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뉴스1 언론사 이미지

핵 보유 '미션 임파서블' 완료한 北…새판 마주한 새 정부[한반도 GPS]

뉴스1 양은하 기자
원문보기

핵 보유 '미션 임파서블' 완료한 北…새판 마주한 새 정부[한반도 GPS]

서울흐림 / 26.1 °

'핵 보유국'으로 인식되는 북한…6년 전과 핵 능력·정세 달라져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  스틸컷

영화 '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 스틸컷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환갑이 넘었지만 톰 크루즈는 이번에도 미션을 완료했습니다. 맨몸으로 비행기에 매달리고 불길에 휩싸인 낙하산을 맨 채 뛰어내리는데도 용케 살아남아 세계를 위협하는 인공지능(AI)으로부터 다시 한번 세상을 구했습니다.

지난달 개봉한 액션 영화 '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 이야기인데요. 그는 1996년 1편을 시작으로, 마지막일지 모르는 이번 8편까지 매번 불가능해 보였던 임무를 30여년간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완수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흥미로웠던 점 하나 더. 톰 크루즈만 미션을 완료한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류를 위기에 빠뜨린 인공지능은 핵을 가진 9개 국가의 서버를 장악해 핵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데요. 핵 보유국으로 북한이 당당히(?) 등장합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핵 보유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그리고 NPT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불리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에 이어 북한이 핵 보유국 대열에 합류한 것입니다. 지구를 위협할 수 있는 수단을 전 세계 단 9개 국가가 보유하고 있고, 그 수단을 컨트롤하는 국가 중 하나로 말이죠.

북한의 인공기와 수도 평양이 미·중·러 같은 대국들과 나란히 선 장면에선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영화, 북한에서 개봉하면 제대로 흥행하겠는데?"


(평양 노동신문=뉴스1) = 핵물질 생산 기지와 핵무기연구소를  찾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핵물질 생산 기지와 핵무기연구소를 찾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은 김일성 주석 때부터 핵 야망을 키웠지만 핵무기 개발을 공식화하면서 1차 핵실험을 진행한 것은 불과 20여년 전인 지난 2006년 10월입니다. 그때만 해도 북한의 핵 보유는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여겨졌는데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비록 영화지만, 북한이 핵을 가지려 하거나, 비핵화를 협상 카드로만 활용하는 국가가 아니라 이미 핵을 가진 국가로 널리 인식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해서 국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었는데, 트럼프 만의 인식이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누가 인정하든 말든 핵 보유국 지위는 변하지 않는 현실"이라는 북한의 주장대로, 비록 '국제 인증'을 받지 못한 핵 보유국은 아니어도, 우리가 부정할 수는 없는 수준의 핵 보유 체제가 됐다는 것을 부인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북한은 이제 핵잠수함도 보유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미션이 진행 중인 것이죠. 지난 3월엔 '핵동력 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 현장도 처음 공개했습니다. 원자력을 동력으로 하는 핵잠은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잠수함에 비해 감시망을 피해 오랜 시간 잠항할 수 있어 기습 핵 타격이 가능한 대표적인 '게임 체인저'로 꼽힙니다.

핵잠수함은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러시아 6개국만 보유하고 있죠. 전문가들은 핵잠을 단기간 내 완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가하지만, 상황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근엔 평안북도 영변에 새 핵 시설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 9월 "전술핵 무기 제작에 필요한 핵 물질 대량 생산"을 지시했었는데요, 질적·양적으로 핵무기를 계속 늘려가고 있는 듯합니다.


새 정부가 마주해야 할 북한의 현황은 이렇습니다. 북미, 남북, 한미 간 비핵화 대화가 활발히 오가던 6년 전에 비해 훨씬 더 고도화된 북한의 핵 능력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복잡해진 국제 정세까지 만만치 않은 난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갈등하더라도 결국 북한과의 직접 대화가 가능했던 과거의 방정식이 이제 통하지 않을 상황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북핵 관련 언급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당장 남북관계가 최악이다 보니 북핵을 비중 있게 다루진 못했을 것 같습니다. 취임 직후 빠르게 추진하는 남북 긴장 완화와 관계 개선 조치도 중요하지만, 북핵 문제 관여를 위한 준비도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북한의 '임파서블'한 또 다른 미션은 지금도 진행 중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yeh2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