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테크42 언론사 이미지

우크라전쟁은 드론 혁신의 경기장·미래 전쟁의 창 ②위성없이 AI 자율 탐색후 스스로 판단·공격

테크42 이재구 기자
원문보기

우크라전쟁은 드론 혁신의 경기장·미래 전쟁의 창 ②위성없이 AI 자율 탐색후 스스로 판단·공격

서울구름많음 / 0.0 °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지난 1일(현지시각) 러시아 공군기지 인근에 드론을 잠입시켜 집단 발진한 후 공격해 41대의 러시아 항공기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전세계가 쇼크에 빠졌다. 마치 1941년 12월 일본의 미국 진주만 기습같은 비밀스런 대규모 전격 드론 공격작전은 3개 시간대에 걸쳐 4개 러시아 공군기지에서 무려 70억달러(약 9조5000억원)규모의 전략폭격기를 여지없이 망가뜨려 놓았다. SBU는 이번 공격에 타격을 입은 항공기 41대에는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AEWC), 투폴레프-95(Tu-95), Tu-22, Tu-160 폭격기, 안토노프-12(An-12) 수송기, 그리고 일류신-78(Il-78) 공중급유기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SBU는 이번 작전으로 피해를 입은 장비의 예상 피해액이 70억 달러(약 9조 5000억원)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SBU는 러시아 항공기 “상당수가 복구 불가능하게 파괴됐다. 일부 손상된 항공기는 복구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군이 드론을 이용해 원격으로 러시아 전략폭격기를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이 거미줄 작전(Operation Web)은 세계전쟁사에서도 획기적으로 기록될 만한 대 사건이다. 드론 전문가이자 코넬 브룩스 기술정책연구소의 제임스 패튼 로저스 소장은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은 미래 전쟁의 창”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드론 공격은 지난해 봄부터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전파교란(재밍·jamming)이 통하지 않는 광섬유 통신을 이용하는 기술, 그리고 인공지능(AI)기술에 기반해 항법위성에 의존하지 않고도 정확히 목표물을 찾고 자율적 판단으로 타격하는 기술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대전의 대세인 드론의 혁신적 진화를 여실히 보여 준 현장이었다. 러시아군이 드론 공격에 대비한 재밍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이것이 통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번 사태는 남북 대치 상황인 우리나라가 교훈삼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1일 우크라 드론의 러시아 공군기지 폭격후 “이번 폭격은 전쟁의 규칙을 바꿨다. (기지의) 취약성은 전세계 지휘관들에게 잠못 이루는 밤을 선사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와 같은 경찰 국가의 주요 공군 기지에 드론을 몰래 들여올 수 있다면, 중국인들이 미국 공군 기지에서, 파키스탄이 인도 공군기지에서, 북한이 남한 공군 기지에서 그렇게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라고 쓰고 있다.

현대전의 대세가 된 전파 교란에 끄떡없는 광섬유 드론 설계, GPS(GNSS) 위성 안내 없이도 작동하는 자율 드론,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AI가 사용된 드론 활용 기술과 트렌드에 대해 두차례에 걸쳐 알아 본다.

밀리터리 익스프레스, 유로메이단, 워싱턴포스트, 비즈니스인사이더, 포브스, 인테레스팅 엔지니어링, IEEE 스펙트럼 등을 참고했다.



①전파교란 끄떡없는 광섬유 통신기술 ‘대세’

위성없이 AI 자율 탐색후 스스로 판단·공격


ⓒTech42

ⓒTech42


지난 1일 우크라이나 드론의 러시아 공군기지 공격은 현대전의 총아로 떠오른 드론에 있어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성이 얼마나 위협적이고 위험한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워싱턴 D.C. 소재 전쟁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의 새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양국 모두 AI 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고 점점 더 많이 활용하고 있는 신기술이지만 여전히 양측 모두 전장에 AI 드론을 대규모로 배치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었다. AI 기반 자율드론 사용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6월 1일 이전까지의 얘기였다.

올초 우크라이나의 한 전쟁 연구원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드론이 인간 조종 드론보다 목표물을 명중시킬 확률이 3~4배 높다고 보고했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이것이 지난 1일 러시아 비행장 폭격기에 대한 거미줄 작적 공습을 통해 현실이 된 것이다. 70억달러, 무려 9조 5000억원어치의 전략 폭격기들이 여지없이 수십만원짜리 드론 100여대에 힘없이 사라져 갔다.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엄청난 공격의 또다른 비밀은 AI의 활용에 있었다.

우크라이나 안보국(SBU)은 스파이더웹 작전(Operation Spiderweb)에서 공격에 대한 업데이트를 통해 “일부 드론이 신호가 끊기자 사전 계획된 경로를 따라 AI를 활용한 임무 수행으로 전환했다”며 “그리고 특정 목표물에 접근해 맞닥뜨린 후 탄두가 자동으로 작동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SBU는 마침내 작전에 투입된 자국의 드론들이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수동 조작을 결합한 현대적인 무인 항공기 제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SBU는 공격당일 우크라이나 드론의 러시아 공군기지 내 항공기를 공격하는 데 사용한 공격 드론들이 신호가 끊기자 AI를 사용해 스스로 표적을 찾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드론은 AI를 사용해 미리 계획된 경로를 따라 이동했으며 탄두는 자동으로 작동했다. 그결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항공기 41대가 공격당했으며, 그중 다수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고 밝혔다.

드론이 놀랍게도 자율적으로 공격 목표를 정확히 찾아 타격한 것이다.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비행장 공격 관련 기사에서 스파이더웹 작전에 참여한 드론이 AI를 활용해 러시아 항공기에서 취약한 지역을 찾아 식별하고 표적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징후를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오사 드론 제조업체인 퍼스트 컨택트(First Contact)는 지난해 1월 현재 이미 AI 기반 드론을 개발 및 테스트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는 공격 당시 이 회사가 배치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크라이나 드론 스타트업 훌레스의 부루킨 창업자는 러시아의 광섬유보다 자율성이 드론 전쟁의 미래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루킨은 “자율 드론은 전파 방해를 회피할 뿐만 아니라 배터리 용량에 의해서만 항속 거리가 제한된다. 또한 유선 드론보다 더 많은 폭발물이나 더 나은 카메라 및 센서를 탑재할 수 있다. 게다가 운영자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는 “완벽한 세상이라면 드론이 이륙하고, 비행하고, 목표물을 찾아 공격하고, 임무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개발의 방향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군사용 드론은 점점 더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AI 활용해 정확히 목표물 겨냥

ⓒTech42

ⓒTech42


ⓒTech42

ⓒTech42


독일 콘스탄츠에 본사를 둔 하이캣(HIGHCAT) 공동 창업자 얀 하르트만은 “전파교란(재밍) 대응 기술로써 함께 개발되고 있는 또 다른 기술은 자율성이다. AI 기반 드론은 운용자와의 통신이 두절된 후에도 임무를 수행한다. 광섬유 통신은 실시간으로 영상 이미지를 전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기존의 무선) 자율 드론은 무선 범위 내로 복귀할 때까지 데이터를 다운로드 하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캣이 여러 잠재 고객 및 후원사와 논의 중이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8월 말 자사의 팀이 우크라이나로 가서 HCX를 시연했다고 밝혔다. 당시 하르트만은 “만약 부대가 최전선에서 시험하고 싶다면 가능하다”고도 말했다.

에스토니아 크라트웍스의 신경망 이용하는 자율항법 드론

ⓒTech42

ⓒTech42


ⓒTech42

ⓒTech42


최근 IEEE 스펙트럼은 우크라이나 군이 AI 기반 내비게이션(경로탐색)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강력한 전파방해 상황에서도 킬러 드론이 목표물까지 경로를 탐색해 갈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대담한 우크라이나 드론 구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크라트웍스(Krattworks)사의 고스트 드래곤(Ghost Dragon) 드론에 탐재되는 듀얼 밴드 위성 항법 수신기는 GPS, 갈릴레오, 중국 베이더우, 러시아 글로나스(GLONASS) 등 네 가지 주요 위성 위치 확인 서비스 사이에서 자유로이 전환할 수 있다. 여기에는 위성 항법 입력 데이터를 탑재된 센서 데이터와 비교하는 스푸핑 방지 알고리즘이 탑재돼 있다. 이 시스템은 드론들이 실제 고도보다 훨씬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고 있는 것처럼 속임으로써 자폭하도록 유도하는 정교한 스푸핑 공격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무광 회색 바디의 쿼드콥터 핵심에는 1기가헤르츠(GHz)의 암(ARM) 프로세서를 구동하는 머신 비전 지원 컴퓨터가 있으며, 이 컴퓨터는 고스트 드래곤이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에 접속하지 않고도 자율적으로 항법할 수 있도록 최신 초능력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이 컴퓨터는 마치 옛날 여행자처럼 랜드마크의 풍경과 지도상의 위치를 ​​비교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신경망을 구동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드론은 하향 광학 카메라의 실시간 영상을 사용하여 이를 저장된 위성 이미지와 비교해 위치를 파악한다.

카르민 크라트웍스 창업자는 이 자율 드론의 이점에 대해 “(적진에)드론을 10대 정도 보낼 수는 있지만, 드론이 스스로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드론을 조종하는 숙련된 조종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전문적인 관심, 개인적인 공감, 그리고 불길한 예감이 뒤섞인 태도로 우크라이나의 기술 발전을 주시하고 있다. 이유는 에스토니아 동부 국경 인근으로 확대되는 러시아군의 존재감을 생각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에스토니아에는 인구가 많지 않다. 숙련된 드론 조종사는 결코 충분하지 않을 겁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카르민은 “드론들이 길을 잃더라도 교차로와 같은 일부 패턴을 인식하고 위치를 업데이트할 수 있다. 드론은 귀환할지, 아니면 GNSS 링크를 다시 연결할 때까지 방해 전파를 통과할지 어느 정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군, 자율드론으로 러 격퇴 기대

ⓒTech42

ⓒTech42


ⓒTech42

ⓒTech42


ⓒTech42

ⓒTech42


우크라이나는 자율 항법에서 러시아 침공전에 대항할 드론의 미래를 보고 있다. 우크라군은 지난해 7월에는 미국 드론 기술 공급업체 오테리온(Auterion)의 자율 항법 시스템을 탑재한 자폭드론으로 러시아의 전파교란 장치가 장착된 전차 부대를 파괴했다.

우크라이나 스타트업 훌레스 창업자 부루킨은 “이 전차들이 모든 것을 교란하고 있어서 공격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자동 조종(autopilot) 기능을 갖춘 드론만이 이 전차들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장비였다”고 말했다.

로렌츠 마이어 오테리온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이러한 전차들을 공격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은 ‘최종단계(터미널) 유도(Terminal Guidance)’라고 하며, 스마트하고 완전 자율적인 드론 개발을 향한 첫걸음이다. 이 시스템은 드론이 전파교란으로 보호받고 있는 그 어떤 타격 대상이든 간에-전차든, 참호든, 군용 비행장이든-직접적으로 전파교란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준다.

ⓒTech42

ⓒTech42


마이어 CEO는 “예를 들어 1km 떨어진 곳에서 표적을 조준하고서 표적에 접근하는 순간 교란 전파가 발생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수동 조종사처럼 표적을 놓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스토니아의 크라트웍스가 시험 중인 시각 항법 기술은 그 다음 단계이며 올해 들어서야 전장에 적용된 혁신이다.

마이어는 올연말까지 자사를 포함한 여러 기업들이 GPS 방해를 극복하는 시각 항법, 단말기 유도, 스마트 표적 인식 기능을 포함하는 완전 자율 솔루션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드론 운영자는 타격 지역만 결정하고 표적 결정은 드론이 할 것이다. 유도 포탄으로는 이미 이러한 결정이 내려져 왔지만 드론을 사용하면 대규모로 훨씬 더 먼 거리에서도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식료품 배달과 같은 민간용 드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된 오테리온은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독재 정권들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도록 지원하고자 전쟁에 뛰어들었다. 이후 오테리온은 우크라이나 드론 제조업체 및 군과 긴밀히 협력하며 빠르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군이 서방 장비를 장기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우크라이나의 1인당 GDP는 미화 5760달러(약 784만원)로 유럽 평균인 3만 8270달러(약 5210만원)보다 훨씬 낮다.

다행히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자국의 엔지니어링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전쟁 이전 우크라이나는 IT 및 소프트웨어 개발 센터 설립을 원하는 서방 기업들이 선호하는 곳이었다. 이들 중 다수는 이후 우크라이나의 DIY 군사 기술자("밀테크") 개발 운동에 참여했다.

보안 문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 우크라이나 장거리 자폭 드론 스타트업 창업자이자 엔지니어는 IEEE 스펙트럼과의 인터뷰에서 “가격을 낮추기 위해 목표 추적용 컴퓨터와 자율 항법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스타트업들이 서방의 기존 경쟁사들이 청구하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첨단 군사 드론 기술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3년 만에 우크라이나는 서구의 혁신 기업들을 끌어들일 뿐만 아니라 꾸준히 경쟁사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방위 기술 생태계를 구축했다. 우크라이나 성공의 핵심은 신속한 개발과 최전선 부대와의 긴밀한 협력이다. 이는 오테리온에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마이어 오테리온 CEO는 “선도적 제품을 만들려면 제품이 가장 필요한 곳에 있어야 한다.그것이 바로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고양이와 쥐의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크라트웍스를 비롯한 기업들은 이미 드론 전쟁을 더 저렴하고 치명적으로 만들 차세대 혁신을 구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드론 메시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정교한 정보, 감시, 정찰 드론을 보낸 후, 더 간단한 가미카제 드론 무리를 보내 시각 항법을 사용하여 목표물을 찾아 공격할 수 있다.

우리 군 역시 역시 수천km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남의 일만 같지는 않는 세계 최첨단 드론 기술의 혁신적 진화과정을 손놓고 눈감은 듯 볼 수 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아래 동영상은 에스토니아 크라트웍스의 고스트 드래곤 드론과 독일 하이켓의 HCX 드론을 보여준다.



이재구 기자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