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앙지 GAVI 최고파트너십책임자
현대기아차 만나 기술 협업 방안 논의
백신 유통에 모빌리티·로봇 활용 계획
원조 아닌 전략투자로 기술 협업 추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저소득 국가에 백신을 무상 공급했던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이 최근 방한해 현대차·기아를 만났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극복에 기여한 저명한 국제기구가 한국의 자동차 기업을 접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마리앙지 사라카-야오 GAVI 최고파트너십책임자는 현대차·기아와의 만남을 앞둔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GAVI의 역할과 위상 변화를 예고했다. "통상적인 자선 단체 활동에 머물지 않고 기술을 접목해 투자 생태계를 만드는 전략적 투자기관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그는 밝혔다.
GAVI가 주목하는 기술은 인공지능(AI)과 로봇, 드론이다. "백신 접종 회차를 줄이는 혁신만큼이나 앞으로는 AI를 활용한 접종 모니터링, 로봇과 드론을 이용한 백신 유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고,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봇 분야에서도 앞서가고 있는 현대차·기아와 기술 협업을 추진하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만나 기술 협업 방안 논의
백신 유통에 모빌리티·로봇 활용 계획
원조 아닌 전략투자로 기술 협업 추진
마리앙지 사라카-야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최고파트너십책임자가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저소득 국가에 백신을 무상 공급했던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이 최근 방한해 현대차·기아를 만났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극복에 기여한 저명한 국제기구가 한국의 자동차 기업을 접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마리앙지 사라카-야오 GAVI 최고파트너십책임자는 현대차·기아와의 만남을 앞둔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GAVI의 역할과 위상 변화를 예고했다. "통상적인 자선 단체 활동에 머물지 않고 기술을 접목해 투자 생태계를 만드는 전략적 투자기관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그는 밝혔다.
GAVI가 주목하는 기술은 인공지능(AI)과 로봇, 드론이다. "백신 접종 회차를 줄이는 혁신만큼이나 앞으로는 AI를 활용한 접종 모니터링, 로봇과 드론을 이용한 백신 유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고,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봇 분야에서도 앞서가고 있는 현대차·기아와 기술 협업을 추진하려는 계획이다.
이튿날인 11일 오전 마리앙지 책임자는 현대차·기아 관계자들을 약 1시간 동안 만났다. 향후 현대차·기아가 보유하고 있는 모빌리티 솔루션을 바탕으로 백신 운반과 콜드체인에 기여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GAVI 측은 전했다. 콜드체인은 백신을 권장 온도에서 안전하게 보관·운송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이다. 백신은 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제품이 많기 때문에 콜드체인 기술은 효능과 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마리앙지 책임자는 "팬데믹을 통해 경험했듯 백신은 제조 기술만큼이나 배송과 물류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GAVI는 지난해에도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를 만났는데, 이번과 비슷한 배경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드론 스타트업 집라인 관계자가 아프리카 케냐에서 백신을 실어 나를 의료용 드론을 시험하고 있다. GAVI 제공 |
GAVI는 미국 기술 기업과는 수년 전부터 협업을 시도해왔다. 2016년부터 미국 드론 스타트업 '집라인'과 르완다, 가나 같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의료용 배송 서비스를 구축했고, 2017년부터 구글, 스타트업 넥스리프 애널리시스 등과 함께 백신 공급망 관리 솔루션 개발을 추진했다. 집라인과 넥스리프 모두 GAVI의 투자를 받아 기술을 현장에 활용하면서 급성장했다.
GAVI의 기술 협업 움직임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빨라지고 있다. 미 정부가 국제기구 지원과 해외원조 규모 축소에 나서자 GAVI의 재정 조달을 총괄하는 마리앙지 책임자가 직접 나서서 한국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마리앙지 책임자는 오는 25일 미 게이츠재단과 공동 개최하는 'GAVI 6.0 재정공약회의'에 한국 정·재계 인사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GAVI의 연간 예산은 약 2조3,000억 원 규모다. 2000년 설립 이래 아동 11억 명에게 백신을 접종했고, 1,880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GAVI가 활용하는 백신의 약 11%를 LG화학, 유바이오로직스 같은 한국 기업이 공급하고 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