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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일관계 진전 바라는 일본, 이제 먼저 손 내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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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일관계 진전 바라는 일본, 이제 먼저 손 내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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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해상초계기 순직 군인인 고 이태훈 소령의 아버지를 위로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해상초계기 순직 군인인 고 이태훈 소령의 아버지를 위로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에 언제 강경책을 펼지 안심할 수 없다."

일본 외교가 인사들이 '이 대통령 경계론'을 퍼트리고 있다. 이 같은 발언은 언론을 통해 매일 전해지고 있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언론사마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지뢰, 한일관계에 드리운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낼 정도다.

일본의 강한 불신은 '민주·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았다'는 데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최악의 관계로 치달은 만큼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대통령이 "국가 간 신뢰 문제"라며 결정이 난 과거사 문제는 뒤집지 않겠다고 했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는다. 외무성 내부에선 대(對)한국 외교 정책 노선을 두고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전임 대통령 때도 일본 정부는 관계 개선 노력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 내 반발 여론에도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 문제에서 크게 양보했지만 일본은 "물컵의 반 잔을 채워달라"는 요구를 철저히 외면했다. 지난해 11월 사도광산 추도식은 조선인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는 자리가 아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자축 행사로 만들었고, 군함도(일본명 하시마) 등에서 벌어진 강제동원 역사를 알리겠다는 약속은 10년간 지키지 않고 있다.

관계를 더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보기 어렵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이달부터 도입된 '전용 입국심사 창구'는 한국 측 제안으로 성사됐는데, '한 달 시행'이라는 벽을 세웠다.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한국이 관계 개선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일본은 '검토하겠다'는 소극적인 반응으로 답한 게 60년간 이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격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 속에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 핵무기를 가진 권위주의 정권에 둘러싸여 있는 두 나라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외교적으로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양국 관계가 발전하려면 일본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한국에 주는 것 없이 요구만 한다면 한국에선 '왜 주기만 하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마침 올해는 2차대전 종전 80주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다.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를 위한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담화나 양국 정상의 공동선언 등이 나오기에 적절한 시기다. 물론 아베 신조 정권 때 크게 보수화한 자민당 내 기류와 이시바 총리의 자민당 내 입지 등을 고려할 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일본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때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