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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성희롱, 민간보다 2배 높다...지자체·대학서 "술 따라라"

머니투데이 정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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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성희롱, 민간보다 2배 높다...지자체·대학서 "술 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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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시 즉각 제지 10%에 그쳐..."참고 넘어간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

/사진제공=여성가족부



공공기관에서 직장 내 성희롱 경험률이 민간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공공기관 유형 중에서는 지자체에서는 5명 중 1명이, 대학에서는 10명 중 1명 이상이 성희롱 경험을 했다. 주로 외모에 대해 성적 평가를 하거나 회식에서 술을 따르도록 하는 식이다.


전체 피해율 줄었지만 공공기관은 오히려 증가

여성가족부는 9일 이러한 내용의 '2024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상시근로자 30인 이상의 전국 공공기관(857개) 및 민간사업체(1828개) 종사자 1만9023명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성희롱 피해 경험을 물었다.

성희롱 피해 경험률은 4.3%로 직전 조사(2021년) 대비 0.5%P(포인트) 줄었다. 다만 공공기관에서는 11.1%가, 민간사업체에서는 2.9%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대답해 격차가 컸다. 특히 민간은 직전 조사 대비 1.4%P 줄어든 데 반해 공공기관은 오히려 3.7%P가 증가해 사내문화가 역행했다. 여가부는 "코로나19(COVID-19) 이후 민간은 재택 등 유연한 근무 환경을 지속한 반면 공공기관은 대면업무가 많아지면서 성희롱도 빈번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공공기관 중에서는 △지방지자체(19.2%) △대학(11.5%) △국가기관(10.5%) △초중고(6.7%) 순으로 경험률이 높았다. 성희롱을 전해듣거나 목격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지자체는 26%, 대학은 15.4%로 전체 평균 5.8%를 크게 웃돌았다.


지자체에서 경험한 성희롱 피해는 유형별로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가 15.7%로 가장 높았고,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하는 행위'가 6.7%,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은 4.8%로 뒤를 이었다. 조사에서는 "공공기관은 민간사업체에 비해 위계적 분위기, 연고 중심 문화, 사생활 침해가 더 강하다"며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또 성희롱을 당하더라도 즉각적으로 중단을 요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시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는 전체의 51.4%, '화제를 돌리거나 그 자리를 피했다'는 35.3%로 10명 중 8~9명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성희롱 행위자에게 바로 중단을 요구했다'는 10.3%,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1.6%였다.

특히 지자체에서는 성희롱을 경험했을 때 '성희롱 행위자에게 바로 중단을 요구했다'는 비율이 3.7%로 상당히 낮았다. 지자체는 '문제를


제기해도 기관·조직에서 묵인할 거 같아서'라는 비율이 42.9%(복수 응답)으로 전체 평균(27.4%)의 1.5배였다. '주변에 성희롱 피해를 말했을 때 공감이나 지지받지 못하고 의심 또는 참으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응답도 14.4%로 전체 평균(8.9%)을 웃돌았다.


성희롱 얘기하면 불이익 당한다...공공기관 응답 늘어

/사진제공=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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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관련 조직 분위기도 '우리 직장에서는 성차별이나 성희롱 등의 고충을 제기하면 오히려 손해 보거나 불이익을 당할 것 같다'는 응답은 10.5% 직전 조사 대비 10.2%가 급감했다. 다만 민간에서만 21.7%에서 9.4%로 크게 줄고 공공기관은 15.7%로 직전 조사 대비 0.1%P 하락하는 데 그쳤다. 지자체와 대학은 각각 28.9%, 21.9%로 직전 조사 대비 오히려 2.4%P, 3.4%P가 증가했다.

성희롱 행위자는 주로 상급자이고, 성별은 남성이었다. 성희롱 피해 경험 전체 응답자 중 행위자가 '나의 상급자(기관장, 사업주 등 제외)'라고 답한 비율은 50.4%였다. '나의 동급자'가 24.2%로 뒤를 이었고, '누군지 모른다'는 응답도 10.5%, 외부인(고객, 민원인, 거래처 직원

등)도 10.2%에 달했다. 성희롱 발생 장소는 '사무실 내'(46.8%)와 '회식장소'(28.6%)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직장 내 성희롱 방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피해자 보호'가 36.1%로 가장 많았다. '사업주·기관장 책임 강화'(16.2%), '행위자에 대한 엄정한 징계'(15.4%), '성차별적 조직문화 개선'(12.2%) 순이었다.

여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성희롱 피해자 보호, 성희롱 예방교육 강화, 조직문화 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10월부터는 '양성평등기본법',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시행으로 사건처리기간 동안의 피해자 보호조치가 기관장의 의무가 된다. 또 사건처리 참여자의 사건 관련 비밀누설 금지 의무도 신설된다.

조용수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성희롱 사건 발생 시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성희롱 예방과 대응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는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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