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추상철 |
장기 불황에 연쇄적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한 면세점업계가 실용 외교를 강조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 출범에 기대감이 높아진 분위기다. 업계 특성상 중국 의존도가 높은데 이 대통령이 한·중 관계 개선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외교·안보 분야 핵심기조로 내세우며, 미·중·일·러 4국과의 외교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중요 무역상대국이자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나라"라며 "지난 정부에 최악의 상태에 이른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바탕으로 한·중·일 3국 협력체제의 정례화를 통해 역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중국이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을 무비자 입국 대상에 포함하는 등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도 업계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면세업은 '중국'에 실적이 좌우되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방한 관광객 수는 1637만명으로 역대 최대였던 2019년 1750만명의 94% 수준까지 회복됐다. 올해는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 이상의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 수는 한국을 한창 많이 찾던 2016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중국 관광객은 2016년 800만명에 이르렀지만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사태, 2020년 코로나19 유행 등을 거치면서 지난해에는 460만명 수준까지 줄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TF 2차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이 수가 늘지 않다 보니 면세점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개별관광객(싼커)보다 단체관광객(유커) 수가 크게 줄어든 것도 영향을 줬다. 면세점업계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유커 대신 보따리상(다이궁)에 초점을 맞춰 매출을 유지해 왔지만 이로 인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최근에는 다이궁 의존도도 낮춰가고 있다.
면세점업계는 일단 한중 관계가 풀리면 중국인 단체관광객 규모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오는 3분기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 면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 3분기의 경우 중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중추절(10월 1~8일)과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대형 이벤트가 예정돼있는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인천공항 임대료 조정 문제를 정부가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인천지법에 매장 임대료를 40% 내려달라는 취지의 조정신청을 냈다. 2023년부터 공항 이용객 수에 연동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바꿨는데 방한외국인 수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면세점 매출은 늘지 않고 있어서다.
인천공항 측은 경쟁입찰을 통해 면세사업자를 선정했기 때문에 임의로 임대료를 낮춰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과 임대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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