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선택이었다. 윤도현은 이날 한화 선발이자 올해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로 뽑히는 코디 폰세와 맞대결을 한 적이 없었다. 보통 투수와 타자가 처음 상대한다면 투수가 낯설음을 앞세워 유리하다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다. 반대로 박찬호는 폰세와 한 차례 상대해 1타수 무안타지만 볼넷 2개를 고른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이범호 KIA 감독은 윤도현 1번 카드를 밀어붙였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찬호도 조금 지쳐 있는 것 같고, 1번을 쳤을 때의 기억이 윤도현이 좋았다. (최근) 안 좋기는 한데 찬호도 한 단계를 내리고, 도현이도 좋았을 때 기억을 되살려서 오늘 1번에 내봤다”면서 “폰세하고 저번에 다 붙어봤는데 쉽게 칠 수 있는 볼은 아니다. 구위가 워낙 좋다. 도현이 같은 경우는 빠른 공을 잘 친다. 누가 잘 쳤던 선수가 있었다면 1번으로 써보려고 했는데 그런 구위도 아니고 좋은 투수니 젊은 패기로 시작부터 들어가면 팀 스타트가 좋을 수 있을까 한 번 1번으로 내봤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경기 전까지 윤도현은 1번 타순에서 타율 0.444(9타수 4안타)에 홈런 두 방을 때려 OPS(출루율+장타율) 1.611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표본이 많지는 않았지만 좋은 기억은 있었던 셈이다. 어차피 폰세를 상대로 특별히 강점을 보인 선수도 없으니 윤도현을 1번으로 내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밀어붙여보겠다는 심산이었다.
0-1로 뒤진 1회 시작부터 폰세의 시속 155㎞ 패스트볼을 받아쳐 2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로 출루했다.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고 타이밍이 약간 늦었지만 끝까지 밀어내면서 내야를 넘길 수 있었다. 이 윤도현의 출루는 오선우의 역전 투런포로 이어졌다. KIA가 경기 초반의 긴장을 풀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2S에 몰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공을 고른 끝에 폰세의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정확하게 받아 쳐 중전 안타를 때렸다. 첫 두 타석에서 멀티히트 게임을 일찌감치 완성했다.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폰세의 156㎞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7구까지 가는 승부였고, 8회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를 기록하며 모처럼 3안타 경기를 했다.
이범호 감독 또한 7일 광주 한화전을 앞두고 “잘하려는 게 있는 것 같다. 홈런을 많이 쳤으니까 또 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생각해야 하는 것은 홈런을 많이 치게 되면 투수들은 그만큼 어려운 공을 많이 던진다는 것이다. 도현이가 원하는 공을 안 주는 것을 잘 참아야 다시 자기가 칠 수 있는 공을 투수들이 던져주는 것인데, 도현이는 어려운 공을 치는 게 많다”면서 “요 근래 열 타석 정도를 보면 가운데 오는 공을 쳐서 나간 공들이 잘 없다. 볼들을 쳐서 그런 것들이 많다. 의욕적으로 공격적으로 치는 것은 알겠지만 ‘투수들이 너를 상대할 때 어떤지를 이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공격적으로 치는 것은 좋지만, 이제는 투수의 생각도 읽으면서 조금 더 넓게 타석을 바라봐야 한다는 애정 어린 조언이었다.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이를 특별하게 문제 삼는 뉘앙스는 아니었다. 어쩌면 그맘때 선수들이 당연히 겪는 부분이라고 봤다. 그렇게 경험이 쌓이고, 거기서 깨닫는 것이 있으면 더 좋은 타자가 된다.
윤도현은 2022년 프로에 입단했지만 부상 등으로 1군 경력이 많은 선수는 아니다. 2023년 1군 1경기, 2024년 6경기에 뛴 게 전부다. 사실상 올해가 1군 첫 시즌이나 마찬가지고, 실제 신인 자격도 있는 선수다. 먼저 앞서 간 김도영 또한 첫 시즌 때는 다 그런 어려움을 겪었다. 역시 공격적이었고, 다소 거칠었다. 그렇게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쌓이면서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김도영의 성장통이 예상보다 짧았듯이, KIA는 윤도현도 그렇게 빨리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 성장세가 순조롭다면 KIA의 시즌 타순 구상도 꽤 많이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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