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한 방으로 손상된 근육을 살린다”…GIST-충남대, '주입형 전도성 수화젤' 개발

헥사노일 글리콜 키토산 기반 맥신 담지 주입형 전도성 수화젤의 모식도.

국내 연구진이 광범위한 근육 손상을 간단한 주사 방식으로 치료할 수 있는 전도성 수화젤(hydrogel)을 개발했다. 차세대 재생의학 치료법으로 주목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이재영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허강무 충남대학교 유기재료공학과 교수팀이 공동으로 근육 대량 손실(VML)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주입형 전도성 수화젤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VML은 교통사고, 군사적 부상, 외과 수술, 격렬한 운동 등으로 인해 골격근 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되는 질환으로 자연적인 기능 회복이 어려운 난치성 손상이다. 자가 조직을 이식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나 이식 가능한 조직량이 제한적이다. 조직을 떼어 낸 부위(공여 부위)에서 감염, 통증, 흉터 등 2차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 수화젤 기반의 조직 재생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수화젤은 천연 및 합성 고분자를 기반으로 하며 생체조직과 유사한 구조 및 기계적 특성을 모사할 수 있다. 생체적합성이 높아 조직 이식의 유력한 대안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체온 범위에서의 졸-젤 전이, 향상된 전기적 특성 및 근육 재생 효과 평가.

특히 전기적 특성이 중요한 골격근·심근·신경 조직의 경우 전도성 물질을 활용한 수화젤이 세포의 전기적 활동을 촉진해 조직 재생 효과를 높일 수 있어 더욱 주목된다.

연구팀은 천연 고분자인 글리콜 키토산에 물과 잘 섞이지 않는 특성을 지닌 헥사노일 구조를 도입해 온도에 반응하는 수화제를 개발했다. 여기에 전기전도성이 뛰어난 맥신 나노입자를 혼합해 주입형 전도성 수화젤을 완성했다.

이 수화젤은 상온에서는 액체 상태를 유지하다가 체온(약 30°C) 범위에 도달하면 젤 상태로 전환돼 쉽게 주사할 수 있다. 불규칙한 근육 손상 부위에도 정밀하게 자리잡고 고정된다. 특히 높은 전기전도성(0.72 ㎳/㎝) 및 낮은 임피던스(2.03 ㏀)를 지녀 골격근과 같은 전기 활성 조직의 재생을 촉진하고 전기 자극 전달에도 적합하다.

수화젤을 체내에 주입하면 체온에 반응해 손상 부위에 맞춰 모양을 잡고, 전기 자극을 함께 활용하면 정상 근육에 가까운 수준으로 기능 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히 손상 조직을 채우는 물리적 보충에 그치지 않고 생체 내 세포 활성화와 기능 회복을 유도하는 적극적 재생 치료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재영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주입형 전도성 수화젤은 근육 조직 재생을 넘어 심장, 말초신경, 뇌 등 다양한 전기 활성 조직의 재생에도 활용될 수 있다”며 “기존 자가이식 치료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재영 GIST 교수, 허강무 충남대학교 교수, 박세현 GIST 박사과정생.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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