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휴(왼쪽) 작가와 작곡가 윌 애런슨이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 엔딩'(Maybe Happy Ending)으로 최우수 오리지널 작사·작곡상(Best Orginal Score)과 최우수 극본상을 받은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
2016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초연 후 공연예술의 본고장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로 진출한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8일(현지시간)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연출상·극본상·음악상·남우주연상·무대디자인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연극·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최고 권위의 토니상 12개 부문 가운데 작품상 등 6개 주요 부문 트로피를 두루 차지한 사례는 한국 공연문화 사상 최초이다. 2020년 아카데미를 휩쓸었던 영화 '기생충'과 2022년 에미상 6관왕에 오른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이어 이룩한 한국 대중문화계의 쾌거이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확인한 'K컬처'의 저력이 다시 한번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브로드웨이 버전 '메이비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으로 지난해 11월 뉴욕 시장에 데뷔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지도 높은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최근 브로드웨이 흥행공식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었다. 하지만 소극장에서 오랜 시간 쌓아온 스토리와 연출 역량, 그리고 다양한 한국적 요소가 눈 높은 세계 관객들을 매혹하기에 충분했고 마침내 브로드웨이 등장 1년도 안된 단기간 안에 공연계의 최정상에 올랐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석권은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 대중음악에 집중됐던 K컬처에 대한 세계 시장의 관심이 비교적 척박한 환경의 공연예술계로도 쏠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인정을 받은 만큼 향후 우리 공연예술의 글로벌화는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제2 제3의 '어쩌면 해피엔딩'이 등장하기 위해선 콘텐츠뿐 아니라 공연장 등 인프라 부문에 있어서도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또한 침체된 국내 공연 시장의 대중성 확대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다. 민간이 앞장서 대중문화 성장의 토양을 단단히 다져놓은 만큼, 이제 후순위로 밀렸던 문화예산을 늘리는 등 정부가 나서 K컬처 영향력 확장에 힘써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