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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골프장 매각은 기업의 마지막 카드... 조용히 신속하게 팔아야”

조선비즈 노자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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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골프장 매각은 기업의 마지막 카드... 조용히 신속하게 팔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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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근 삼일PwC 파트너가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삼일PwC 제공

정성근 삼일PwC 파트너가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삼일PwC 제공



골프 산업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정작 골프장 매각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경기 광주 소재 골프장이 홀당 110억원에 매각된 사례도 나왔다. 수요 위축이 우려되는 와중에도 골프장의 몸값은 높게 유지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삼일PwC회계법인에서 골프·레저 부문을 이끌고 있는 정성근 파트너는 “늘 잠재적 수요자가 있고 현금화 속도가 빠르며, 무엇보다 골프를 대체할 만한 고급 레저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매수자 입장에서는 소유욕이 강해 매각가는 끄떡없다는 설명이다.

정 파트너는 또 골프장 밸류업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접근성을 개선하고 부대 시설을 리모델링하거나 티박스(티샷을 하는 구역) 구조를 바꾸는 등의 전략을 통해 그린피를 올려 수익을 늘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 파트너는 1992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해 2009년부터 지금까지 골프장 M&A 자문을 해온 베테랑이다. 홀당 160억원이라는 기록을 쓴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 인수 건, 레이크힐스(현 한림용인 및 안성) 인수, 금호리조트 인수, 옥스필드 매각, 일본 아티타야 매각 등 굵직한 딜이 그의 손을 거쳤다. 다음은 정 파트너와의 일문일답.

─요즘 골프장 매물이 많아지는 추세인지.

“최근 1~2년을 보면, 매물이 과거보다 많이 나오긴 했다. 그렇다 해서 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상황은 아니다. 골프장은 대부분 소유한 주체가 직접 운영하기 위해 갖고있는 자산이기 때문에, 아파트처럼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바로 팔지 않는다.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진행된다.

골프장을 판다는 건 기업 입장에서 사실상 마지막 수단이다. 기업이 골프장을 판다는 소문이 나면 시장에서는 ‘이 회사가 정말 어렵구나’라고 이해하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대출 회수를 검토하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따라온다. 그래서 매각을 대놓고 발표하기 어려우며, 조용히 보안을 유지하면서 딜을 진행해야 한다.”


─올해 기업이 소유한 골프장이 매물로 많이 나올 것으로 보는지.

“매물이 대거 출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완성된 골프장이 아니라 인허가를 받은 토지 상태의 매물이나 현재 인허가를 추진 중인 토지는 시장에 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골프 산업이 호황을 누리자 뒤늦게 토지를 매입하고 인허가를 추진했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거래가는 어느 정도인가.

“지역마다 편차가 너무 크다. 지방 골프장의 경우 홀당 35억원도 안 되는 곳이 많고, 경기 용인 등 수도권에는 80억원, 심지어 100억원 넘게 부르는 곳들도 있다. 수도권은 땅값 자체가 워낙 비싸다 보니 그런 가격이 가능한 것이다.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 경남 지역, 세종 및 대전 지역은 매도자 우위라고 할 만큼 매물이 귀하다. 홀당 가격이라는 건 아파트의 평당 가격처럼 단순하게 비교하긴 어렵고 개별 입지나 조건에 따라 차이가 크다.

국내 경기와 세계 경제가 바닥을 찍고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골프장 매수세가 조금씩 늘고 있다. M&A도 활성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다른 자산과 비교할 때 골프장 매각의 특징은.

“골프장은 늘 잠재적 수요자가 있고 거래 절차도 비교적 간단한 편이어서 현금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늘 꾸준한 수요가 있는 이유는, ‘대박’을 치긴 어렵지만 실적과 시장 전망 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골프장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이유는.

“골프를 대체할 수 있는 고급 레저 활동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요트, 승마 등은 인프라가 부족하고 접근성도 떨어져서 대중화가 어렵다. 수영장이나 콘도 같은 시설도 예전만큼 인기가 없다. 결국 남는 게 골프뿐이라 수요는 견조하다.”

─회원권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 같은데. 최근 모 골프장 회원권이 36억원에 거래됐다더라.

“회원제 골프장의 공급은 줄고 있는데 수요는 비슷하게 유지되거나 느린 속도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문 여는 회원제 골프장은 거의 없고 오히려 대중제로 전환되는 경우가 더 많다. 공급은 줄고 있는데 수요가 그대로라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골프장 회원권에는 재산세도 부과되지 않고, 필요할 때 현금화도 쉽게 할 수 있어 유동성 자산으로서도 매력이 크다.”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골프장 가운데 매물로 나올 만한 곳이 많은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부터 사모펀드의 골프장 투자가 활발했고, 현재까지도 FI가 갖고 있는 골프장이 제법 많은 편이다. 사우스스프링스, 파가니카, 더플레이어스, 오너스, 스톤비치, 킹즈락 등이 대표적인 FI 보유 골프장이다.

사모펀드가 보유한 골프장은 펀드 만기가 도래하면 매각해야 하는데, 만기 이전에 여유를 갖고 미리 팔려는 움직임도 일부 포착된다. 다만 새로운 FI로 손바뀜되기보다는 실소유자 위주로 투자자 풀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FI와 전략적투자자(SI)가 공동으로 골프장을 인수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이 경우 거래 구조는 어떻게 되는지.

“보통 SI가 지분 20~30%를 인수하고 FI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갖는다. FI는 다양한 출자자로 구성된다. 제1금융권 은행, 연기금, 그리고 고위험 투자자 등이 들어온다. 이들은 이자 수익이나 우선수익(Preferred Return)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인수 후 수익이 발생하면 일정 비율로 나눠 갖고, 손실이 난다면 SI가 가장 후순위라 손실도 제일 먼저 감수한다.”

─요즘 일부 골프장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데, 그런 움직임이 늘고 있는지.

“최근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골프장들의 경우 골프장 조성 단계나 그 이후 운영 과정에서 과다한 차입금을 조달한 게 화근이 돼서 회생을 여러 번 시도했던 곳들이다. 일반적인 케이스라고 보긴 어렵다.

골프장 같은 시설은 운영이 끊기면 자산 가치가 급락한다. 영업이 중단되는 순간부터 매출은 물론이고 전체 회원권 가치와 부동산 가치가 다 같이 무너진다. 회원 예수금과 과다한 금융권 부채를 동시에 갚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쉽사리 회생을 선택하지 못한다.

골프장이 재정난에 빠지면 회생보다는 매각이나 구조조정을 먼저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FI가 들어와 있는 경우라면 펀드 만기 전 자산을 정리하는 방식이 선호되고, 골프장이 대기업 계열사라면 (계열사 간) 내부 자금 이동이나 다른 계열사에 매각하는 방식이 더 흔하다."

─골프장을 밸류업할 수 있는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미 만들어진 골프장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골프장 가치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크게 다섯 가지 정도다. 접근성, 배후 수요, 골프장 품질(코스 설계, 경관 등), 브랜드 인지도, 그리고 부대 시설이다.

그 중 접근성과 배후 수요의 경우 외부 환경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골프장의 자체적 노력으로 바꾸긴 어렵다. 그러나 간혹 골프장 운영 주체가 도로 인프라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인터체인지(IC)를 골프장 근처에 만들도록 하거나, 이미 계획된 도로에 램프(진입로와 진출로)를 덧붙이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민간 자금을 보태기도 한다.

실제로 A골프장의 경우 인근에 동여주IC가 생기면서 가치가 확 올라갔다. IC에서 골프장까지 1분도 안 걸린다. 그 덕에 수요와 그린피가 완전히 달라졌다. 작은 인프라 하나가 골프장 밸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외에도 골프장 안에 만찬장이나 연회장, 고급 부대시설을 넣는 것도 방법이다. 예컨대 B골프장은 클럽하우스 옆에 전통 한옥 느낌의 만찬장이 있어서 대외 행사 수요가 많다. 브랜드와 품격 측면에서 가치를 끌어올린 사례다. 티박스에 매트를 까는 대신 앞뒤의 티박스를 연결하든가 주위 공간을 티박스로 편입해서 매트를 깔지 않고 운영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결국 밸류업이란 당장 수익을 극대화하기보단 브랜드 이미지와 접근성, 그리고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요소들이 쌓이면 가격을 올릴 수 있고, 회원권 가치도 올라가며 궁극적으로 골프장의 몸값도 높아진다. 단순히 운영 이익률만 개선한다고 골프장 가치가 오르진 않는다."

─삼일 골프·레저 부문의 가장 큰 경쟁력은.

“뻔한 얘기일 수 있겠지만 우리 법인의 최대 경쟁력은 전문성이라고 할 수 있다. 구성원들 모두 골프장 M&A 경험을 갖고 있는 전문가이고, 회계사들이 주축이 돼 있어 회계 및 재무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

또 우리 구성원 중에는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이 있다. 해외 골프장 딜 역시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 최근 태국 골프장 딜을 진행했으며 일본 골프장도 인수했다. 한국 기업이 관심 가질 만한 해외 골프장의 M&A 딜 소싱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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