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감독. 사진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 본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디즈니+ ‘나인 퍼즐’은 윤종빈 감독 필모그래피에 일찍이 없던 톤의 작품이다. ‘범죄와의 전쟁’(2012) ‘수리남’(2022) 같은 남성 서사에 누아르 중심이었던 지난 작품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추리를 기반한 여성 중심 서사를 연출하게 된 건 일종의 호기심이기도 했다.
윤 감독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대본 자체가 흡입력이 있었다. 주인공인 이나(김다미 분)가 현실에 있기는 힘든 만화적인 인물이었다”며 “안 해본 거라 재밌었다. 공간도 새롭게 창조했다. 경찰청은 신사옥 느낌, 한강경찰서는 오래된 느낌을 주는 등 장소 대비를 일부러 극명하게 했다”고 말했다.
‘명탐정 코난’을 연상케 하는 이나의 캐릭터는 윤 감독이 섬세하게 입혔다.
윤 감독은 “대본에는 컬크러시에 가까운 직설적이고 프로페셔널한 인물이었다”며 “만화적인 톤을 갖고 있는 작품이기에 유아적인 느낌이 강하게 설정을 바꿨다. 1회부터 정신과 상담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내면에 퇴행적인 면을 갖고 있는 걸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나인 퍼즐’. 사진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형사물보다 탐정물로 접근했어요. 증거보다 천재적인 직관을 통해서 추리해 가는 탐정처럼 보이게 하려고 했죠. 항상 넥타이를 메고 안경을 쓰게 한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말하는 톤은 회차마다 미세하게 달라지게 하면서 성장하는 모습도 보여주려 했어요.”
이나가 살인범에게 빙의한 장면은 압권으로 꼽힌다. “숨을 쉬지 않아 기뻤어”라며 범인의 심리를 프로파일링하는 장면에서 촬영장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윤 감독은 “그 장면을 찍을 때 굉장히 좋았다. 기존 프로파일러랑 다르면서도 섬뜩하고 익살스럽게 잘 연기했다”고 배우 김다미를 칭찬했다.
황정민, 이성민, 지진희, 이희준 등 쟁쟁한 배우들의 특별출연도 화제였다. 윤 감독은 “시작부터 그렇게 다 캐스팅하려던 건 아니었다. 다만, 이들이 처음에 등장했다 10회에 다 나온다. 앞뒤를 매칭시키기 위해서는 이름 있는 배우가 나와야 각인이 될 거 같았다”고 캐스팅 배경을 밝혔다.
윤종빈 감독. 사진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최종 범인은 정신과 의사 승주(박규영 분)였다. 앞서 쟁쟁한 특별출연자들이 모조리 죽임을 당한다. 더원시티 재개발 철거 과정에서 숨진 자기 어머니의 복수를 위한 것이었다. 살인 방법을 생략했기에 여성이 범인일 거로 생각한 사람은 드물었다. 손석구는 “주변에 맞춘 사람이 10명 중의 1명이었다”라고 할 정도였다.
“이 시리즈는 ‘어떻게’ 보다는 ‘왜’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어요. 승주가 왜 살인을 벌일 수밖에 없는지가 중요했어요. 추리 스릴러 장르가 강력한 결말 원하다 보니 그 과정에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실제 철거민을 쫓아낼 때 피해 사례를 모은 논문도 읽어봤어요. 불을 질러 쫓아내는 걸 ‘토끼굴 몰이’이라고 하는데 그런 악명높은 용역 업체에 당한 피해자들도 상당했어요.”
‘나인 퍼즐’은 시즌2의 여지를 열어놨다. 엔딩에서 또 다른 퍼즐이 도착한다.
윤 감독은 “퍼즐 사건을 따라 한 모방범죄일 수 있지만, 승주의 살인 계획을 공유한 누군가가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팁이 된다”며 “설정상 굉장히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사건이니까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다만, 시즌2 제작 여부는 저보다 디즈니와 제작사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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