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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한방' 보여주지 못한 애플…12년만 디자인 전면 개편

이데일리 정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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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한방' 보여주지 못한 애플…12년만 디자인 전면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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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 "법원, 김용현 추가기소 집행정지 신청 기각"
전 운영기기에 '리퀴드 글래스' 디자인 적용
실시간 번역, 이미지 검색 등 일부 기능 개선에 머물러
서드파트 개발자에 애플 인텔리전스 기반 모델 공개
애플 주가 1.2% 하락…올해만 20% 떨어져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 애플 파크에서 열린 연례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 애플 파크에서 열린 연례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애플이 올해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5)에서 전 제품군에 걸친 디자인 통합과 기능 정비에 방점을 찍으며, 본격적인 세대 전환에 나섰다. 반면,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또다시 시장을 실망시켰다.

12년만 UI 전면 개편…‘리퀴드 글래스’ 디자인 적용

애플의 새로운 디자인 ‘리퀴드 글래스’

애플의 새로운 디자인 ‘리퀴드 글래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열린 WWDC 2025에서 애플은 아이폰, 맥, 아이패드, 애플워치, 비전프로 등 모든 기기의 운영체제에 ‘리퀴드 글래스(Liquid Glass)’ 디자인을 적용하며 통합된 사용자 경험을 선보였다.

이는 반투명한 요소, 유동적인 시각 효과, 빛과 반사를 강조한 인터페이스로 일종의 유리처럼 흐르는 느낌을 주는 유저인터페이스(UI)이다. 예를 들어 알림창의 경우 배경 화면이 가려졌던 것과 달리 반투명으로 뒷배경 화면이 그대로 살아난다. 마치 여러 개의 층(레이어)이 투명하게 겹친 형태다.

첫 화면에 일정 크기로 고정적이었던 시간의 경우 배경 화면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등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이에 가려지는 부분이 없게 되면서 배경 화면이 더 확장되고, 이용자 경험도 연속성을 갖게 된다.

애플의 ‘리퀴드 글래스’ 도입은 아이폰 운영체제 iOS7이 출시됐던 2013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대대적인 소프트웨어 변화다. 애플은 iOS7 출시 때부터 현재와 같은 아이콘 형태의 운영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앨런 다이 애플 휴먼인터페이스 디자인 부사장은 이번 운영체제가 비전 프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리퀴드 글래스는 물리적 소재감과 디지털 표현 사이의 균형을 담았다”고 밝혔다.


애플, 출시연도 맞춰 운영체제명 통일화


애플은 이와 함께 iOS18, 아이패드OS18, 워치OS11, 비전OS2 등 제각각이었던 운영체제를 해당 출시 연도에 맞춰 ‘iOS26’과 같이 통일하기로 했다.

새로운 아이패드OS는 다중 창 멀티태스킹을 처럼 맥처럼 구성할 수 있도록 했고, PDF 문서 관리자와 파일 정리 기능이 강화됐다. 오랫동안 제기됐던 ‘아이패드의 애매한 정체성’에 대한 피드백을 반영해, 생산성 중심 디바이스로의 전환이 본격화됐다.

맥의 새 운영체계 이름은 ‘맥OS 26 타호’로 명명했다. 이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 경계에 위치한 타호호수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맥 운영체제에는 캘리포니아 지역 지명을 써오는 전통을 따른 것이다. 이 운영체제는 아이폰의 전화 기능을 통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메뉴 바는 투명해지고 사용자 지정 가능한 기능들이 추가됐다. 또한 스팟라이트와 애플 인텔리전스를 연계해 단축어 실행, 앱 실행 자동화 등의 생산성 향상 기능도 강화했다.


비전 프로는 기업용 디바이스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기업 내 직원 간 하드웨어 공유 기능이 개선됐고, 외부 장치와의 호환성도 확대됐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 컨트롤러 지원, 로지텍이 개발한 ‘마법봉’ 형태의 신형 액세서리도 비전 프로와 연동했다.

워치OS 26은 AI 기반 운동 코치 ‘버디’ 기능이 도입됐다. 이 기능은 사용자의 운동 습관을 분석하고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해 동기 부여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목표를 유도한다.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 애플 파크에서 열린 연례 행사 세계개발자회의(WWDC) 모습 (사진= AFP)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 애플 파크에서 열린 연례 행사 세계개발자회의(WWDC) 모습 (사진= AFP)


애플 인텔리전스 기반모델 서드파티에 개방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접근이 두드러졌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경쟁사들이 잇따라 고도화된 생성형 AI 기술을 내놓는 가운데, 애플은 실시간 번역이나 온라인에서 본 재킷과 비슷한 제품을 아이폰에 설치된 쇼핑앱에서 바로 찾아볼 수 있게 하는 정도의 기능을 개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애플은 자사 AI 플랫폼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반 모델(foundation model)을 서드파티(제3자) 개발자에게 개방했다. 이를 통해 앱 개발자는 자사 앱에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을 탑재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은 내년에 출시된 iOS 차기 버전에서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를 오픈AI의 도움을 받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iOS 26에서는 사용자가 통화나 메시지에 표시되는 이미지를 다양한 스타일로 바꾸도록 앱에 요청할 수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스타일을 설명하면 챗GPT가 해당 이미지에 스타일을 적용해주는 방식이다. 애플은 사용자 동의 없이는 어떤 정보도 오픈AI에 공유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드파트 개발자들도 업그레이드 된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 API를 통해 해당 기능을 자사 앱에 적용할 수 있다.

iOS26는 아울러 통화와 페이스타임, 메시지에 실시간 번역을 제공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통화와 페이스타임의 경우 설정된 언어로 번역된 음성과 자막이 함께 제공된다. 문자 메시지는 원문과 번역된 내용이 함께 표시된다. 이 기능은 애플의 자체 AI 모델에 구동된다.

다만 서비스가 제공되는 언어는 한정적일 전망이다. 전화 및 페이스타임 앱에서 이 기능은 일대일 통화에 한해 미국/영국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포르투칼어(브라질), 스페인어만 지원된다. 메시징 기능에서는 미국/영국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한국어, 포르투칼어, 스페인어, 중국어(간체)가 지원된다.

서드파트 개발자들도 애플의 새로운 번역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API가 제공될 전망이다.

이외 아이폰이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자동으로 받아 발신자에게 용건을 묻고, 그 내용을 문자로 전환해 보여준 후 사용자에게 알리는 전화 스크리닝 기능 등이 추가됐다.

‘한방’ 없었던 AI…애플 주가 WWDC 이후 1.2% 떨어져

이번에 발표된 소프트웨어의 베타 버전은 개발자에게 이미 제공 중이며, 7월부터 공개 베타로 전환되어 일반 사용자들도 테스트할 수 있게 된다. 정식 출시는 가을로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WWDC가 놀라운 반전 없이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블룸버그는 행사 이전에 대부분의 주요 기능이 이미 보도되었다고 전했으며, 이날 애플 주가는 1.2% 하락한 201.45달러로 마감했다.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 20% 하락했으며, 이로 인해 애플은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