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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경남 연고 배구팀 보인다… ‘프로스포츠 그랜드슬램’ 4호 도시 노리는 부산, OK저축은행 손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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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경남 연고 배구팀 보인다… ‘프로스포츠 그랜드슬램’ 4호 도시 노리는 부산, OK저축은행 손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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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으로 들어찬 안산 상록수체육관 전경. 사진=KOVO 제공

관중으로 들어찬 안산 상록수체육관 전경. 사진=KOVO 제공


‘스포츠 그랜드슬램’으로 불리는 4대 프로스포츠 구단 보유 도시, 그 타이틀을 부산이 비(非)수도권 최초로 품을 수 있을까.

남자프로배구 OK저축은행이 경기 안산시에서 부산광역시로 연고지 이전을 추진한다. 10일 취재 결과에 따르면 구단 측은 앞서 연고지 이전과 관련해 한국배구연맹(KOVO)에 구두로 먼저 의사를 전달했고, 이날 KOVO 사무국을 직접 찾아 관련 부처와 이야기를 다시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KOVO 요청대로 오는 12일 각 구단 사무국장이 참석하는 실무위원회에 필요한 자료까지 제출할 예정이다. 실무위는 이 안건의 이사회(24일 개최) 상정 여부를 결정하고, 이사회에 참석한 각 구단 단장들의 만장일치 의결 결과에 따라 연고지 이전이 최종 결정된다.

연고지 이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배구계는 입을 모은다. 한 고위 관계자는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전이면 몰라도, 지방으로의 이전은 배구 인기 상승과 저변 확대, 지역 균형이라는 확실한 명분이 있다”면서 “타 팀 입장에서 장거리 원정이 늘어남으로써 생기는 운영비 증가나 선수 관리 부담이 있겠지만, 대의를 거스르기는 힘들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고 귀띔했다.

부산시도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이전이 성사된다면 부산은 경남권 최초로 프로배구팀을 유치하게 된다. 또한 롯데(야구), 부산 아이파크(축구), KCC-BNK썸(남녀프로농구)을 이미 보유한 부산은 서울·인천·수원에 이어 역대 4번째 국내 4대 프로스포츠 구단 보유 도시가 될 수 있다. 비수도권으로는 최초다. 서울을 잇는 국내 제2의 도시로서 탐나는 타이틀일 수밖에 없다.

OK저축은행에도 부산은 매력적인 연고지다. 지금까지 연고구단이 없었음에도 초·중·고 13개 배구부를 보유하고 있으며, 200여개의 동호인 팀이 활동하는 등 열기가 뜨겁다. 2002년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금메달을 캐낸 성지이자, 강만수, 김호철, 신치용, 문성민, 장소연, 양효진, 박정아 등 굵직한 스타들을 꾸준히 배출한 도시이기도 하다. 배구팀이 자리잡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2년 전 연고지를 옮긴 KCC와 부산의 좋은 선례도 OK저축은행의 입맛을 당긴다. KCC는 이전 연고지였던 전북 전주시를 떠나 부산에 안착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관중 증가는 물론, 연고지와 프로구단의 상생까지 이뤄지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여기에 KCC가 부산 정착 후 2023∼2024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이뤄내며 선순환 모델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인구도 그렇고 여러모로 규모가 큰 도시로 이전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메리트가 많다. 프로스포츠 구단이 함께 모여들면서 생기는 시너지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산상록수체육관. 사진=KOVO 제공

안산상록수체육관. 사진=KOVO 제공


OK저축은행의 연고지 이전은 사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이슈가 아니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2019년 기장체육관에서 남자부 4개 구단이 모여 부산 서머 매치를 개최한 적이 있다. 그때부터 부산 지역 팬들의 뜨거운 열기를 확인했고, 내부적으로 이야기가 조금씩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장체육관의 지리적 위치나 시설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추가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지지부진했던 이전 이슈는 구단주인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의 의지로 다시 불이 지펴졌다. OK금융그룹 본사 관계자는 “구단주께서 침체되는 한국 배구에 계기라고 해야 할까.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다고 보셨다. 특히 지방 구단 부족에 대해 누군가 앞장서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셨다. 기존 연고지와의 관계나 이전에 드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쉬운 선택이 아니지만 결단을 내리게 됐고, 그러면서 지난해부터 구단이 자연스럽게 부산과 연결되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12년간 동행한 안산시와 어떤 문제가 있어서 연고지 이전 이야기가 나온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OK저축은행은 이를 일축했다. 구단 관계자는 “안산은 새롭게 출범하는 우리 구단이 연고지 선정에 애를 먹을 때 먼저 손을 내밀어 초기 정착에 정말 큰 도움을 준 감사한 도시다. 2번의 우승을 함께 했고, 세월호의 아픔도 함께 나누는 등 공유해온 시간이 길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이번 이슈를 말씀드렸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부산 이전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단순하다. 배구 인기 활성화다. 취재를 종합해본 결과, 연고지 이전이 성사되면 OK저축은행은 부산 강서체육공원 내 위치한 실내체육관을 홈 구장으로 고려 중이다. 사직체육관은 이미 농구팀 KCC, BNK가 사용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파고들 틈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미 강서체육관만 하더라도 수용인원이 4280명 정도로 기존 상록수체육관(2700명)을 크게 웃돈다. 입장 수익은 물론 더 큰 광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배구계 관계자는 “강서체육관은 김해공항과 아주 가깝고, 지하철 역도 코앞에 있다. 인근 고속도로와도 접근성이 좋다. 최근 리모델링을 거쳐서 시설 상태도 준수하다. 팬들이 찾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며 “무엇보다 프로스포츠 구단들이 한 연고지에 모여있다는 점이 플러스 알파로 작용할 것이다. 종목을 넘나드는 다양한 합동 마케팅도 가능해지고 도시 전체에 스포츠 붐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OK저축은행 선수단. 사진=KOVO 제공

OK저축은행 선수단.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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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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