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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형’에서 ‘차세대 리더’로…경기장 안팎서 존재감 높이는 이강인

헤럴드경제 조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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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형’에서 ‘차세대 리더’로…경기장 안팎서 존재감 높이는 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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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미 폭격' 이란 포르도 핵시설 공격" <AFP>
2026 북중미월드컵 예선 최종전서 추가골
‘젊은피’ 구심점 할약으로 경기 MVP 선정
배준호 “후배들에게 영감 주는 선배, 존경”
“홍명보 감독은 우리의 보스” 도와달라 당부
이강인   [게티이미지]

이강인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막내형’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경기장 안팎에서 무게감 있는 활약과 발언으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각급 대표팀에서 나이로는 막내지만 맏형 못지 않은 역할을 해서 ‘막내형’으로 불렸던 이강인이 이젠 ‘진짜 리더’로서 한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강인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0차전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6분 추가 골을 터뜨리며 팀의 4-0 대승에 앞장섰다.

이강인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무대를 정복하고 승리의 기운을 안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출전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하면서 경기력에 물음표가 붙었다. 기우였다.

이강인은 이날 중원에서 황인범(페예노르트), 오른쪽 측면의 전진우(전북), 왼쪽 날개 배준호(스토크시티)와 많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쿠웨이트의 수비진을 거침없이 휘저었다.

이강인은 1-0으로 앞서던 후반 6분 배준호의 킬패스를 받은 뒤 지체없이 왼발슛으로 마무리, 2-0을 만들었다. 3차 예선에서 터진 이강인의 첫 번째 골이다. 상대의 압박 수비에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던 흐름은 이강인의 골로 뜨겁게 달아 올랐다. 오현규(헹크), 이재성(마인츠)의 추가골이 이어지면서 4-0 대승으로 월드컵 본선행을 자축했다.

이강인   [게티이미지]

이강인 [게티이미지]



이강인의 존재감은 이날 홍명보 감독이 ‘젊은피’를 대거 선발 기용하면서 더욱 돋보였다. 홍 감독은 ‘영건 실험’을 공언한대로 배준호(스토크시티), 오현규, 전진우(전북), 이한범(미트윌란) 등 2000년대생 안팎 선수들을 대거 선발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강인은 특유의 간결하고 현란한 드리블로 상대의 밀집 수비를 헤집었다. 이강인이 짧은 터치로 수비 2∼3명의 압박을 풀어내고 나올 때마다 홈팬들의 감탄이 쏟아졌다. 코너킥과 프리킥 전담 키커로 특유의 예리한 킥력을 뽐냈고 패싱 줄도 날카로웠다. 시즌 막판 오랫동안 벤치를 지켰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강인은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POM·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이강인의 존재감은 경기장 밖에서도 나타났다. 공식 기자회견과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홍명보 대표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비판 여론에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이강인은 기자회견에서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감독님과 축구협회에 대해 공격으로 일관하시는 분들이 있다”면서 “우리는 축구협회 소속이고, 감독님은 저희의 ‘보스’이시기 때문에 이렇게 너무 비판만 하시면 선수들에게도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긍정적인 부분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월드컵 가서 더 잘할 수 있다. 최대한 도와 달라”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이강인   [게티이미지]

이강인 [게티이미지]



이강인은 기자회견 뒤 믹스트존에서도 취재진과 만나 “기자분들, 그리고 요즘은 유튜브 쪽에서 축구협회(에 비판적인)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비판하는 건 당연한 부분이지만, 너무 과도한 비판은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내가 국가대표가 되고 나서 오늘 경기장 빈자리가 가장 많았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선수들이 좀 더 행복하게, 그리고 많은 분께 더 행복을 드릴 수 있는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조금만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6만석의 서울월드컵경기장엔 관중이 4만2000명도 채 들지 않았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자축하는 월드컵 출정식 무대 치고는 썰렁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홍 감독이 전광판에 소개될 때 관중석에서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이강인의 발언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다소 예민할 수도 있는 내용이었지만, 월드컵을 1년 앞둔 시기에 대표팀의 조직력과 사기를 위해 누군가는 해야할 말이었다. 그러면서도 팬들을 향해 감사함을 표하고 애정어린 응원을 보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묵직하면서도 성숙해진 발언을 계기로 이강인이 대표팀의 스피커로 올라선 분위기다.

이강인의 모습은 후배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다. 이날 2도움으로 맹활약한 배준호는 이강인을 향해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2001년생 이강인보다 3살 어린 배준호는 “강인이 형이 어떻게 비치는지 모르겠지만 후배들에게는 큰 영감을 주는 선배다. 굉장히 모범을 보인다. 축구하는 것만 보여줘도 무척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나도 강인이 형을 따라다니면서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이강인과 동갑내기인 오현규는 얼마전 농담을 섞어 “강인이가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고 와서 잘난체를 많이 해서 조금 보기 싫을 때가 있다”고 웃었다.

이강인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보여주는 성숙한 ‘잘난체’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대표팀의 자극제이자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