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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도움되지” “마트서 쓰던 걸 뭐”…지역화폐 확대, 시장서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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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도움되지” “마트서 쓰던 걸 뭐”…지역화폐 확대, 시장서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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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가게 앞에 고양페이와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스티커 등이 붙어있다. 이준희 기자

최씨 가게 앞에 고양페이와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스티커 등이 붙어있다. 이준희 기자


“지역화폐 지원이 없어져서 오는 손님마다 욕 한마디씩 했죠. 잘 쓰고 있는데 왜 없앴냐고요.”



경기도 고양시 일산시장에서 30년 동안 농산물과 건어물을 팔아온 최덕이(62)씨가 11일 콩과 쪽파를 손질하며 말했다. 최씨 가게 앞에는 고양시 지역화폐인 고양페이 가맹점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고양시는 윤석열 정부가 관련 예산을 삭감하자 올해 지역화폐 인센티브 지급을 중단했다. 최씨는 “이재명 대통령은 지역화폐 혜택을 늘린다고 하니, 거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추경을 통한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과 지역화폐 확대를 검토하는 가운데 상인들은 대체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씨는 “지역화폐 혜택이 있으면 확실히 장사가 잘 된다”며 “지원금도 현금으로 주면 쌓아두고 안 쓰는 분도 있으니 지역화폐로 3개월만 쓸 수 있게 주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미정(41)씨는 “(계엄 뒤) 평소보다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며 “지역화폐로 지원금이 나오면 돈을 쓰러 나오시니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했다.



최덕이씨가 1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시장에 있는 자신의 가게에서 콩과 쪽파를 손질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최덕이씨가 1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시장에 있는 자신의 가게에서 콩과 쪽파를 손질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민생지원금이 시장에 활기를 돌게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40년째 신발 장사를 하는 정순남(68)씨는 “이런 시장에 오는 분들은 대부분 돈 없는 할머니들”이라며 “지원금이 나오면 평소에 다 해진 거, 남이 버린 거 신던 할머니들이 와서 만원, 2만원짜리라도 사 가니까 시장에 사람이 오게 된다”고 했다. 정씨는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소상공인 공과금 지원에 대해서는 “우리 입장에서야 뭐든 해주면 좋다”면서도 “장사하는 사람만 사람이 아닌데 모두같이 좋은 게 낫지 않느냐”고 했다.



일부 상인은 우려를 표했다. 시장에서 선식과 인삼 등을 파는 이민호(72)씨는 “장사를 35년 했는데 그중에 최고로 장사가 안된다”며 “아이엠에프(IMF) 저리 가라, 코로나 저리 가라”라고 했다.



다만 이씨는 민생지원금 지급이 매출 증가로 이어질지에는 의구심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 손님이 시장이 아닌 인근 중형마트에 몰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높은 분들이 시장을 돌아보고 직접 얘기도 들으면서 정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정책을 펴길 바란다”고 했다.



지역화폐 확대는 지자체별 입장이 다른 점도 변수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도 인센티브 혜택 중 일부는 지자체가 부담한다. 이로 인해 일부 지자체는 지역화폐 확대에 소극적이다.



실제 이장우 대전시장은 앞서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정부 방침대로 (지역화폐가) 더 확대되면 시비로 1년에 많게는 수천억 정도 써야 한다. 세수 감소로 시 주요 사업도 하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추경 편성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지역화폐 확대 기조는 비교적 뚜렷하지만, 전 국민 25만원 지급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1일 “민생회복지원금은 이번 추경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며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사용기한을 정한 지역화폐 형태로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다만 진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경제·재정 정책 실패로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일정한 범위를 정해 선별 지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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