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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도 그랬다, 윤도현도 할 수 있다… 믿음의 기용 대성공, KIA 타순까지 바뀔까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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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도 그랬다, 윤도현도 할 수 있다… 믿음의 기용 대성공, KIA 타순까지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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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는 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를 앞두고 다소간 놀랄 만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팀 부동의 리드오프였던 박찬호가 2번으로 내려가고, 대신 직전 4경기에서 합계 16타수 무안타에 그친 윤도현(22)을 리드오프로 출전시켰다.

사실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선택이었다. 윤도현은 이날 한화 선발이자 올해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로 뽑히는 코디 폰세와 맞대결을 한 적이 없었다. 보통 투수와 타자가 처음 상대한다면 투수가 낯설음을 앞세워 유리하다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다. 반대로 박찬호는 폰세와 한 차례 상대해 1타수 무안타지만 볼넷 2개를 고른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이범호 KIA 감독은 윤도현 1번 카드를 밀어붙였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찬호도 조금 지쳐 있는 것 같고, 1번을 쳤을 때의 기억이 윤도현이 좋았다. (최근) 안 좋기는 한데 찬호도 한 단계를 내리고, 도현이도 좋았을 때 기억을 되살려서 오늘 1번에 내봤다”면서 “폰세하고 저번에 다 붙어봤는데 쉽게 칠 수 있는 볼은 아니다. 구위가 워낙 좋다. 도현이 같은 경우는 빠른 공을 잘 친다. 누가 잘 쳤던 선수가 있었다면 1번으로 써보려고 했는데 그런 구위도 아니고 좋은 투수니 젊은 패기로 시작부터 들어가면 팀 스타트가 좋을 수 있을까 한 번 1번으로 내봤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경기 전까지 윤도현은 1번 타순에서 타율 0.444(9타수 4안타)에 홈런 두 방을 때려 OPS(출루율+장타율) 1.611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표본이 많지는 않았지만 좋은 기억은 있었던 셈이다. 어차피 폰세를 상대로 특별히 강점을 보인 선수도 없으니 윤도현을 1번으로 내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밀어붙여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사실 위험 부담이 있는 카드이기도 했다. 가뜩이나 잘 안 맞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이 큰 타순에서 부담이 큰 투수를 만났기 때문이다. 만약 이날도 부진했다면 경기 승패에 악영향을 미침은 물론 슬럼프도 길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남다른 스타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윤도현은 이날 그 고비를 이겨내며 반등의 계기를 만들었다.

0-1로 뒤진 1회 시작부터 폰세의 시속 155㎞ 패스트볼을 받아쳐 2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로 출루했다.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고 타이밍이 약간 늦었지만 끝까지 밀어내면서 내야를 넘길 수 있었다. 이 윤도현의 출루는 오선우의 역전 투런포로 이어졌다. KIA가 경기 초반의 긴장을 풀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2S에 몰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공을 고른 끝에 폰세의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정확하게 받아 쳐 중전 안타를 때렸다. 첫 두 타석에서 멀티히트 게임을 일찌감치 완성했다.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폰세의 156㎞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7구까지 가는 승부였고, 8회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를 기록하며 모처럼 3안타 경기를 했다.


지난해 리그 MVP를 수상한 김도영과 더불어 팀 내에서는 가장 공격 재능이 뛰어난 젊은 선수로 뽑히는 윤도현이다. 공격에서는 분명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도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좋은 활약을 하며 김도영이 없는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주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상대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윤도현의 약점을 철저하게 분석해 공략한다. 한창 타오르다 근래 4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친 것도 이와 연관이 있었다.

이범호 감독 또한 7일 광주 한화전을 앞두고 “잘하려는 게 있는 것 같다. 홈런을 많이 쳤으니까 또 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생각해야 하는 것은 홈런을 많이 치게 되면 투수들은 그만큼 어려운 공을 많이 던진다는 것이다. 도현이가 원하는 공을 안 주는 것을 잘 참아야 다시 자기가 칠 수 있는 공을 투수들이 던져주는 것인데, 도현이는 어려운 공을 치는 게 많다”면서 “요 근래 열 타석 정도를 보면 가운데 오는 공을 쳐서 나간 공들이 잘 없다. 볼들을 쳐서 그런 것들이 많다. 의욕적으로 공격적으로 치는 것은 알겠지만 ‘투수들이 너를 상대할 때 어떤지를 이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공격적으로 치는 것은 좋지만, 이제는 투수의 생각도 읽으면서 조금 더 넓게 타석을 바라봐야 한다는 애정 어린 조언이었다.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이를 특별하게 문제 삼는 뉘앙스는 아니었다. 어쩌면 그맘때 선수들이 당연히 겪는 부분이라고 봤다. 그렇게 경험이 쌓이고, 거기서 깨닫는 것이 있으면 더 좋은 타자가 된다.

윤도현은 2022년 프로에 입단했지만 부상 등으로 1군 경력이 많은 선수는 아니다. 2023년 1군 1경기, 2024년 6경기에 뛴 게 전부다. 사실상 올해가 1군 첫 시즌이나 마찬가지고, 실제 신인 자격도 있는 선수다. 먼저 앞서 간 김도영 또한 첫 시즌 때는 다 그런 어려움을 겪었다. 역시 공격적이었고, 다소 거칠었다. 그렇게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쌓이면서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김도영의 성장통이 예상보다 짧았듯이, KIA는 윤도현도 그렇게 빨리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 성장세가 순조롭다면 KIA의 시즌 타순 구상도 꽤 많이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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