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나인뉴스 미국 특파원 고무탄 맞는 영상 온라인서 논란…호주 정부 공식 항의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로스앤젤레스)에서 불법 이민 단속 반대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이 현장을 중계하던 호주 나인뉴스 기자에게 고무탄을 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호주 나인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최근 미국 LA 시위 현장을 취재 중이던 자국 언론인이 미국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아 다친 것을 강력하게 비난하며 미국에 공식 항의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앨버니지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호주 나인 뉴스의 미국 특파원이 LA 시위 현장 취재 도중 시위대를 진압하던 미국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는 모습에 대해 "끔찍했다"고 표현하며 호주 정부가 미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했다고 밝혔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날 캔버라에서 열린 내셔널 프레스 클럽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인 뉴스 특파원이 고무탄에 맞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봤다며 "정말 끔찍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이미 미국 행정부에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호주 나인 뉴스의 미국 특파원인 로런 토머시 기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반대하는 LA 시위를 취재하던 도중 뒤쪽에 있던 경찰이 발사한 고무탄에 다리를 맞았다. 그는 고무탄에 맞은 직후 고통을 호소하며 다리를 붙잡았다. 당시 근처에 있는 시민은 고무탄을 발사한 경찰을 향해 "방금 기자를 쐈다"고 비난했고, 토머시는 "괜찮다"라고 답하며 현장에서 벗어났다. 이 모습은 나인 뉴스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돼 생중계로 전파를 탔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LA 이민세관단속국(ICE) 사무실 인근으로, LA 경찰은 이 지역의 시위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언론인들에게 안전거리를 유지하라고 공지했다고 한다.나인 뉴스는 사건 발생 후 성명을 통해 "로런과 영상 기자는 안전하고, 이 사건을 취재하는 임무를 계속할 것"이라며 LA 경찰이 해당 사건에 대한 공식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자국 기자의 피격 소식에 호주 정치인들은 앨버니지 총리를 향해 "트럼프 행정부에 공식 항의하고 긴급 해명을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건이 호주가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반발하고, 앨버니지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첫 대면 회담을 앞두고 발생했다고 짚었다. 앨버니지 총리는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첫 대면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앨버니지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전화 통화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보였다. 하지만 중도좌파 성향의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의 미국산 육류 수입 제한, 미국 SNS(소셜미디어) 대기업 영향력 억제 조치 등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문제에 크게 양호할 의향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며 두 정상의 첫 대면 회담 분위기가 기대만큼 긍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