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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체크 협조하라”…9개월째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거부한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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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체크 협조하라”…9개월째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거부한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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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의 디엔케이모빌리티㈜ 정문 앞. 주성미 기자

울산 울주군의 디엔케이모빌리티㈜ 정문 앞. 주성미 기자


울산의 한 중견기업이 노조 간부들의 임금을 9개월째 주지 않고 있다. 출퇴근 등 근태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인데, 노조는 “명백한 부당노동 행위”라고 반발한다.



9일 디엔케이모빌리티㈜(옛 동남정밀)와 금속노조 울산지부 동남정밀지회 등의 말을 들어보면, 이 회사는 지난해 9월부터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 대상인 노조 지회장과 사무장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해 6월 사 쪽이 노조에 수차례 보낸 공문에서 불거졌다. ‘전임자들의 근태 관리를 위해 출퇴근 때 지문을 인식하라. 교육이나 출장 때는 확인할 수 있는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 쪽의 이런 요구는 2021년 3월 노조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당시는 노사가 근로시간면제자 축소 등을 두고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벌이던 때였다. 노사는 지난해 9월5일 기존 3명이던 상시 근로시간면제자를 2명으로 줄이고, ‘전임자의 출퇴근은 기존관례에 따른다’고 합의해 교섭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타결 18일 만인 9월23일 사 쪽은 지회장과 사무장의 출퇴근 지문 인식을 재차 요청하는 공문을 노조에 보냈다. 노조는 반발하며 거부했고, 사 쪽은 9월치 임금부터 지급하지 않고 있다. 김민근(40) 노조지회장은 “갑자기 출퇴근 지문 인식과 교육·출장 서류 등을 요구하는 것은 회사가 노조 활동을 탄압하고 감시하겠다는 의도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31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이런 사 쪽의 행태가 부당하다고 봤고, 지난 5월19일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정을 내놨다. 하지만 사 쪽은 여전히 임금을 주지 않고 있다. 사 쪽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법원 판단을 받아보기 위한 정식 재판 청구 여부를 포함해 여러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이 진행되면 임금 미지급 사태는 해를 넘길 수도 있다. 노조 지회장과 사무장은 개인 대출로 생활비 등을 충당하며 버티고 있다.





디엔케이모빌리티 노사가 합의한 2024년 임금·단체협약 별도합의안 중 갈무리. 금속노조 울산지부 동남정밀지회 제공

디엔케이모빌리티 노사가 합의한 2024년 임금·단체협약 별도합의안 중 갈무리. 금속노조 울산지부 동남정밀지회 제공


김 노조지회장은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고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라’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무면허 작업 등으로 이어져 안전까지도 위협하고 있다”며 “특히 그룹 회장이 노조에 적대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 현장 곳곳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아무개(83) 동남그룹 회장은 디엔케이모빌리티를 비롯해 4개 기업체의 창업주다. 이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울산 울주군에 있는 이 회사 공장에서 자주 목격된다. 이 회장은 지난달 31일에도 공장을 찾았다가 노조 조끼를 입고 근무 중인 대의원에 ‘노조 조끼를 왜 입는 거냐. 노조 때문에 회사 경영이 어렵다’고 질타하며 인사 조처를 지시했다고 한다. 아직 인사 조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이 대의원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사 쪽은 노조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태도를 밝혔다. 지난해 교섭 과정에서 노조가 한달가량 전면 파업을 벌이면서 사 쪽과의 관계가 악화했다는 것이다. 사 쪽 관계자는 “당시 노조의 파업으로 회사가 적잖은 타격을 입었고, 창업주의 인식도 더 나빠진 점이 있다”며 “지난해 초 사명을 변경하고 사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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