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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체질 따라 달라지는 보약, 약발 차이를 만드는 숨은 변수

머니투데이 김재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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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체질 따라 달라지는 보약, 약발 차이를 만드는 숨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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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료실을 찾는 직장인 환자분들 중에 같은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내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열심히 먹었는데도 증상이 그대로라는 것이다. 업무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잦은 야근이 이어지면 속 쓰림, 두통, 피로감 같은 흔한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그런데 똑같은 위장약이나 진통제를 복용했음에도 누구는 금세 낫고, 누구는 몇 달을 먹어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똑같은 약인데 왜 나만 효과가 없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체질'이라는 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 사상의학에서는 태양·태음·소양·소음 네 가지로 크게 체질을 구분하는데, 최근 임상에서는 이를 더 세분화한 '8체질' 개념을 활용하기도 한다. 체질을 더욱 정밀하게 구분하면 장부의 미세한 강약과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 예를 들어 같은 태음 체질이라도 간(肝)이 특히 민감한 유형과 폐(肺)가 특히 약한 유형을 세분화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같은 증상이라도 치료 방법이 더욱 세밀해질 수 있다.

환자의 얼굴빛, 혀의 상태, 맥의 강약, 손발 끝의 온도, 땀 분비 양상 등을 꼼꼼히 살펴 개인별 건강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장이 약한 소음 체질의 경우, 찬 음료와 불규칙한 식사가 계속되면 장운동이 느려지고 배가 자꾸 차서 더부룩한 증상이 반복된다. 반면 간이 예민한 태음 체질은 스트레스나 과로가 누적되면 몸 안의 열이 위쪽으로 몰려 두통이나 어깨 뭉침을 자주 호소한다. 겉보기엔 같은 증상이라도 내부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전혀 다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체질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처방한 약물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진료 사례로 최근 만난 한 환자의 이야기를 소개하겠다. 수도권에 위치한 대기업 전략부서에서 일하는 30대 중반 남성 환자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겹쳐 거의 석 달째 야근이 일상이었다. 처음 진료실을 찾았을 때는 오후만 되면 속이 묵직하고 트림이 잦으며, 두통으로 인해 업무 집중이 어렵다고 했다. 진찰을 해 보니 손끝과 배가 차고 맥은 가늘게 뛰었으며 혀 중앙이 희고 부어 있었다. 이는 전형적인 소음 체질로 위장 기능이 약한 사람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징후다.

이 환자분에게는 몸을 따뜻하게 데워 주는 부자와 건강 같은 약재를 기본으로, 위장운동을 돕는 향사와 후박 등을 적절히 섞어 처방했다. 생활 관리로는 카페인을 줄이고 식후에는 가볍게 산책을 하도록 권했다. 이렇게 약과 생활습관을 함께 관리한 결과, 2주 후 다시 방문했을 때는 "밥 먹고 나서 덜 졸리고 배가 차는 증상이 거의 없어졌다"고 했으며, 한 달이 지났을 무렵엔 어깨 통증까지 상당히 줄었다고 했다.


이처럼 체질별 보약 처방은 무조건 기운을 올리는 방식이 아니다. 몸 안에서 약한 부위를 보완하고 과부하가 걸린 부위를 풀어주는 맞춤형 전략이다. 체질과 생활 환경에 따라 몸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약재를 골라 처방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약의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무겁고 강한 약을 오래 먹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약을 정확히 찾는 것이다.

터한의원 마곡점 한성현 대표원장

터한의원 마곡점 한성현 대표원장


야근, 카페인 과다섭취, 불규칙한 식습관 같은 생활이 계속되면 체질적 약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약을 바꿔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먼저 자신의 체질부터 점검하는 것이 좋다. 내 몸이 어떤 관리가 필요한지 정확히 진단받고 체질에 맞춘 건강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증상이 지속된다면 가까운 한의원에서 체질 상담과 진료를 받아보기를 권한다.

도움글 / 터한의원 마곡점 한성현 대표원장

김재련 기자 chi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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