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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관료·학자 출신 ‘견제와 균형’…실용주의 두드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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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관료·학자 출신 ‘견제와 균형’…실용주의 두드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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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무,홍보,민정 수석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정무수석, 강 비서실장, 오광수 민정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무,홍보,민정 수석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상호 정무수석, 강 비서실장, 오광수 민정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대통령실사진기자단


8일 우상호 정무수석 등 2차 인선 발표로 윤곽이 드러난 ‘이재명 1기’ 대통령실 인사의 특징은 ‘견제와 균형’으로 요약된다. 노선이 다른 이들을 두루 기용해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표방해온 ‘실용주의’를 구현하고, 직책 간의 상호 견제를 꾀했다는 평가다. 개혁을 위해 정부 조직을 잘 아는 관료 출신들을 중용한 것도 특징이다.



‘이재명식 용인술’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곳은 외교·안보 진용이다. 대표적 ‘자주파’ 인사로 꼽히는 ‘대북통’ 이종석 국가정보원장과 ‘동맹파’로 꼽히는 ‘미국통’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함께 기용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을 동시에 꾀한 것이다.



3명의 수석과 1명의 수석급 보좌관이 떠받치는 정책실 구성도 이런 균형 인사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김용범 전 기재부 1차관을 정책실장에 임명해 신속한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집행’에 방점을 찍고, ‘합리적 성장론자’로 꼽히는 하준경 한양대 교수를 경제성장수석에 임명해 성장 회복 방안의 청사진을 마련하게 했다는 것이다.






재정 전문가인 류덕현 중앙대 교수에게 기재부의 예산편성권을 견제할 재정기획보좌관(신설)을 맡겨 김용범 실장의 친정인 기재부에 과도한 힘이 들어가는 걸 막고, 진보적 사회복지학자인 문진영 서강대 교수를 사회수석에 임명해 경제·사회 정책이 지나치게 ‘우클릭’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려고 한 고려도 엿보인다.



다만 이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하 수석을 제외하면 김 실장과 류 보좌관의 발탁은 의외라는 평가가 있다. 특히 김 실장은 문재인 정부 때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재직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갈등을 크게 빚은 바 있다. 류 보좌관도 재정의 적극적 활용과 함께 재정의 안정성을 위해 증세도 강조해온 재정학자라는 점에서 감세를 강조해온 민주당 의원들과는 다소 시각차가 있는 인물이다. 이번 경제 라인 인선 과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이 기존 민주당 기조보다는 실전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춘 인물을 낙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윤석열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1기 인사에서 불거진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논란과 달리 이날까지 공개된 대통령실 인사에선 뚜렷한 공통분모가 눈에 띄지 않는다. 정치인과 관료, 학자가 섞인데다 지역·출신 대학 등도 골고루 안배됐다.



관료 출신에선 조직 장악력이 높은 인사를 쓴 점도 눈에 띈다. 외교부 내 주류인 ‘북미 라인’인 위성락 실장, 기재부·금융위 출신 정통 경제 관료인 김용범 실장, 검찰 특수부 출신인 오광수 민정수석 등이 대표적이다. 개혁이 필요한 곳에, 조직을 가장 잘 아는 인사를 배치해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역대 민주당 정권 때마다 불거진 ‘관료에 장악당했다’는 평가를 이번에는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지금까지의 인사에서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통합’의 메시지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여권에서는 정치인 중에서도 ‘소통 능력’이 탁월한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수석을 기용한 것이 여당은 물론 야당과의 소통까지 염두에 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고경주 goh@hani.co.kr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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