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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정보수장들 러시아 위협에 긴장 “세계 전멸 핵위기…북한, 러시아 지원으로 남한 어디든 타격” [디브리핑]

헤럴드경제 김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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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정보수장들 러시아 위협에 긴장 “세계 전멸 핵위기…북한, 러시아 지원으로 남한 어디든 타격” [디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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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가정보국 수장 “핵전쟁 전멸 위기 근접”
러시아, 종전 권유에도 우크라이나 공세 강화
러 “우크라 결국 나토 가입해 핵전쟁 일어날 것”
러 “우크라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로 진격 중”
독일 정보수장 “러시아, 나토 가입국 침공 계획”
“러, 북한에 드론기술 이전…남한 방어 무력화”
유럽 방위수장 “미군 유럽 철수 긴급 대비해야”
디브리핑(Debriefing:임무수행 보고): 헤럴드경제 국제부가 ‘핫한’ 글로벌 이슈의 숨은 이야기를 ‘속시원히’ 정리해드립니다. 디브리핑은 독자와 소통을 추구합니다. 궁금한 내용 댓글로 남겨주세요!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AFP]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AF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국 정보기관 수장이 ‘인류를 멸망시킬 핵위기를 전쟁광들이 부추기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10일(현지시간) 내놓아 그 의도와 배경이 주목된다.

이 발언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거론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털시 개버드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날 “최근 일본 히로시마에 다녀왔다”며 3분 31초 분량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영상에는 1945년 8월 6일 미국의 히로시마 원폭 투하에 따른 끔찍한 피해 장면과 함께 개버드 국장의 발언이 들어 있다.

당시 원폭 투하로 14만명이 즉사하거나 그 해 연말까지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개버드 국장은 “히로시마에 이토록 엄청난 파괴를 일으킨 단 한 개의 폭탄은 오늘날의 핵폭탄들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이었다”며 “오늘날의 핵무기는 단 한 발로 몇 분만에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 국가정보국 수장 “인류, 핵전쟁 전멸 위기에 근접”=그는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핵전쟁에 따른 전멸의 위기에 근접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 엘리트들과 전쟁광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핵 강대국 간의 공포와 긴장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는 아마도 그들이 일반인들은 이용할 수 없는 핵 대피소를 자신과 가족은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개버드는 “그러니 이런 미친 짓을 그만두라고 목소리 높여 외치는 것은 우리 민중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미 정보당국 최고 수장의 발언이라 하기엔 낯선 표현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이에 대해 AFP 통신은 “미 국가정보국장보다는 정치인이나 활동가들에게 어울리는 어조”라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도 개버드 국장의 발언에 대해 미국 정부 현직 관계자로부터는 “극도로 드물게” 나오는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AFP는 개버드의 이번 발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휴전을 거부하는 러시아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는 가운데 나왔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부 안가에서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부 안가에서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



▶러시아, 미국의 종전 권유에도 우크라이나 공세 강화=러시아는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의 온갖 중재 노력에도 우크라이나와 휴전 논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종전협상에 참여 중인 러시아 측 협상단장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은 평화협정 체결 없이 휴전만 할 경우 핵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고 전날 경고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9일 러시아 매체 RT와 인터뷰에서 “진정한 평화에 합의하지 않고 단순히 휴전 협정만 맺으면 이 지역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분쟁 지역인 카라바흐처럼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이 점유해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의 땅이 ‘거대한 카라바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보좌관 “우크라이나 결국 나토 가입해 수복 시도…핵전쟁 일어날 것”=그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해 나토와 함께 이 땅을 되찾으려고 시도할 것”이라며 “이는 지구의 종말을 일으키는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협상단과 비공식적으로 대화했을 때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유혈 사태를 멈추려는 합리적인 사람들로 보였다면서 “문제는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협정 체결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 현 지도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갈등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2년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한 직후에도 러시아 측 대표로서 우크라이나와 협상했던 메딘스키 보좌관은 당시 우크라이나가 협정에 합의한 상태에서 영국·미국과 대화한 뒤 “외국 파트너들이 반대한다”며 체결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협정 문서가 19쪽에 불과했다며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원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면 2022년 2월 28일에 평화 협정이 체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평화협정 조건은 현재 우리가 제시한 것보다 더 약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중부 지역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의 한 전몰 장병 추모시설에서 우크라이나기가 걸려 있다. [AFP]

우크라이나 중부 지역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의 한 전몰 장병 추모시설에서 우크라이나기가 걸려 있다. [AFP]



▶러시아 군 당국 “러시아군,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로 진격 중”=한편, 러시아는 역시 전날인 9일 자국군이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로 진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서부 경계를 넘어 진격하고 있다는 러시아 국방부의 8일 발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는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사이에 있는 지역이다.

군사 전문가 바실리 단디킨은 현지 매체 뉴스.루에 러시아군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공세가 완충 지대 확보, 도네츠크 보호 등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단디킨은 우크라이나군이 차시우야르 등 격전지에 전력을 집중해야 해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에 예비 병력을 배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 우크라이나 고위층을 비롯한 전반이 혼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주장을 부인했다.

현지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로 진격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으며 진입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라이언 EU 집행위원장. [AFP]

우르줄라 폰데라이언 EU 집행위원장. [AFP]



▶독일 정보기관 수장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어 나토 가입국 침공 계획 중” 경고=독일 해외정보기관 수장은 10일(현지시간) 러시아를 지목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계획 중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브루노 칼 독일 연방정보국(BND) 국장이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가 서방으로 향하는 과정 중 하나일 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칼 국장은 “러시아는 나토의 집단방위조항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시험하려 하고 있다”며 “나토의 집단방위조항이 유효하지 않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의 목표는 미국을 유럽에서 몰아내고, 나토를 1990년대 당시 경계선까지 밀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움직임은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나토의 집단방위조항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유럽도 방어에 대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은 미국의 정당한 요구”라고 말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러시아의 위협과 관련,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앞서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지난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보지는 않지만 5~8년 안에는 가능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덴마크 국방정보국 역시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경우 러시아는 인접 국가에 대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 자원을 6개월 이내에 재배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우크라이나군 정보 수장은 러시아가 북한에 이란제 자폭 드론 제조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고 미 군사매체 워존(TWZ)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장은 지난 7일 TWZ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국경에 인접한) 북한 영토에서 ‘가르피야’와 ‘게란’ 유형의 드론 생산 능력을 구축하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부다노우 총국장은 “이는 분명히 남북한 간 역내 군사적 균형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르피야는 러시아가 중국산 엔진과 부품으로 생산하는 공격용 드론이며, 게란은 이란제 샤헤드-136 드론의 러시아 버전이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란에서 장거리 드론인 샤헤드-136을 대거 들여와 공습에 활용했고, 지금은 이 드론을 러시아 내에서 자체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북한에 자폭 드론 기술 이전 중…남한 대규모 타격, 공중 방어 무력화”=TWZ는 북한이 샤헤드 드론을 보유하면 남한 내 어디든, 대규모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게 된다면서 “드론은 남한의 공중 방어를 무력화시켜 다른 무기의 공격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부다노우 총국장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3의 능력도 러시아 덕분에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KN-23 탄도미사일도 사용했다.

그는 “(KN-23 탄도미사일이) 러시아에 이전되기 시작했을 때는 몇 ㎞의 오차를 보이며 비행했지만, 이제는 정확히 목표물을 타격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와 북한 전문가들의 공동 연구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잠수함에 적용되는 특정 기술,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에도 적용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부다노우 총국장은 우크라이나군이 한때 점령했던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현재 북한군 1만1000여명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안보 수장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최근 북한 방문에서 ‘북한 노동자 러시아 파견’에 합의했다면서 러시아로 이주한 노동자 중 일부는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해 러시아군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11일 우크라이나의 민간 거주지 주택의 발코니가 파괴된 상태다. [AFP]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11일 우크라이나의 민간 거주지 주택의 발코니가 파괴된 상태다. [AFP]



▶유럽 방위수장 “미군, 유럽 철수는 새로운 현실…30만명 병력 증원 등 전략증강 시급”=한편, 유럽연합(EU)의 방위수장은 10일(현지시간) 유럽 주둔 미군 철수를 기정사실로 하면서 ‘자강 안보 속도전’을 주문했다.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EU 방위·우주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오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방위·안보 연례회의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가 덮치는 대형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쿠빌리우스 집행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러시아의 EU 국가 공격 가능성과 함께 “곧 있을 미국(병력)의 유럽 철수는 새로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이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유럽 내 미국 역량을 대체하기 위한 긴급한 전력증강과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자원 대체에 최소 30만명의 추가 병력, 1조달러(약 1368조원)가 필요할 것이라는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 등 싱크탱크 분석을 인용하면서 “(미국과의) 감정적 결별은 피하면서 점진적 책임 분담을 위한 합리적 합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