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대표, 구조 검토 회사 소속 기술사에게 맡긴 혐의
28일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9공구 교량 상판 붕괴 사고현장에서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2.2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10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총 9명을 형사 입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안성 교각 붕괴 사고 수사전담팀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 관계자 A 씨를,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혐의로 '빔런처' 운영 하청업체 대표 B 씨를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빔런처는 '거더'를 인양하거나 설치할 때 가동하는 장비다. 거더는 다리 상판 밑에 까는 보의 일종이다.
A 씨는 2월 25일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소재 서울-세종 고속도로 9공구(천안-안성 구간) 청룡천교 건설 현장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교량 상판이 붕괴하는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교량 거더를 가설하기 전 거친 '구조 검토'를 고용되지 않은 기술사가 아닌, 자신의 회사 소속 기술사에게 맡긴 혐의를 받는다.
구조 검토는 구조물 안전성을 평가하고 확인하는 과정으로, 구조물이 건설 중 안전하게 사용되거나 건설되도록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 중 하나다.
건설기술진흥법상 건설사업자는 가설구조물 설치 시 구조적 안전성을 확인(구조 검토)하기에 적합한 분야 기술사에게 확인받아야 한다. 이때 기술사는 건설사업자에 고용되지 않은 기술사여야 한다.
이로써 입건자는 총 9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그동안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 3명과 호반산업 관계자 1명, 한국도로공사 관계자 2명, 하청업체 근로자 1명 등 7명을 입건해 왔다.
25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서울-세종고속도로 다리 건설현장에서 교량이 붕괴된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날 소방서에 따르면 공사 현장에서는 빔 설치를 위한 장비를 이동하다 철제 구조물이 무너지며 교각 위 설치된 가로 콘크리트 지지대가 땅 아래로 떨어졌다. 2025.2.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앞서 지난 2월 25일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소재 서울-세종 고속도로 9공구(천안-안성 구간) 청룡천교 건설 현장에선 거더가 붕괴하는 사고가 났다. '거더'는 교량 기둥과 기둥 사이에 상판(슬라브)을 얹기 위해 놓는 보를 뜻한다
이 사고로 당시 청룡천교 위에서 작업 중이던 40~60대 남성 근로자 10명(한국인 7명·중국인 3명)이 50여m 아래로 추락해 콘크리트더미에 파묻혀 4명(한국인 2명·중국인 2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했다.
현재까지 경찰은 전진형 빔런처를 후방으로 빼내는 '백런칭' 작업 돌입 중 교각 위에 설치된 거더가 갑자기 붕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백런칭에 대한 구조 검토 없이 런처를 후진시키는 과정에 불안정 평형이 파괴돼 사고가 났다"는 취지의 감정 결과를 회신받은 상태다.
빔런처는 '전진형'과 '왕복형' 2가지로 나뉜다. 해당 공사에는 외국 회사가 국내에서 제작한 길이 102m, 무게 400여t 규모 전진형 빔런처가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진형 빔런처는 일정 거리를 지나면 레일이 아닌 교각 위에 올려져 있는 거더를 밟고 이동시켜야 한다. 후진 과정에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된 대형 구조물인 거더를 건드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찰 관계자는 "전진형 빔런처에 '백런칭' 기능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아울러 해당 공사 현장에 무조건 왕복형 빔런처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우선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지 않고 백런칭을 하다 사고를 낸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는 자들을 입건 중"이라며 "추후 사고조사위원회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해 수사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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