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처리 속도 3개월 만에 20% 향상
평균 4.05초…바코드 인식 성공률 95%
주름진 라벨도 펴고 사람에게 건네기도
평균 4.05초…바코드 인식 성공률 95%
주름진 라벨도 펴고 사람에게 건네기도
물류 작업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 = 피규어 AI] |
사람 대신 로봇이 물류창고 한가운데 서서 1시간 내내 쉬지 않고 소포를 분류하고 바코드를 스캔한다. 얇은 우편물도, 주름진 라벨도 문제없이 처리한다. 급기야 사람이 손을 내밀자, 로봇이 자연스럽게 소포를 건넨다.
이는 피규어AI의 로봇용 AI 모델 ‘헬릭스(Helix)’가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류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는 지난 7일 자사 사이트와 유튜브를 통해 최신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2’가 물류센터에서 작업하는 1시간 분량의 무편집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로봇은 얇은 우편물, 플라스틱 포장백 등 변형 가능한 소포도 안정적으로 다루며, 일일이 바코드를 스캔하고 분류 작업을 수행했다. 종종 작업을 실수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금방 극복하고 다음 작업으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인간과 흡사해 보였다.
사람이 손을 내밀자 휴머노이드 로봇이 소포를 전달한다. [사진 = 피규어AI] |
피규어AI는 지난 2월에도 유사한 물류 작업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영상에서는 속도와 정확도 모두에서 눈에 띄는 개선이 이뤄졌다.
영상 속 로봇은 평균 소포당 4.05초에 작업을 마쳐, 3개월 전보다 20% 빨라진 속도를 기록했다. 이는 숙련된 물류센터 직원의 작업 속도(소포당 약 3초대)에 근접한 수준이다.
바코드 인식 성공률은 기존 70%에서 95%로 대폭 향상됐다. 주름진 라벨을 스스로 펴서 인식하는 등 상황에 맞춰 적응하는 동작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피규어AI는 로봇의 동작이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의 신경망 학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된 것이라며, 일일이 코드를 짜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자율성은 단순한 기계 제어가 아니라 AI 모델 구조의 진화에서 비롯됐다. 피규어AI는 헬릭스가 ‘시각 기억(vision memory)’을 통해 여러 프레임의 시각 정보를 기억하고, ‘상태 기록(state history)’을 통해 과거의 움직임을 참조하며, ‘힘 반응(force feedback)’을 통해 손끝의 감각을 실시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즉, 로봇이 이전의 경험을 기억하고 그것을 현재의 동작에 반영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데이터 축적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피규어AI는 헬릭스의 학습 시간을 기존 10시간에서 60시간으로 확장한 결과 바코드 인식 성공률이 88.2%에서 94.4%로 향상됐고, 1개 물품 처리 시간은 평균 6.84초에서 4.31초로 단축됐다고 밝혔다.
[사진 = 피규어AI] |
앞서 피규어AI는 지난 2월 헬릭스를 적용한 로봇이 장을 본 물건들을 정리하는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해당 영상에서 사람이 장을 본 물건을 선반에 둔 뒤 정리를 명령하자, 로봇 두 대가 물건을 응시한 뒤 냉장고 안에 넣을 것과 선반에 둘 것을 알아서 분류하고 서로 협력해 냉장고 정리를 마쳤다.
이처럼 피규어AI는 가정 환경은 물론 물류센터와 같은 산업 환경까지 아우르는 기술력을 공개하며, 빅테크들이 잇따라 참전 중인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피규어AI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엔비디아, 아마존 등 유수의 빅테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바 있으며, 올해 2월 기준 피규어AI는 395억 달러(약 54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지난해 대비 15배 이상 급등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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