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를 5세트 접전 끝에 꺾은 뒤 클레이코트 위에 누워 있다. 파리/UPI 연합뉴스 |
“솔직히 내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한 포인트, 한 포인트 따내는 데만 집중했다. 두려워할 시간도 없었고, 포기할 시간도 없었다. 끝까지 싸웠을 뿐이다.”
5시간29분의 혈투 끝에 대역전승을 일궈낸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세계 2위)의 말이다. 알카라스는 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에게 1~2세트를 먼저 내주고 3~5세트를 따내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3차례 타이브레이크 포함, 3-2(4:6/6:7<4-7>/6:4/7:6<7-3>/7:6<10-2>) 승리. 4세트 3-5로 뒤진 상황에서 3차례 매치 포인트 위기도 벗어났다. 메이 저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매치 포인트 3번의 위기를 넘기고 우승한 사례는 오픈 시대(1968년) 이후 알카라스가 처음이다.
5시간29분은 프랑스오픈 결승전 사상 최장 시간 경기이기도 하다. 그만큼 치열했고, 처절했다. 참고로 4대 메이저 대회 남자단식 결승전 최장 시간 기록은 2012년 호주오픈 때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벌인 5시간53분이다.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를 5세트 접전 끝에 꺾은 뒤 우승컵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5시간29분 경기 시간은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결승 최장 시간 기록이다. 파리/AP 연합뉴스 |
알카라스는 프랑스오픈 2연패에 성공했다. 우승 상금은 255만유로(39억5000만원). 메이저 대회 통산으로는 2022년 유에스(US)오픈(하드코트), 2023년 윔블던(잔디코트), 지난해 프랑스오픈(클레이코트)과 윔블던에 이어 5번째 우승이다.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오르면 모조리 우승했다. 비에른 보리(스웨덴), 나달에 이은 역대 3번째 최연소 메이저 대회 5회 우승이기도 하다.
알카라스는 같은 스페인 출신인 나달의 후계자로 불리지만 클레이코트에서 유독 강점을 보인 나달(프랑스오픈 14회 우승)과 달리 하드코트, 잔디코트에서도 강해 ‘올라운더’로 불린다. 나달의 강인한 체력, 로저 페더러(스위스)의 정교한 포핸드와 발리, 조코비치의 백핸드와 수비력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2살의 나이에도 코트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게임을 이어가는 것도 강점이다.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가 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에게 패한 뒤 벤치에 앉아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
알카라스와 신네르(24)가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맞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000년대생 끼리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결승 대결을 벌인 것도 최초. 나달의 공식 은퇴식이 거행된 이번 대회에서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제대로 쏘아 올린 셈이다. ‘유에스에이투데이’(USATODAY)는 “이제 ‘빅3 시대’(조코비치, 페더러, 나달)가 공식적으로 끝났다고 할 수 있다”고도 평했다. 알카라스는 신네르 상대로 최근 5연승을 거두는 등 상대 전적에서 8승4패 우위를 이어갔다. 2024년 유에스오픈, 2025년 호주오픈에 이어 3개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을 노렸던 신네르는 경기 뒤 “멋진 승부였다. 오늘 밤 잠이 잘 오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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