 '아동 및 청소년 보호 강화'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그루밍'(성착취 목적 대화) 사건이 꾸준히 발생해왔습니다.

지난 3월엔 국회 청원 게시판에 '초등학생 카카오톡 오픈채팅 이용제한'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2만 명 가까운 시민이 그 취지에 동의했습니다.

지난 4월에도 부모가 자녀의 오픈채팅 이용을 쉽게 제한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정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 내용 중 '폭력적 극단주의 정보 공유 금지' 부분을 두고 논란이 커졌습니다.

카카오가 이 항목을 활용해 특정 성향을 가진 정치 집단을 '극단주의'로 규정하고 제재에 나설 것이란 취지입니다.

이런 의혹은 대선 국면과 맞물려 정치권과 누리꾼 사이에 빠르게 퍼졌습니다.

“카카오가 '극단적 사상'인지를 무슨 기준으로 판단합니까?…생각이 다른 청년을 '극우'라고 비하하는 민주당식 발상입니다.” (6월1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사상 검증이다”, “북한이냐” 등의 글과 함께 카톡 탈퇴 선언이 이어졌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JTBC 팩트체크부와의 통화에서 ”국내 정치 조직 및 단체와 무관한 개정”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JTBC 팩트체크부는 우선 카카오의 금지 기준부터 확인해봤습니다.

6월16일부터 시행 예정인 카카오톡 운영 정책 개정안 〈출처 : 카카오 홈페이지〉

6월16일부터 시행 예정인 카카오톡 운영 정책 개정안 〈출처 : 카카오 홈페이지〉




개정안 원문에는 '정부 또는 국제기구에서 테러리스트 조직 또는 극단주의 단체로 분류한 집단'을 칭송·지지·홍보하거나 미화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금지 대상이 되는 조직이나 단체명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진 않았습니다.

다만 카카오 측은 “알카에다·탈레반·하마스 등 국제사회에서 명확히 규정한 테러 단체와 관련된 행위를 제한한다는 의미”라고 밝혀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은 국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평가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ESG 경영 평가는 산업의 전환이 이뤄지고 환경·사회적 규제가 마련되는 흐름에서 기업의 가치를 보여주는 주요한 성적표입니다.

투자자와 고객들에게 매년 공개하기 때문에 국내외 기업들은 기업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받습니다.

실제 국제 ESG 평가 항목에 카카오가 개정안에 추가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S&P의 지속가능경영 평가 항목 중 일부

S&P의 지속가능경영 평가 항목 중 일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S&P는 해마다 전 세계 기업들의 ESG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기관 중 한 곳입니다.

S&P의 기준을 확인한 결과, 콘텐츠 관리 정책을 마련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항목에 'Terrorist and Violent Extremist Content'(테러리스트 및 폭력적 극단주의 콘텐츠)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정책도 살펴봤습니다.

애플·구글·메타·MS(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최근 2~3년 사이 자체 운영 정책에 '폭력적 극단주의 콘텐츠(Violent extremist content)'를 금지 행위로 새롭게 규정했습니다.

·애플 : 폭력적이거나, 테러를 조장하거나, 외설적이거나, 인종적 또는 민족적으로 공격적이거나, 기타 불쾌감을 주는 등의 콘텐츠를 업로드, 다운로드, 게시, 전송, 공유 또는 기타 방식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2022년 개정)

·구글 : 정치적, 종교적, 이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간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조직이나 개인이 제작한 콘텐츠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정부가 지정한 테러 단체 및 기타 폭력 조직 및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는 활동이 포함됩니다. 또한 이러한 단체의 활동을 촉진하거나 홍보하는 콘텐츠도 허용되지 않습니다.(2023년 개정)

·메타 : 실제 위협을 예방하고 막기 위해 폭력적인 사명을 퍼트리거나 폭력에 가담하는 단체 또는 개인의 플랫폼 활동을 금지한다.(2024년 개정)

·MS :테러리스트 또는 폭력적인 극단주의 콘텐츠 게시, 혐오 발언 전달 또는 타인에 대한 폭력 옹호)에 가담하지 마십시오.(2024년 개정)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국내 대형로펌의 ESG 경영 컨설팅 센터장은 “기업의 ESG 경영을 평가하는 수많은 기준이 있지만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의 경우 개인정보나 콘텐츠 관리 부분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것”이라며 “기업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극단적 콘텐츠 규정·관리 측면에 대해서도 평가를 강화하는 흐름”이라며 “기업 차원에서도 관련 정책을 계속해서 섬세하게 만들고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국제 기준과 평가기관, 전문가 설명 등을 종합하면 카카오가 정책 개정을 통해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사상 검증에 나섰다는 의혹은 사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② 카카오가 수시로 내 채팅을 들여다볼 수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카카오프렌즈 매장 모습 〈출처 :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카카오프렌즈 매장 모습 〈출처 : 연합뉴스〉




“가족, 지인과의 대화도 검열 당하는 무서운 세상” (온라인 커뮤니티 글 中)

카카오가 '사전 검열', 즉 개인의 채팅을 언제든 마음대로 들여다보고 즉각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함께 확산됐습니다.

우선 카카오가 기술적으로 개인의 채팅을 열람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현재 카카오가 운영 중인 시스템상 대화 내용은 발신자와 수신자 외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카카오톡 서버에도 암호화된 상태로 머물게 됩니다.

네이버 라인, 텔레그램과도 같은 방식입니다.

암호화돼 보관된 데이터는 48시간 뒤 자동 삭제됩니다.

제기된 의혹처럼 계정 정지 등 각종 제재가 이어지려면 사용자의 '신고'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카카오톡 내 신고하기 기능 〈출처 : 카카오 홈페이지〉

카카오톡 내 신고하기 기능 〈출처 : 카카오 홈페이지〉




사용자는 채팅방 내 '신고하기' 기능을 통해 문제의 대화나 콘텐츠를 카카오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단, 카카오톡 친구로 등록돼 있는 대상을 '신고'할 수 없고, 신고를 위해선 신고자가 '친구 차단' 또는 '친구 삭제' 조치를 먼저 해야 합니다.

따라서 친구로 맺어진 사람과의 일대일 또는 단체 채팅방에서 오간 대화와 관련해선 카카오 차원의 그 어떤 제재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친구가 아닌 대상과의 일대일 대화, 또는 이들이 포함된 오픈채팅의 경우는 어떨까요.

채팅방 자체 또는 특정 내용에 대한 신고가 가능합니다.

신고가 있으면 카카오가 관련 신고 내용을 검토하고 운영 정책을 바탕으로 제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채팅이라도 카카오가 '사전검열', 즉 미리 대화 내용을 확인해 제재를 가할 순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카카오가 사용자들의 채팅을 살펴보며 사전 검열을 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③ '검열된 메시지입니다' 썼더니 계정 정지됐다?



채팅창에 '검열된 메시지입니다'를 작성해 계정 정지 조치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 〈출처 : 디시인사이드〉

채팅창에 '검열된 메시지입니다'를 작성해 계정 정지 조치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 〈출처 : 디시인사이드〉




“오픈채팅 같은 데서 '검열된 메시지입니다' 드립 치고 신고 당한 사람 업무 방해 사유로 영정(계정 영구 정지) XX 많이 당했음. 검열이 실사화되기 시작하네”

“'검열된 메시지입니다'라고 쳤다가 영정 먹음” (6월9-10일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온라인상에선 채팅창에 '검열된 메시지입니다'라는 문구를 작성했더니 계정이 정지됐다는 복수의 인증글이 올라왔습니다.

카카오가 '서비스에 대한 불신을 일으켜 다른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줬다는 이유로 계정을 정지시켰다' 취지의 주장입니다.

우선 각종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인증 글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특정 사안에 대한 신고 접수 사실이나 제재 여부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사안뿐 아니라 프라이버시 문제와 정책 악용 가능성의 이유로 밝히지 않는 것이 원칙이란 설명입니다.

만일 인증글의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현재 공개된 내용만으로 제재 대상인지를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문제가 된 문구를 어떤 대화 맥락에서 사용했으며 얼마나 반복 게시했는지, 몇 건의 신고가 접수됐는지 등에 따라 조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톡 운영 정책 중 금지 활동 항목 〈출처 : 카카오 홈페이지〉

카카오톡 운영 정책 중 금지 활동 항목 〈출처 : 카카오 홈페이지〉




다만 카카오의 운영 정책을 살펴본 결과 '서비스 이용 시 금지하는 활동' 내용 가운데 '서비스의 명칭 또는 회사의 임직원이나 운영진을 사칭하여 다른 이용자를 속이거나 이득을 취하는 등 피해와 혼란을 주는 행위' '서비스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 등의 내용이 있었습니다.

'검열된 메시지입니다' 문구의 사용 맥락에 따라 해당 조항이 제재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인증글들의 진위 여부와 제재 전후 맥락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이 부분에 대한 판정을 보류하겠습니다.

▶ 검증 내용에 대해 문제 제기 등이 있다면 그에 대해 추가 검증 후 기사에 반영토록 할 예정입니다.

〈자료 조사 및 취재지원 : 박진희〉

아래 링크를 통해 기사 검증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jazzy-background-202.notion.site/JTBC-1659eb1c5fb380599e2debacf70a776a?pvs=4

※JTBC 팩트체크는 국내 유일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사입니다.

※JTBC는 시청자 여러분의 '팩트체크' 소재를 기다립니다. (factcheck@jtbc.co.kr)



구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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