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2루수 잭슨 할러데이가 MHN과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MHN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이종범과 이정후. 이 둘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인물로 부자지간이다. 아버지 이종점이 한국야구를 평정하고 일본까지 진출했고, 그의 아들 이정후는 일본보다 더 큰 무대 메이저리그로 직행했다.
아버지 이종범이 유격수로 내야수비의 핵심이었던 것과 이정후는 외야의 정점 중견수라는 점만 다를 뿐 둘은 호타준족의 선수로 닮은 점이 많다. 젊은 나이에 한국을 평정하고 바다 건너 더 큰 무대에서 활동한 것도 비슷하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
이종범과 이정후처럼 대를 이어 부자가 모두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성공한 케이스가 여럿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이들을 꼽으라면 당연코 아버지 맷과 아들 잭슨을 배출한 할러데이 집안이 있다. 여기에 잭슨의 할아버지 톰까지 더하면 3대가 야구를 했다. 하지만 톰은 아마추어에서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출신인 아버지 맷은 지난 2004년 콜로라도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오클랜드-세인트루이스-뉴욕 양키스-콜로라도'를 거치며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명성을 떨쳤다.
메이저리그에서 총 15시즌을 뛴 그는 모두 1903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0.299, 316홈런 1220타점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도 0.889로 뛰어나다.
현역시절 팬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올스타에 7번이나 선정됐을 만큼 대중의 인기도 높았다. 내셔널리그 타율과 타점왕(2007년)을 차지한 것은 물론, 그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MVP(최우수선수) 자리에도 올랐다. 2011년에는 모든 빅리그 선수들의 공통 꿈인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도 챙겼다.
2018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그는 이마 세인트루이스 구단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입회도 시간 문제일 뿐이다.
맷은 빅리그 은퇴 후에도 미국현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여러 번 받았다. 그의 아들 잭슨이 지난 202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볼티모어의 지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그가 받은 계약금은 무려 819만 달러(약 111억원). 잭슨에 대한 기대치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프로진출 단 1년 만인 지난해 4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기대가 컷던 탓인지 지난해 총 60경기에 나와 타율 0.189, 5홈런 23타점에 그쳤다. OPS도 0.566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2년차가 된 올해는 10일 기준 타율 0.263, 8홈런 27타점 5도루로 좋아졌다. OPS도 0.749까지 끌어 올렸다. 준수함의 기준이 되는 8할이 가까워졌다. 그의 나이 이제 겨우 21세다.
잭슨은 최근 또 다시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25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잭슨의 동생 이튼이 1라운드 전체 1번 지명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현실이 된다면 형제가 모두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지명된 빅리그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 된다.
(동생 이튼(왼쪽)과 형 잭슨 할러데이 | 사진=잭슨 SNS) |
MHN은 지난 4월 잭슨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체이스 필드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Q: 시즌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웃으며) 아직까지는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만족한다. 아픈 곳도 없고, 스윙도 내가 좋았을 때 폼이 계속 유지되는 것 같아 기쁘다. 게다가 팀도 연승을 이어가는 등 성적이 좋아서 더할 나위가 없다.
Q: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알고 싶다.
A: 물론이다. 가능하다면 타격왕이 되고 싶다. 출루율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에겐 그럴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는 메이저리그 최고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Q: 아버지(맷)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부자 사이에 야구 이야기도 많이 하는지 궁금하다.
A: 그렇다. 아버지와 나는 야구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다. (웃으며) 그럴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야구가족 품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동생인 조시 삼촌은 오클라호마 대학교 야구부 코치이다. 할아버지 또한 대학교 야구 감독이었다.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야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하!
게다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동생 이튼도 야구를 하고 있다. 올 여름에 드래프트 대상이기 때문에 우리 집에선 야구 이야기가 끊일 수가 없다.
(잭슨의 가족사진. 왼쪽부터 아버지 맷, 잭슨, 어머니 그리고 동생 이튼 | 사진=잭슨 SNS) |
Q: 안 그래도 이튼에 대한 질문도 준비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 지명을 받을 거란 예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형의 입장에서 동생이 나처럼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1번으로 지명된다면 정말 기쁘고,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조용히 응원하면서 기다리겠다.
Q: 당신의 말처럼 특별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런 당신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A: 야구는 내 삶 전체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를 들락거렸고, 그를 통해 여러 선수들을 보면서 성장했다. 게다가 집에서도 아버지, 삼촌 그리고 할아버지까지 다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셨다. 때문에 야구는 내 삶에서 단 한 순간도 빼놓을 수가 없었다. 어려서는 야구가 친구 같았고, 지금은 야구선수로써 그 야구를 또 즐기고 있다.
Q: 아버지를 제외하고 어렸을 때 좋아했던 선수나 롤모델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A: 물론 있었다. 특히, 성장기에는 트레이 터너와 놀란 아레나도 그리고 코리 시거를 특히 좋아하면서 그들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가졌다. 이들을 통해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고 싶다는 영감도 받았다.
(볼티모어 잭슨 할러데이) |
Q: 지난해 정말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비결을 꼽는다면.
실패를 통한 경험이다. 지난해 못했기 때문에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하면서 조정을 했다. 그런 과정들이 있었기에 올 시즌 그래도 지난해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야구는 그런 것 같다.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는데 특히, 못했을 때 실망만 하기 보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계획을 짜고, 적절한 대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고 본다. 내 자신을 믿는 것도 한 방법이다.
Q: 클럽하우스에서 동료들이 부르는 별명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아직까지 내 이름외에 따로 부르는 별명은 없다.
Q: 야구선수들은 미신을 믿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된 징크스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예전에는 많았다. 안타를 잘 쳤을 때 썼던 배팅장갑을 해질 때 까지 쓰거나, 승리했을 때 착용했던 벨트나 야구화를 계속 반복해서 사용하는 징크스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는다, 하하.
(잭슨 할러데이) |
Q: 21세에 벌써 빅리그 2년차 선수가 됐다. 훗날 당신과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야구는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엔터테이먼트이기도 하다. 그러니 우선 야구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즐거워야 한다. 그 다음에 마이크 트라웃이나 코리 시거처럼 닮고 싶은 선수를 정해서 그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보며 흉내내어 보라는 조언도 해주고 싶다. 그러다 실력도 성장하고 꿈도 함께 영글어가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진=©MH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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