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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도 대장동도 무기한 연기…李 대통령 재판 ‘없던 일’? [세상&]

헤럴드경제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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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도 대장동도 무기한 연기…李 대통령 재판 ‘없던 일’?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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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지난해 11월 1심 선고 이후 롤러코스터
유죄→무죄→유죄, 판단 뒤집혀
파기환송심 5월 15일→6월 18일→추정
공직선거법 ‘행위’ 삭제 시 면소 판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4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ㆍ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4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ㆍ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과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1심 재판이 무기한 연기됐다. 1심~3심이 모두 엇갈리고 대선 전 확정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예측까지 대두되면서 대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이 대통령 당선으로 임기 중에는 죄를 따질 수 없게 됐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공직선거법 개정안까지 통과될 경우 사건 자체가 종결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위례·성남FC 의혹 1심을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3부(부장 이진관) 또한 이날 6월 24일 예정된 공판을 연기하고 추후지정 하기로 했다. 전날인 9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 이재권)는 지난 9일 해당 사건의 공판기일을 추후지정하기로 했다.

서울고법은 “헌법 84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인 임기 중 형사상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의 규정을 기소는 물론 재판까지 포함한다고 해석, 임기 중에는 재판을 열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대통령은 2022년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다.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지던 2021년 11월께 방송 인터뷰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 몰랐다’한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의혹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에 변경해 준 것’이라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해당 사건은 2024년 11월 25일 1심 선고가 나온 뒤 ‘롤러코스터’를 타며 정국을 요동치게 했다. 1심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거짓말에 해당한다고 판단,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형이 확정될 경우 피선거권이 10년 동안 박탈되는 중형이었다. 1심 재판부는 故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한 발언(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을 유죄로 인정했다.

반전은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한창이던 지난 3월 26일 일어났다.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 6-2부(부장 최은정·이예슬·정재오)가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골프 발언을 “‘김문기를 몰랐느냐’라는 질문에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는 것을 부연 설명하면서,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자신의 반박 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며 독자적인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발언 또한 “행위에 관한 발언이라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두 번째 반전은 대법원이 주도했다. 조용하던 대법원은 지난 4월 22일 이 대통령 사건을 소부에 배당한 직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2차례 합의기일을 거친 뒤 약 일주일 뒤인 5월 1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상고 기각’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1심 재판부와 대부분 판단을 동일하게 하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는 정도는 표현의 주체와 대상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피고인의 발언은 공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판단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허위사실로 판단된다.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말로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 또한 대법원의 속도전에 보조를 맞췄다. 대법원 선고 다음날인 5월 2일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 이재권)는 곧바로 5월 15일 오후 2시를 첫 번째 공판기일로 지정했다. 이 대통령 측에 소환장, 공판기일 통지서가 빠르게 도착할 수 있도록 인천지법 집행관에게 소송 서류 송달도 요청했다.


대법원과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속도전은 반발을 불러왔다. 사법부 내부에서도 ‘이례적인 진행 절차’를 두고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법관 증원법’, ‘재판소원법’ 등 사법부 압박용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결국 서울고등법원 형사 7부는 이 대통령의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6월 18일로 연기했고, 지난 9일 ‘무기한 연기’를 공식화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헌법84조를 ‘재판 정지’로 해석하면서 이 대통령이 받는 나머지 재판도 줄줄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항소심 ▷대장동·위례·성남FC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1심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 5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 중 공직선거법, 대장동, 위증교사 사건 재판이 ‘추후 지정’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에도 불구, 재판 자체가 종결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 대통령이 기소된 혐의를 없애버리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공표죄 구성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행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예측이 어렵고, 자의적인 법 해석 및 집행의 우려가 크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측은 재판을 받으면서 같은 취지로 2차례 위헌법률 제청 신청을 하기도 했다. 적용된 법 조항이 위헌의 소지가 있으니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 대통령은 ‘면소’ 판결을 받는다. 법 조항이 폐지되어 처벌할 수 없어 재판을 그대로 종결한다는 취지다. 형벌 법규는 범죄를 저지른 이후에 법이 바뀔 경우 소급 적용을 금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법이 바뀐 경우에는 개정안을 적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