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스포츠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소주전쟁' 유해진 "연기, 표현 방법보다 스며드는 게 중요"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원문보기

'소주전쟁' 유해진 "연기, 표현 방법보다 스며드는 게 중요" [인터뷰]

서울맑음 / -3.9 °
유해진 / 사진=쇼박스

유해진 / 사진=쇼박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소주전쟁' 유해진이 자신의 연기관을 언급하며 긴 시간 쌓아온 내공을 드러냈다.

'소주전쟁'(제작 더 램프)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종록(유해진)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인범(이제훈)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

유해진은 '소주전쟁'을 택한 이유에 대해 "어렸을 적 '우리나라 주류 문화의 장점은 빈부를 떠나 모두 소주를 마신다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소주라는 친근감 있는 술이 소재라 좋았다"며 "배우로서 매번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만 하는 건 불가능하다. 어떤 작품은 흥행이 되지 않아도 참여하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다. 관객수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극 중 인간미가 돋보이는 종록 역으로 분한 그는 "연기를 하는 데 있어 표현하는 방법보단 얼마나 신에 스며들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모든 작품이 그런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어색하지 않을 수 있는가가 핵심"이라며 "'종록이 회사원이니까 이렇게 해야지' 같은 생각은 안 했다.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영화가 기업 간의 이야기를 다뤘다 보니 항상 '쉬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대사 속 용어들도 웬만하면 모두 풀어서 얘기하려 노력했다. 이전엔 전문 용어가 훨씬 많았다"며 "어느 부분에 가치를 두고 인생을 살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편집에서 많이 사라진 것 같긴 하다"고 짚었다.

영화에는 회사에 헌신하다 가정에 소홀한 '워커홀릭' 종록이 결국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유해진은 이를 두고 "어릴 때 동네에 종록 같은 아버지들이 꽤 많았다.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는 것 같다"면서도 "아버지 세대라면 모를까, 요즘 세상에 그렇게 사는 건 좀 아니라고 본다. 그러려면 결혼은 왜 한 건가. (종록의 행동은) 다소 무책임하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나 역시 연극하던 시절엔 종록처럼 살았지만 지금은 그 정도 그릇이 못 된다. 싱글이라면 연기 외에 다른 걸 뒷전으로 해도 상관없겠으나, 가정이 있다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해진은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된 IMF 시절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연극을 할 때였는데, 사실 난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원체 가진 게 없었기 때문"이라며 "상황이 늘 똑같았다. 버스비 아껴서 소보로빵 하나 사 먹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우리 집도 정말 가난했다. 늘 힘들었다. 난 고향을 떠나 서울에 거주하던 상황이었는데, 극단 일정이 불규칙하다 보니 아르바이트를 할 처지도 안 됐다"며 "고정적인 소득이 있는 상황이었다면 갑자기 수입이 줄어들어 체감이 됐을 텐데,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보니 잘 못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예능 '삼시세끼'에서 이것저것 뚝딱뚝딱 만들어내던 모습들이 다 극단 시절 배웠던 것들이다. 갑자기 스토리상 자동차가 필요하다며 택시 만들어오라는 지시가 내려온다. 그러면 폐차장에서 핸들을 가져오고 쇠파이프를 연결하고 이러면서 택시 비슷한 것을 만들어내곤 했다"고 덧붙였다.

유해진은 함께 연기한 배우들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먼저 이제훈에 관해서는 "정말 성실하다. 하는 일도 많고 엄청 바쁘더라"라며 "그 와중에도 영어 대사 등을 철저하게 준비하길래 놀랐다. 완벽한 친구 같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배 손현주를 향한 깊은 신뢰도 엿보였다. 그는 "같이 작품을 한 건 처음인데 모임을 통해 알게 돼 자주 만나는 사이다. 현주 형의 연기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현장에 같이 있으면 마음이 참 편하다. 그런 점이 배우에게 큰 부분을 차지한다. 불편한 느낌이 들면 계속 마음에 걸리고 연기가 아닌 다른 것에 신경을 쓰게 된다. 형과 있으면 정말 편해서 어느 순간부턴 '좀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기를 정말 몸 사리지 않고 한다. 경력이 오래됐는데 어떻게 저렇게 열정적일까 싶다. 시늉만 해도 된다는 걸 알면서도 전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한편으론 그런 열정이 부럽다는 생각도 들더라"라고 치켜세웠다.

다른 언어를 쓰는 중국계 배우 바이런 만은 어땠을까. 유해진은 "바이런 만이 테니스를 좋아한다. 그래서 같이 테니스에 관한 얘기를 조금 했다"며 "내가 영어를 잘 못하니까 얘기가 끝나면 다른 얘기 꺼낼까 봐 얼른 자리를 피하곤 했다. 웬만하면 눈도 안 마주치려 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유해진은 TV, OTT 드라마보단 주로 영화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바 있다. 그는 "사실 요즘 영화계가 많이 어려운데, 아직까진 작품 제안이 꾸준히 들어와 감사하다"며 "영화 시스템 안에 오래 있어서 그런지 익숙하게 느껴져 즐겁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OTT도 좋은 작품이라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떻게 보면 용기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며 "난 영화가 좋다. 연극만 계속 했다면 이젠 나이도 있어서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끝으로 유해진은 "어느 작품이든 현장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며 "후배들에게도 어떻게 하면 꼰대가 되지 않을까 고민한다. 현장에선 선후배가 아닌 동료로만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선배라고 해서 뭐 '대사를 이렇게 해라' 이런 건 전혀 없다. 그냥 '다이다이'다(웃음). 술자리도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