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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스테이블코인 허용 움직임에 은행들 ‘경계’

헤럴드경제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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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스테이블코인 허용 움직임에 은행들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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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 도입 위해 안정성·경쟁력 강조
은행권 법제화 시 즉시 진입 사전대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여당이 비은행에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은행권이 경계하고 있다.

신사업 기회라는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추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가상자산 시장의 후발주자이자 각종 규제에 묶여 있는 은행으로서는 핀테크, 가상자산 스타트업 등과의 초기 경쟁에서 자칫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어서다.

이에 은행 컨소시엄 중심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달러의 범용성과 수요를 원화가 따라갈 수 없는 만큼 실질적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선 일정 부분 제어와 보호가 필요하다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전날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 허용과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가진 국내 법인이라면 누구든지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이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국내 최대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 시절 내놓은 구상과 유사한 것으로 이른바 ‘당청’이 사실상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나아가 민주당이 스테이블코인을 사실상 당론으로 삼고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문턱을 낮추려는 당청의 움직임에 은행권은 내심 불안해하고 있다. 이미 디지털 자산과 관련해 지배적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기관들과 당장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어서다. 특히 핀테크 등 비은행 기관이 빠른 의사결정과 혁신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면 은행으로서는 전통적 결제·송금 영역까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가상자산 후발주자로서 진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인데 시장을 완전히 열게 되면 불리한 게 사실”이라며 “은행은 규제가 많은 산업이고 자금세탁 방지나 소비자 보호 등 컴플라이언스 이슈도 있어 사업 추진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움직임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순히 경쟁 격화에 대한 우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도 금융 안정성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 은행을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발행하는 방향이 맞다는 의견이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제도권 중심의 안정적 운영이 중요하다는 한국은행과도 뜻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실제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 요건을 크게 낮출 경우 자금세탁방지, 고객 확인 등의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영세 핀테크가 대거 진입하며 시장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인프라 부족은 해킹 등의 보안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자칫 대규모 상환 요구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에 비해 국제적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발행 단계부터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추진하는 민간 주도의 자유로운 스테이블코인 발행 방식은 사실상 달러에만 적용 가능한 모델”이라며 “범용성과 수요를 고려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설계돼야 하고 은행 컨소시엄을 통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국내 환경에 적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법제화 시 즉각적으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일단 KB국민·신한·우리·NH농협·IBK기업·Sh수협은행 등은 사단법인 오픈블록체인·DID협회와 협업해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 중이다. 은행이 공동으로 출자하는 방식으로 자회사를 설립하고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