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 2022년 12월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태원참사특수본에 참사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 대응으로 사고를 키운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 현장에 경찰 인력이 집중돼 이태원역 인근에 경력이 없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9일 오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임재 전 서장,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박인혁 전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활실 팀장 등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서울청 안전경비계장을 맡았던 ㄱ씨와 용산서 경비과에서 근무하다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경호팀장을 맡았던 ㄴ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ㄱ씨는 이태원 참사 당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퇴진 찬반 집회에 경력이 집중돼 있었다고 진술했다. ㄱ씨는 ‘서울청에서 당시 삼각지 대통령 찬반집회 때문에 모든 경력이 집중돼 있었냐’는 이 전 서장 등 피고인 쪽 변호인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ㄱ씨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후에 용산서의 경비 업무가 달라진 게 있는지’를 묻자 “대통령실이 이전하면서 집회·시위가 증가하고 경호 업무가 증가하니 관련된 수요가 증가됐고, 그에 따라 경비과 인력도 증원됐다”고 말했다. ㄴ씨 역시 ‘참사 당일 용산서 경비과 전원이 집회 시위에 동원됐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이태원역 인근에 배치될 경력이 있었는지’에 대해 “이태원은 없었던 거로 안다”며 “삼각지 중심으로 대규모 집회가 있어서 그쪽 주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ㄱ씨는 용산서로부터 기동대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는 내용도 증언했다. ㄱ씨는 검사 쪽이 ‘용산서에서 직접 경찰 기동대 요청을 받은 것은 없고, 서울청 112를 통해 문의는 들어왔지만 요청은 없었던 것인지’를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참사 전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해왔지만, ㄱ씨 증언과 1심 재판 증언 등 내용을 종합하면 용산서 쪽은 교통기동대 지원만 비공식적으로 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참사 당일 경찰청 산하 11기동대 운용 관련해서도 증언이 나왔다. 11기동대는 경찰청 산하 기동대이지만, 용산 대통령실 이전 이후에는 야간 대통령실 경호를 전담하는 임무가 부여돼 있었다. ㄱ씨는 “(11기동대) 배속이 용산서장에게 되어 있었다”면서도 “근데 통상 거점으로 배치된 부대들은 업무가 해당 관내 주요 시설에 대한 경비 업무”라고 말했다. 이 전 서장 변호인이 ‘대통령실에서 (기동대를) 빼고 용산서장이 옮길 수 있냐’는 질문에는 “관례상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관례상으로는 어렵지만, 실제로는 (할 수) 있는건지’를 묻자 “배속이 되어 있어서 판단해서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11기동대는 당일 참사 발생 후에야 현장에 투입됐다.
ㄴ씨는 대통령실 이전에 의한 경비 업무 폭증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ㄴ씨는 ‘대통령실 이전 후에 과도한 초과 근무에 시달렸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후를 비교하면 근무 시간이 늘어난 게 맞다”며 ‘월 86시간 초과근무를 했는지’와 관련해서는 “교통·경비·정보 등 집회 관련해서 그렇게 초과근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유족들은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설치돼 진상규명에 나선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족 윤석보씨는 “재판을 무기한 연기해주면 좋겠다. 또 다른 증거가 나올 때 다시 재판할 수도 있다”며 “159명 가족의 간절한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특조위 진행이 빠르지 않은 상태인데, 대통령이 바뀌면서 빨라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며 “무조건 정지할 수는 없고, 요청이 있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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