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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에 ‘친서 러브콜’… 희토류 매개 ‘빅딜’ 노리나

이데일리 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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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에 ‘친서 러브콜’… 희토류 매개 ‘빅딜’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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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락치 이란 외무 "美 전쟁 개입, 모두에게 매우 위험"
트럼프, 친서 보내며 '브로맨스' 재개 신호 보내
우크라처럼 북한과 ‘광물 협정' 모색 가능성도 '솔솔'
'완전한 비핵화' 가능할까…북의 중·러 밀착도 변수
한일 패싱 가능성…中·러시아와 전략적 관계 복원 필요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김인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 러브콜’을 보낸 사실이 11일(현지시간) 공개됐다. 과거 북미 정상회담의 ‘브로맨스’를 다시 살려보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체결한 ‘광물 협정’을 북한에도 적용하는 등 희토류와 같은 전략광물을 매개로 한 트럼프식 톱다운 ‘빅딜’(big deal)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집권 1기시절인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집권 1기시절인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다시 손 내민 트럼프… “싱가포르 성과 재현 원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서신 교환에 여전히 열려 있다”며 “그는 싱가포르에서 이룬 성과를 다시 재현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수령을 거부했다는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앞서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뉴욕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기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미 간 대화 채널을 재개하려는 미국의 제스처를 평양이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외교계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을 담은 합의문을 도출했지만, 2019년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100일 동안 조용히 5번의 미사일 시험을 실시했고, 15억 달러의 가상자산을 탈취하는 등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 이익을 해치는 행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 중국의 유엔 제재 무력화 묵인 등을 통해 사실상 제재 국면에서 벗어났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엔 제재는 사실상 무력화됐고, 북한은 러시아·중국과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재접촉 시도에도 현재로선 제재든 대화든 모두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트럼프의 레이더에 다시 등장한 배경에는 ‘희토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와 핵심 광물 공급을 조건으로 한 경제·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북한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희토류 보유국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광물 협정’ 모델이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희토류를 매개로 △북한의 기존 핵무기 보유 인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단 △평화협정 체결 등을 포괄하는 일괄 타결형 합의를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2018년엔 중국과 25억 달러 규모의 희토류·태양광 투자 맞교환을 추진하기도 했다.


과거 미 국무부 대북담당관을 지낸 조엘 S. 위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미국이 북한과 ‘희토류-안보’ 협정을 추진하는 건 대담하지만, 갈수록 고조되는 핵전쟁 위험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개인적 신뢰를 바탕으로 북미 관계를 복원할 기회를 갖고 있으며, 한국에서 정권이 교체된 지금이 적기”라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유화적 대북 노선을 계승하고 있어 협력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평가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서명식에서 떠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서명식에서 떠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중·러 변수와 북의 ‘완전한 비핵화’ 가능할까

다만 김 위원장의 셈법은 단순하지 않다. 북한은 핵무기를 체제 생존의 보증으로 여기고 있어 비핵화나 군축은 쉽지 않은 결단이다. 미국이 과거처럼 ‘완전한 비핵화’를 조건으로 내세운다면 협상의 진전은 더욱 어렵다. 더욱이 러시아는 최근 북한과 광물 공동개발 협정을 체결했으며, 중국은 희토류 글로벌 공급망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북한과 단독 협정을 추진할 경우, 중·러의 견제 혹은 암묵적 지지가 핵심 요인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자적 외교가 한국과 일본을 협상테이블에서 배제하고 주한미군 감축 논의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가 한미일 공조 외에도, 중국·러시아와의 전략적 관계 복원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우리 정부는 북미대화를 적극 지지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비해 러시아 및 중국과의 관계 복원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 4자회담이나 6자회담 개최에 지혜를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수록 미국과 한국은 ‘비핵화’라는 협상의 기본 원칙을 분명히 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등 과도한 요구에 대비하기 위해, 협상의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설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