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어 두 번째 정상 통화···이시바 25분간 통화
'美 관세압박 공조 속 국익 찾기'
시진핑보다 먼저 이시바 총리와
국교정상화 60주년 당국 소통 강화
'美 관세압박 공조 속 국익 찾기'
시진핑보다 먼저 이시바 총리와
국교정상화 60주년 당국 소통 강화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9일 첫 통화를 통해 당국 간 의사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직접 만나 한일 관계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해외 정상과 전화 통화를 한 것은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이 정오부터 약 25분간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통화에서 전략적 환경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 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양국 정상은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 관계를 만들어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 당국 간 의사소통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아울러 그간 한미일 협력의 성과를 평가하고 협력의 틀 안에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나가기 위한 노력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미국에 이어 일본 정상과의 통화를 마치면서 반년 동안 멈춰 섰던 외교 관계에 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미국·일본 순으로 통화가 진행됐다는 점은 한미일 공조 강화의 의지”라고 말했다.
수교 60주년 앞두고 日부터 챙긴 李…한미일 협력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이시바 총리와 약 25분 간 통화에서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 과제”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 두 국가 모두 미국의 관세 압박을 비슷하게 받고 있는 처지에 있다. 즉 미국 관세 압박이 한일 공동 전선을 펼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과 일본을 포용할 수 밖에 없어 지정학적 현실도 한·일간 전략적 공조의 적지 않은 영향력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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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행사 급조 보다
한일 공조 공감대···낮은 단계 소통부터
한일 공조 공감대···낮은 단계 소통부터
이처럼 한일 간 공조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앞으로 소통 확대를 비롯해 제도적 협력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민주당 정권이 다시 집권하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의 반일정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구심을 일본은 완전히 버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말 보다는 침착한 대응과 외교정책의 ‘이어달리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과거 한일위안부 합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거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대일 굴종외교’라고 비판하는 등 강성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같은 점에서 박 교수는 “일본 정부가 이재명 정부의 대일 정책을 예의주시하는 기간이 있을 것”이라며 “화려한 말보다는 정책의 일관성을 가지고 일본과 신뢰를 구축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했다. 그 분기점이 주요 7개국(G7)정상회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의 강성 발언과는 다른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일본 당국의 신뢰로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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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심사 패스트트랙 연장부터 소통·신뢰 구축
최 연구위원은 “낮은 단계부터 소통하고 신뢰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입국심사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설치한 한일 전용 입국심사대(패스트트랙)를 연장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해당 제도는 국교정상화를 기념해 이달 한 달 만 시범운영되고 있지만 양국 민간 교류 지원의 차원에서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낮은 단계지만 소통의 밀도가 높아질 수록 김대중-오부치 선언 이상의 스탭업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학계에서는 1963년 독일과 프랑스가 체결했던 화해협력조약(엘리제 조약)이나 한일 협력의 초석이 됐던 1998년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과 비슷한 급의 ‘동아시아판 엘리제 조약’이나 ‘제2의 DJ-오부치 선언’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물론 셔틀외교를 복원하는 현 시점에서 조약 선언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지만 목표와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는 데도 이견이 없었다. 신각수 전 일본 대사는 “프랑스와 독일의 엘리제조약은 그 전에 당국간 소통과 잦은 스킨십을 포함해 학생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는 가운데 성사됐다”며 “장기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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