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흙신' 알카라스, 5시간 29분 혈투 끝에 신네르 꺾고 프랑스오픈 2연패

알카라스, 우승 문턱까지 간 신네르 맹추격
홀로 대역전극 펼치며 타이틀 방어에 성공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를 물리치고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이날 경기는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 사상 최장인 5시간 29분간 이어졌다. 파리=AFP 연합뉴스

'차세대 흙신' 카를로스 알카라스(2위·스페인)가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5시간 29분의 혈투 끝에 라이벌 얀니크 신네르(1위·이탈리아)를 물리치고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알카라스는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신네르에 3-2(4-6 6-7<4-7> 6-4 7-6<7-3> 7-6<10-2>)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알카라스는 작년에 이어 프랑스오픈 2연패를 달성했다. 2000년 이후 이 대회 남자 단식 2년 연속 우승은 '흙신' 라파엘 나달(스페인), 구스타부 키르텡(이상 은퇴·브라질)에 이어 알카라스가 3번째다. 알카라스는 이번 타이틀 방어로 메이저 대회 우승 횟수도 5번으로 늘렸다.

숙명의 라이벌인 알카라스와 신네르가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랭킹 1,2위의 맞대결이라 경기 시작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는데, 실제 경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장장 5시간 29분간 이어졌다.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 사상 최장 시간이다. 2008년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 때 당시 세계 랭킹 1,2위였던 로저 페더러(은퇴·스위스)와 나달의 대결 이후 최고의 명승부라는 평가도 나온다.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를 물리치고 대회 2연패를 차지한 뒤 곧장 코트에 드러누웠다. 파리=AP 연합뉴스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를 물리치고 대회 2연패를 차지한 뒤 곧장 코트에 드러누웠다. 파리=AP 연합뉴스

이날 경기 초반 기세는 신네르가 잡았다. 신네르는 1,2세트를 연속으로 따낸 뒤 3세트를 알카라스에 내주고, 4세트 게임 스코어 5-3 상황에서 40-0까지 먼저 도달, 사실상 우승 문턱까지 나아갔다. 그러나 그 순간 벼랑 끝에 몰렸던 알카라스가 중압감을 이겨내고 40-40 듀스를 만들더니 게임 스코어 5-4로 맹추격, 6점 고지까지 먼저 내달려 4세트를 가져가는 대반전이 벌어졌다. 관중석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알카라스 또한 한 손을 귀에 갖다 대며 더 큰 호응을 유도하는 등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마지막 5세트에서도 한 치의 물러섬 없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고, 결국 경기는 10점 타이브레이크로 이어졌다. 4세트 막판부터 기세를 탄 알카라스가 7점을 몰아친 뒤 신네르에 2점을 내줬지만 먼저 10점에 도달하며 긴 경기를 마무리했다.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에 패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서 무실세트로 완벽한 경기력을 내보였던 신네르는 경기를 마친 뒤 아쉬움에 눈물을 훔쳤고, 우승을 확정한 알카라스는 그대로 흙바닥에 누워 승리를 만끽했다. 알카라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신네르를) 계속 이기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며 "신네르는 더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나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메이저 결승에서 더 자주 만나기를 바란다"는 위로와 각오를 전했다.

신네르 또한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매우 수준 높은 경기였고, 그 경기에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며 "(패배는) 이미 벌어진 일이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이제는 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