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유세 중이던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서 코스피 상승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김우찬 | 경제개혁연구소장·고려대 경영대 교수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이제는 선거 공약을 구체화하고, 누락된 과제를 보완해 향후 5년간 이행할 국정과제를 확정할 차례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소관 공약을 검토해보았다. 개혁적 과제가 적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빠진 중요 과제들도 상당수다.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 거버넌스 개혁 공약으로는 기업 지배구조 수준에 따른 주식시장 재편,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합병 가액 결정에 관한 이사회 책임 강화,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결과 공시, 상장회사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 공시의 신속한 추진 등이 포함됐다. 환영할 만한 내용들이다.
다만 관련 과제들이 금융위를 비롯해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이를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또 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기에, 이를 돌파할 리더십도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공정거래위원장이 그 역할을 수행했지만, 최근 들어 주식시장 참여자가 급증한 현실을 고려할 때 이제는 금융위원장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만약 향후 금융위가 개편되어 정책과 감독 기능이 분리된다면, 감독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이 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 건전성과 관련된 공약도 주목할 만하다. 불공정 거래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임직원과 주요 주주 단기매매 차익에 대한 법인의 차익 반환청구 의무화, 상장법인 임원의 중요 전과 기록 의무공시 단계적 확대 등이 포함됐다. 불공정 거래 근절의 의지는 분명하지만, 일부는 내용이 모호해 국정과제 확정 단계에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 건전성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공약도 눈에 띈다. 내부통제 책임구조도의 엄격한 적용, 대주주 지분 매각 명령 대상 금융회사의 확대 적용 검토, 금융 보안사고 발생 시 징벌적 과징금 부과, 임원 보수 환수 제도 도입 등이 포함됐다.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기구의 기능과 독립성 대폭 강화, 민간 전문가 중심의 금융소비자 보호 평가위원회 신설, 소액분쟁 조정 시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의 강제력 부여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몇가지 중요 과제가 빠졌다. 첫째,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단순한 신분 제재만으로는 부족하며, 금전 제재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임원 자격 제한 같은 신분 제재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 제기를 통해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전 제재를 실현하려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개정해 다중대표소송 제기 요건을 현행 0.5%에서 주주대표소송 요건인 0.001%로 낮춰야 한다. 국내 금융회사 대부분이 비상장 자회사인 현실에서, 이는 실질적인 배상 청구를 가능하게 하고, 임원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할 유인을 제공할 것이다.
둘째,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과 기준의 일관성도 확보되어야 한다. 대주주 변경 심사를 할 때는 최대주주뿐만 아니라 그 특수관계인 주주까지 심사하지만, 주기적 심사 때는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만 심사한다. 증권·보험사는 최다출자자가 법인일 경우 그 법인의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이 개인이 될 때까지 추적해 심사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법인만 심사한다. 심사 기준 역시 제각각이다. 변경 심사에서는 특정경제범죄법·비금융법 위반도 고려하지만, 주기적 심사에서는 그렇지 않다. 증권·보험사에 대한 주기적 심사에서는 공정거래법 전체를 대상으로 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불공정거래와 사익편취 행위만 살펴본다. 모두 시정돼야 할 문제다.
셋째, 보험업법도 개정해야 한다. 금융회사 자산운용의 건전성을 위해 대주주 발행주식 취득 규제를 적용하면서 보유 유가증권을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인데, 보험사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취득원가 평가를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른 금융업권과 마찬가지로 공정가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넷째, 임원보수 주주 심의 제도를 전체 상장회사에 도입하는 것이 어렵다면 금융회사에라도 선제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보수정책에 대해 주주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고, 지급 내역에 대해 사후 권고적 표결을 받도록 한다면, 보수의 성과 연동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으며, 총수 일가의 과도한 보상 문제도 개선될 수 있다.
이상의 과제들이 모두 국정과제에 포함되고, 상법이 개정된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코스피 5000 시대’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될 것이다.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