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제공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 부양 정책이 시급한만큼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2일 한국은행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올해 예상되는 성장률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대유행 위기를 제외하고는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이러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만큼 경기부양 정책이 시급해졌다고 보고 있다”며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긴밀한 공조도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해 10·11월, 올해 2·5월 모두 네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 5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0.8%, 1.6%로 대폭 낮춘 바 있다.
다만, 이 총재는 과도한 경기 부양책의 부작용을 경계하며 구조개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2000년대까지 4% 수준이던 잠재성장률이 저출생·고령화로 지금은 2%를 밑도는 수준으로 빠르게 하락했다”며 “높은 대외 의존도와 일부 산업에 집중된 수출 구조 등으로 경기 변동의 진폭도 축소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경기회복을 위한 부양책이 시급한 것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성장 잠재력의 지속적인 하락을 막고 경기 변동에 강건한 경제 구조를 구축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며 “급하다고 경기 부양 정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사후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 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을 언급하며 “손쉽게 경기를 부양하려고 부동산 과잉 투자를 용인해 온 과거의 관행을 떨쳐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향후 경기에 대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수출 둔화 우려가 큰 부분이지만, 지난 6개월간 정치적 불확실성 아래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상반기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0.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내수는 점차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미국 관세정책과 무역협상의 향방에 따라 수출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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