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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베리 탄 가자지구 향한 선박 이스라엘군에 붙잡혀···이스라엘 “셀피 요트 차단”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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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베리 탄 가자지구 향한 선박 이스라엘군에 붙잡혀···이스라엘 “셀피 요트 차단”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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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운데)가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카타니아의 시칠리아 항구에서 가자지구로 향하는 자유선단엽합의 매들린호에 탑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운데)가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카타니아의 시칠리아 항구에서 가자지구로 향하는 자유선단엽합의 매들린호에 탑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가자지구로 향하던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탑승한 자유선단연합의 선박이 이스라엘에 의해 나포됐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당국이 가자지구 해역으로 향하던 매들린호를 차단했다며 “탑승객들은 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이날 엑스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유명인’들이 탄 ‘셀피 요트’가 이스라엘 해안으로 향하고 있다”며 “그레타 등이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도발을 시도했지만, 단 한 대의 트럭에 실릴 만큼의 구호품만이 배에 실렸다”고 매들린호에 탄 이들을 비난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매들린호에 타고 있던 활동가 12명을 아슈도드 항구로 이동시킨 후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을 때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시청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이 영상은 이스라엘군 대변인실에서 제작한 것으로, 43분 분량에 사람들이 학살당하는 모습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툰베리와 드라마 <왕좌의 게임> 배우 리엄 커닝엄, 팔레스타인계 프랑스 유럽의회 의원 리마 하산 등 12명은 지난 1일 비정부기구(NGO) 자유선단연합이 운영하는 범선 매들린호를 타고 가자지구로 향하는 항해를 시작했다. 이들은 가자지구가 처한 심각한 인도적 지원 위기를 알리기 위해 항해를 기획했다. 매들린호에는 분유, 밀가루, 쌀, 기저귀, 의료용품 등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필요한 구호품이 실렸다.

당초 계획대로면 매들린호는 이날 저녁 가자지구 앞바다에 진입할 예정이었다.


전날 카츠 장관은 “매들린호가 가자지구 해안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모든 조처를 하라고 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스라엘군의 배로 추정되는 고속정 5대가 매들린호에 접근했다. 무인기(드론) 2대가 흰색 화학 물질을 뿌리며 위협을 가했다. 그러던 중 이스라엘군이 매들린호를 붙잡아 선박 내 통신을 두절시켰고, 뒤이어 이스라엘 당국이 이들을 나포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자유선단연합은 활동가들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납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보고관 프란체스카 알바네세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해역에 대한 권한이 없기 때문에 포위를 해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향한 민간단체의 구호선을 공격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010년 튀르키예 구호단체가 조직한 구호선 마비 마르마라호는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전달하려고 항해하던 중 이스라엘 특수부대에 의해 나포됐다. 당시 진압 과정에서 배에 타고 있던 튀르키예인 8명과 튀르키예계 미국인 1명 등 9명이 숨져 사건이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겨지기도 했다.


당초 툰베리는 지난달 가자지구로 향하는 배에 탑승할 예정이었으나 자유선단연합의 또 다른 선박인 ‘컨션스호’가 몰타 해역에서 드론 폭격으로 파괴돼 일정이 변경됐다.

매들린호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차단됐다는 소식이 들린 후 각지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 최대 무슬림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의 사무국장 니하드 아와드는 성명을 통해 “노골적인 국제 해적 행위”라며 “굶주린 가자지구의 주민들을 돕기 위해 용감하게 자신의 안전과 자유를 걸고 나선 매들린호의 활동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프랑스와 호주 등에서도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지난달 이스라엘은 3개월 만에 가자지구에 구호 물품 공급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으나 가자지구 내 기근 위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이 주도하고 미국이 후원하는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이 공급하는 구호물자가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구호센터가 가자지구 남부에 집중돼 구호품을 받으러 가는 이들이 위험에 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GHF의 배급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이 모여든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 발포해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 [시스루피플] 더는 ‘10대 환경운동가’ 아냐···인권운동가 툰베리, 배 타고 가자지구로
https://www.khan.co.kr/article/202506021601001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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