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진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체포되고 있다. 사진 EPA 연합뉴스 |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폭력 시위를 부추겼다”라며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을 비난해, 셰인바움 대통령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멕시코 출신 등의 이주민에 대한 미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이 양국 지도층 간의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보도를 보면, 놈 장관이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셰인바움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에서 더 많이 저항하라고 부추겼다. 나는 그 점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놈 장관은 “그는 폭력 시위를 부추겨서는 안 된다”며 “사람들은 시위를 평화롭게 벌일 수 있지만, 지금 우리가 보는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놈 장관의 발언은 전날 셰인바움 대통령이 멕시코 이민자들에 대한 미 정부의 과도한 단속을 비판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 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모든 이민 절차는 인간의 존엄성과 법질서를 존중하는 틀 내에서 진행돼야 한다”며 “멕시코 정부는 모든 가능한 외교적 법적 통로로 이민자들을 범죄화하는 시도들에 불만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린 시위의 형태로 행해지는 폭력 행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미국 내 멕시코인들에게 “평화롭게 행동하고 도발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날 멕시코 외교부는 엘에이 시위 중 42명의 멕시코인이 체포됐고, 이 중 4명이 추방당했다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10일 엑스(X)에 자신의 전날 발언 영상을 올리며 “미 안보부 장관이 한 발언은 명백하게 잘못됐다. 어제 발언에서 나는 명확하게 폭력 시위를 규탄했고, 전부터도 항상 그래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경제와 멕시코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정직한 멕시코인들을 우리 정부는 언제나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가 진행 중인 로스앤젤레스는 이민자 비율이 35% 가량으로 전국 평균 14%의 2.5배에 달한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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